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미국서 적자 내던 코스맥스, 결국 해냈다..“K뷰티 어디서 팔리든 우리가 만든다”
- 한국 법인 분기 매출 5000억 첫 돌파
미국 79% 성장하며 흑자 전환
미국 K뷰티 시장 커지자 ODM도 웃었다
코스맥스 글로벌 생산기지 동반 성장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미국에서 적자를 내던 코스맥스 미국법인이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한국에서 만든 K뷰티 제품을 미국 소비자가 사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인디 브랜드까지 한국 제조사에 제품 개발과 생산을 맡기기 시작하면서다. 한국·중국·미국·동남아 등 주요 생산 거점이 동시에 성장하면서 코스맥스의 분기 매출은 8000억원을 눈앞에 두게 됐다.
코스맥스는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7949억원, 영업이익 737억원을 기록했다고 11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7%, 영업이익은 21%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영업이익률은 9.3%를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은 1조476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268억원으로 13% 늘었다.
이번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미국이다. 코스맥스 미국법인은 2분기 매출 53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79% 성장했다. 여기에 영업이익까지 흑자로 돌아섰다. 미국 법인이 분기 기준 흑자를 낸 것은 2013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미국 사업의 반전은 단순히 비용을 줄인 결과만은 아니다. 코스맥스는 그동안 고정비를 낮추는 동시에 미국 서부 지역의 인디 브랜드를 겨냥한 영업망을 확대해왔다. 현지 고객사가 늘면서 신규 주문뿐 아니라 기존 제품의 재주문도 증가했다. 2분기에는 기존 대형 고객사의 안정적인 재주문까지 더해지면서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나타났다.
미국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코스맥스에는 호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6월 K뷰티의 미국 내 판매액이 지난해 24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전년보다 48% 성장했다고 보도했다. 젊은 소비자들이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K뷰티 제품을 접하면서 성장세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K뷰티의 미국 공략이 본격화하면서 생산을 담당하는 ODM 업체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브랜드가 해외에 진출할수록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제품을 빠르게 개발하고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제조 파트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지난해 6월 K뷰티의 미국 시장 공략을 다룬 기사에서 “급증하는 수요에도 관세 부담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시장에서 K뷰티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관세가 현지 사업 확대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스맥스가 미국에서 공략한 시장도 기존 대형 화장품 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미국 서부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인디 브랜드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K뷰티 제조 DNA를 현지 브랜드에도 이식하는 방식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한국 법인은 여전히 전체 실적의 가장 강력한 엔진이다. 2분기 한국법인 매출은 518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 증가했다. 분기 매출이 5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564억원으로 13% 늘었다.
K뷰티 인디 브랜드의 해외 진출 확대가 한국법인의 성장을 끌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등으로 수출 지역이 넓어지면서 국내 고객사의 생산 주문이 증가했다. 여기에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업 확대에 따른 직수출 매출도 늘었다.
제품군에서는 기초화장품의 강세가 이어졌다. 선케어와 겔마스크 등 수출 수요가 높은 제품의 수익성 개선도 실적에 힘을 보탰다.
중국에서도 성장세가 이어졌다. 코스맥스 중국법인 매출은 1974억원으로 33% 증가했다. 상하이에서는 현지 색조 고객사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쿠션과 파운데이션 같은 베이스 메이크업부터 블러셔·립 제품까지 고르게 주문이 늘었다. 광저우도 온라인과 수출 등 판매 채널을 다변화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동남아 사업도 힘을 보탰다. 인도네시아 법인 매출은 289억원으로 38% 증가했다.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기존 유통채널의 회복에 더해 소규모 잡화점 등 신규 고객이 늘었다. 크림과 선케어 등 수익성이 높은 제품군의 주문이 증가한 데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 등 인접 국가로의 수출도 확대됐다.
태국 법인은 249억원으로 8% 성장했다. 기존 히트 제품의 재주문이 늘어난 가운데 대형 고객사의 생산량 확대와 OBM 사업이 새로운 매출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코스맥스의 이번 실적은 K뷰티가 단순히 ‘한국 브랜드의 해외 판매’ 단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국내 인디 브랜드가 미국·유럽 시장으로 진출하고, 현지 브랜드까지 한국 ODM을 찾으면서 코스맥스의 생산 네트워크 자체가 글로벌 K뷰티 생태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맥스는 하반기에도 스킨케어 중심의 수요와 글로벌 K뷰티 성장세를 기반으로 해외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난 7월에는 고객사의 해외 수출입 업무를 지원하는 플랫폼을 가동하는 등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제조 단계에서부터 지원하는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과거 K뷰티의 해외 진출은 브랜드가 얼마나 잘 팔리느냐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제품을 얼마나 빠르게 현지 시장에 맞춰 개발하고 공급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미국 인디 브랜드를 비롯해 해외 고객사가 한국 ODM을 찾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코스맥스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가 실적을 끌어올리는 구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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