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국장 저점” 외신 찬사 믿어도 될까… 금리·중동·수급 ‘3대 경고등’
- 변동성 지수 하락에 ‘저평가론’ 고개
한미 금리 결정·중동 정세·서학개미 이탈 변수 여전
레버리지 과열 진정세에도 안도하긴 일러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최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이 한국 주식시장의 변동성 지수가 저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한국 주식의 저평가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란 전쟁 ▲한미 기준금리 ▲개인투자자의 국내 주식시장(국장) 탈출 등 변수를 고려할 때 아직 저평가 단계를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이달 들어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가 급락한 것에 대해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을 키운 레버리지 중심의 과열 양상이 어느 정도 해소됐음을 시사한다”고 9일 밝혔다. VKOSPI는 코스피200의 옵션 가격을 이용해 옵션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주식시장의 미래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수를 말한다. 주가가 급락할 때 변동성지수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여 ‘공포지수’(Fear Index)라고도 불린다.
지난 6월 29일 장중 97.99까지 치솟았던 VKOSPI는 지난달 말까지 90선을 넘나들었다가 8월 들어 70대 중반까지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반대매매로 신용융자 잔고가 감소한 데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규제 강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연계 상품의 거래량과 자산 규모가 줄어든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시가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이 5.1배로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는 점도 짚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내 주식시장에 남아있는 잠재 리스크를 과소평가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우려 중 하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결과다. 양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방향을 어느 쪽으로 설정할지에 따라 증시가 받을 충격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지난 7월 28~29일(현지시간) 열린 FOMC 회의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유지했지만 물가 안정 목표 달성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시장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금리를 유지했다면서도 물가 상승률 2%라는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오는 9월 연준의 기준금리 상향 조정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은 역시 지난 7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2.75%로 결정하며 3년 6개월 만에 긴축 기조로 전환했다. 한은은 추가 인상 시기와 속도를 대내외 여건 변화를 점검하며 판단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연내 1~2회 추가 인상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다.
미국·이란 전쟁 등 중동 사태의 장기화 변수도 악재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을 경우 국제유가 급등락에 따른 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실제 지난 5일 미국과 이란의 협상 기대감과 난항 소식에 국제유가가 즉각 반응했다. 협상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약 5% 오른 배럴당 88달러(약 12만4500원) 수준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뉴욕증시도 반응하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보합권에 머물렀다. 나스닥100지수는 0.3%,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1% 각각 하락했다.
국장을 떠나는 개인투자자의 투심 악화도 국내 증시가 반등하기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다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사태로 인한 변동성 확대와 코스피 급락, 정부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개편안 논란 등 투자자 불만이 고조되면서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순매수세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
올해 6월부터 미국 주식 순매수세로 돌아선 서학개미는 6월 6억3300만달러(약 8950억원), 7월 46억4240만달러(약 6조5690억원)를 순매수했다. 8월에도 6억910만달러(약 8610억원)를 순매수 중이다. 국내 증시에 약 200조원 규모의 개인투자자 자금이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자금 이탈 현상이 지속되면 코스피 하방 지지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많은 증권사나 해외 투자사들이 코스피가 저점이라며 지금은 코스피를 떠날 시간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는 일면만 본 해석”이라며 “한국 주식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기준금리 등 변수를 고려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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