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 나선 롯데, 5년 장기전 택했다...오카도 프로젝트의 역설
- [롯데의 뒤늦은 추격전]②
제타 스마트센터, 2031년 전후 손익분기점 도달 예상
하루 처리량 목표의 20% 수준…낮은 가동률이 최대 과제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1조원 규모 오카도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됐다. 롯데마트는 이를 발판으로 쿠팡·네이버 등에 내준 온라인 식료품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후발주자인 롯데마트가 이미 시장을 선점한 쿠팡·네이버·컬리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익분기점까지 걸리는 시간도 부담이다. 롯데마트는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이 2031년 전후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최소 5년간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사업에서 적자를 내고 있는 롯데마트가 장기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신 회장이 강조한 수익성 중심 경영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밑 빠진 독 물 붓기…정상화 하세월
물류업계에 따르면 자동화 물류센터가 적자를 벗어나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 통상 3~5년이 걸린다. 롯데마트는 업계 평균보다 보수적인 목표를 세웠다. 지난 8월 공식 가동한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의 손익분기점 도달 시점을 2031년 전후로 예상한다.
롯데마트의 국내 실적은 이미 좋지 않다. 올해 상반기 국내 사업에서 3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2분기에만 422억원의 손실을 냈다. 업계 2위 홈플러스가 경쟁 구도에서 이탈했는데도 지난해에 이어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장기간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은 롯데그룹의 경영 방침과 대비된다. 신 회장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수익성 중심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주문해 왔다.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이 계획대로 2031년께 손익분기점에 도달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오카도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둘러싼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수십년간 사업을 이어온 롯데가 이를 모두 포기하고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단기간에 온라인 사업을 키워 쿠팡 등을 넘어서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이 내부에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오카도 프로젝트의 두 번째 결과물인 고양 고객풀필먼트 센터(CFC) 공사가 지연된 점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롯데마트는 설계 효율화를 위한 변경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업계에서는 부산 센터의 초기 성과를 확인한 뒤 후속 투자 속도를 조절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김상현 전 롯데쇼핑 부회장의 퇴임이 오카도 프로젝트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업계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출신 외부 인사인 김 전 부회장은 롯데쇼핑에서 오카도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그의 퇴임 이후 롯데그룹은 프로젝트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첨단 시설보다 중요한 고객 확보
오카도 프로젝트를 둘러싼 우려를 해소하려면 처리 물량을 빠르게 늘려야 한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의 하루 최대 처리 능력은 3만3000건이다. 회사는 기존 점포에서 처리하던 주문을 센터로 옮기며 물량을 늘리고 있지만, 현재 하루 처리 건수는 최대치의 20% 수준인 6000건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동률을 끌어올리려면 자체 온라인 식료품 플랫폼 ‘제타’의 이용자를 크게 늘려야 한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말 네이버 플러스와 멤버십 제휴를 시작했지만 아직 뚜렷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7월 제타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평균 76만명이다. 하반기 들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쟁사와의 격차는 크다. 이커머스 1위 사업자인 쿠팡의 MAU는 3000만명을 넘고, 롯데마트의 직접적인 경쟁사인 이마트 앱도 300만명 이상이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롯데마트가 손실 구간을 줄이려면 첨단 기술 도입뿐 아니라 플랫폼 활성화에 집중해야 한다”며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수요를 확보해 센터 가동률을 빠르게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는 이미 쿠팡과 네이버, 컬리 등 안착한 사업자가 많고 배달의민족과 같은 배달 플랫폼과도 경쟁해야 한다”며 “롯데마트가 어떤 차별점을 내놓을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학계에서는 시장에 안착할 때까지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카도 프로젝트가 좌초하면 롯데마트뿐 아니라 롯데그룹 유통 부문 전체가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현재 유통사들은 자체 인프라를 확보하기보다 CJ대한통운이나 배달의민족 등과 협력해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대형마트도 자체 서비스 운영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롯데마트의 방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고, 어려움을 겪는 롯데 유통 사업이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고 본다”면서도 “성과가 나올 때까지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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