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속도전 넘어 전격전”…이재명 정부가 메가특구법 서두르는 이유
- 향후 1년 ‘골든타임’ 규정…인허가·인프라 구축 동시 추진
삼성·SK 용인 팹 완공 7년·12년 단축…HBM은 속도가 곧 수익
전문가 “소부장 동반 이전·인력 확보까지 지원해야”
왼쪽부터 김용관 삼성전자 사장,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시장,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 염성진 SK하이닉스 사장. [사진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투자에 연일 ‘속도’를 주문하고 있다. 향후 1년을 ‘골든타임’으로 규정한 데 이어 메가특구특별법까지 연내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업이 투자계획을 내놓은 뒤 실제 공장을 짓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비교 대상으로 꺼낸 곳은 일본 구마모토다. 대만 TSMC의 구마모토 1공장은 2022년 착공해 2024년 가동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두고 “구마모토 못지않은 속도”를 주문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패키지형 패스트트랙’으로 속도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향후 1년을 골든타임으로 여기고 속력을 내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관련 절차를 동시에 추진해 소요 시간을 대폭 줄이고 규제도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을 지시했다.
시간표를 앞당기는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최종 팹 완공 시점을 기존 계획보다 각각 7년, 12년 단축하기로 했다.
여당도 지원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회사 관계자들은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 특별위원회와 만난 자리에서 전력·용수 등 인프라 지원과 건물별 인허가를 위한 건축법 개정 등을 요청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두 기업 모두 공장 완공 시점을 단축하겠다고 밝힌 만큼 현실화를 위한 제반 여건 구축과 입법·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공개된 정부 구상을 종합하면 메가특구특별법은 이 과정을 한꺼번에 단축하는 일종의 ‘패키지형 패스트트랙’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기존 특구가 특정 지역이나 산업에 세제·재정지원과 규제특례를 제공하는 데 무게를 뒀다면 메가특구는 이미 결정된 대규모 투자를 얼마나 빨리 착공으로 연결하느냐에 방점이 찍힌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직접 건축 인허가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속도전’의 병목이 사실상 인허가 등 관련법 개정에 있기 때문”이라며 “투자 발표 이후 실제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메가프로젝트의 1차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 늦어지면 ‘기회비용’ 눈덩이
정부가 ‘전격전’을 강조하는 데는 반도체 산업 특유의 ‘시간 경쟁’도 자리 잡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이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앞세워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공장을 몇 년 먼저 가동하느냐가 시장과 공급망 선점에 직결될 수 있어서다.
특히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메모리(HBM)처럼 공급 물량을 미리 계약하는 제품은 적기에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요가 확보돼 있더라도 생산라인이 부족하면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못해 매출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HBM 같은 경우 장기계약 형태여서 어느 정도 물량을 예측할 수 있는데 생산라인이 부족해 해당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면 막대한 기회비용 손실이 발생한다”며 “분명한 수요가 있고 생산이 필요한 시점에는 생산라인을 빠르게 구축해 수익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수요의 변동성을 감안하더라도 생산시설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수요가 줄어들거나 적다면 이후 생산라인을 추가로 증설할 때 속도를 조절하면 된다”며 “호남 반도체 생산라인 역시 필요한 시점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빨리 해놓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목표도 맞물려 있다. 정부는 호남 반도체, 충청 AI 데이터센터, 영남 피지컬AI를 수도권에 맞설 새로운 산업축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투자계획 발표에 그치지 않고 임기 내 착공과 생산시설 구축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초기 행정절차를 최대한 앞당길 필요가 있다.
다만 메가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대기업뿐만 아니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와 협력사가 함께 움직이는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의 동반 이전 여부가 클러스터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에 새로운 생산거점을 조성할 경우 대기업보다 중소·중견 협력사의 인력 확보가 더 어려울 수 있다. 대기업은 높은 임금과 성과급을 바탕으로 지방에서도 인력을 확보할 여력이 있지만 중소·중견 협력사들은 사정이 다르다. 직원들의 지역 이전을 유도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소부장 기업들도 이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고 기업들도 그런 부분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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