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다시 번지는 부실 공포…은행 ‘깡통대출’ 사상 첫 6조 돌파
- 5대 은행 무수익여신 6.4조원…반년 만에 28% 급증
기업 무수익여신 36%↑…고금리·내수 부진에 건전성 빨간불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주요 시중은행에서 이자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대출’ 규모가 처음으로 6조원을 넘어섰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회복 지연으로 차주의 상환 여력이 떨어지면서 은행권의 부실 위험을 보여주는 무수익여신이 코로나19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불어났다.
특히 가계보다 기업대출에서 부실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내수 부진과 부동산 경기 둔화 등의 여파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누적되는 가운데 향후 금리 부담까지 커질 경우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부담도 한층 무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올해 2분기 말 무수익여신 잔액은 총 6조410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5조65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반년 만에 28.0% 증가했다.
5대 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이 6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여신에서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말 0.27%에서 올해 2분기 말 0.34%로 0.07%포인트 상승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2월(0.3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무수익여신은 은행이 이자를 수익으로 계상하지 않거나 원리금 상환이 3개월 이상 연체되는 등 정상적인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여신을 말한다. 차주의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의미에서 은행 자산건전성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무수익여신 증가세는 최근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 5대 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2022년 말 2조7902억원에서 2023년 말 3조5090억원, 2024년 말 4조3736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5조원을 넘어섰다.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2년 말 0.18%에서 2023년 말 0.21%, 2024년 말 0.25%, 지난해 말 0.27%로 상승한 뒤 올해 6월 말 0.34%까지 올라섰다.
기업대출서 부실 빠르게 확산…반년 새 1.2조 늘어
최근 무수익여신 증가세를 주도한 것은 기업대출이다.
5대 은행의 기업 무수익여신은 지난해 말 3조4087억원에서 올해 6월 말 4조6498억원으로 1조2411억원 늘었다. 증가율은 36.4%에 달한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에서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중도 0.32%에서 0.42%로 0.10%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가계 무수익여신은 지난해 말 1조5978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조7610억원으로 1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계대출 가운데 무수익여신 비중은 지난해 3월 말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5분기 연속 0.09%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 무수익여신의 절대 규모뿐 아니라 증가 속도에서도 기업과 가계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 전체 무수익여신 증가액 1조4043억원 가운데 약 88%에 해당하는 1조2411억원이 기업 부문에서 발생했다.
은행권에서는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경기 부진이 겹치면서 상대적으로 재무 여력이 취약한 중소기업과 부동산 관련 업종 등을 중심으로 부실 압력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차주의 상환 여력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금리 부담이 다시 확대될 경우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와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무수익여신 증가는 은행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이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자산이 늘어날 뿐 아니라 향후 손실 가능성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실이 장기화하면 은행의 수익성과 자본 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은행들은 자산건전성 관리 강도를 높이고 있다. 부실 징후가 나타난 여신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한편 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차주에는 채무조정과 만기 연장, 신규 운전자금 공급 등 금융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은 상각·매각을 통해 정리하고 충당금도 선제적으로 쌓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과 금리 변동에 따른 추가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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