산업 일반
노란봉투법 2라운드...원청이 사용자라면 ‘성과급’도 지급?
- [노란봉투법 6개월의 청구서]②
한화오션 협력업체 노조, 원·하청 동일 비율 성과급 요구…원청은 “교섭 상대 아냐”
정부 ‘N% 성과급’ 선 그었지만 노봉법 ‘사업경영상 결정’ 조항 놓고 법적 논란
안전은 원청 사용자성 인정, 임금은 별개 판단…노동위·법원 판례가 경계 정할 듯
노란봉투법 시행 6개월을 지나면서 산업현장의 질문도 달라지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원청도 사용자인가’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원청이 사용자라면 ‘무엇에 대해서까지 사용자인가’가 쟁점이다. 특히 임금과 성과급처럼 기업의 비용과 직접 연결되는 영역에서 경계가 가장 첨예하다.
“웰리브는 독립 사업자, 우리가 왜 사용자인가” 한화오션의 항변
노란봉투법은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원청이 하청근로자의 특정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한다면 ‘그 범위에 있어서’ 사용자로 인정한다.
실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중흥건설·중흥토건 사건에서 산업안전과 작업환경에 대해서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다만 임금에 대해서는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같은 노동자를 놓고도 안전에서는 사용자지만 임금에서는 아닐 수 있는 셈이다.
한화오션-웰리브 사건도 중노위가 작업환경과 산업안전 등에 대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했지만, 임금·성과급까지 인정한 것은 아니다.
웰리브 노동자들이 한화오션에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과 한화오션이 그 요구에 대해 법적으로 교섭할 의무는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현재 웰리브 노조는 원·하청 동일 비율의 성과급 지급과 함께 하청노동자의 임금과 복지를 한화오션 정규직의 80% 이상 수준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웰리브가 원청의 지시에 종속돼 근로조건을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운 영세 협력업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웰리브의 지난해 매출은 약 1129억원이다. 기업정보업체에서도 중견기업으로 분류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웰리브는 자체 노사 간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조건을 정해온 독립 사업자”라며 “어떤 의제를 교섭할지를 따지기에 앞서 한화오션 자체가 웰리브 노동자들의 교섭 상대방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노란봉투법의 사용자성 논쟁에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하청업체가 독자적인 인사·노무체계와 교섭구조를 갖춘 상당한 규모의 기업이라도, 원청을 또 하나의 사용자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다.
결국 한화오션은 사용자성을 인정한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지난 7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논쟁 키우는 성과급
노란봉투법에서는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근로자의 지위와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뿐 아니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까지’ 노동쟁의 범위로 본다. 임금은 아예 따로 명시돼 있고 ‘기타 대우 등’이라는 표현 탓에 성과급도 노동쟁의가 가능한 영역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A 기업 관계자는 “‘영업이익의 몇 %’ 같은 기준이 만들어지면 앞으로 동일한 요구가 반복될 수 있다”며 “협력업체마다 임금체계와 생산성이 다른데 원청 하나의 실적을 수많은 협력업체 근로자의 보상기준으로 삼을 수 있느냐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원청이 도급단가를 정하니까 하청 임금도 원청이 정한다’는 논리를 가장 우려한다.
B 기업 관계자는 “그러면 우리가 노동자들을 계약직으로 채용해 임금을 주지 굳이 하청업체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면서 “이런식이라면 ‘이참에 임금 한 번 올려보자’식의 교섭 요구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급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3일 추가 지침을 통해 기업의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 가운데 일정 비율을 지급하라는 이른바 ‘N% 성과급’ 요구는 원칙적으로 교섭이나 쟁의행위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기업의 사후적 이익배분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9월 8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모든 성과급이 쟁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세금을 내기 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방식은 투자 위축이나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행법에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도 노동쟁의 대상으로 규정돼 있어 ‘N% 성과급’ 논란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행정지침은 법률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닌 만큼 향후 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 다른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행정지침은 행정부의 해석일 뿐 법원을 구속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후 사법적 판단이 남아 있는 한 기업은 예측 불가능성에 계속 노출된다”며 “지침과 판례가 어긋나면 오히려 불확실성이 한 겹 더 쌓일 수 있다. 불확실성의 원천이 법문에 있는데 처방을 행정에서 찾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노동쟁의 범위에 포함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 조항과 지침이 충돌하는 점을 문제라고 봤다.
송 교수는 “현재 문구대로라면 경영성과급 지급도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업의 사업경영상 결정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노동쟁의 범위를 법 개정 이전처럼 임금·근로시간·복지 등 근로조건 결정에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성과급 문제를 행정지침을 통해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현행 법률과 충돌하지 않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며 “개정법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했는데, 임금과 함께 다뤄지는 성과급이나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지침만으로 배제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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