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삼성·SK, 성과급 불만 '노노 갈등'에도 '올해 교섭권은 없다'
- SK하이닉스 올해 교섭 과정 불만에 통합노조 출범
대표 지위 얻지 못하는 상황이라 직접 참여 불가
삼성전자 성과급 차별에 동행노조 3만명까지 증가
2026년 교섭 마감, 임단협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기각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성과급 이슈로 ‘노노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새로운 노동조합이 설립되면서 세를 확장하고 있지만 올해 교섭권은 쟁취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 통합노조 출범, 성과급 현금 지급 원칙 사수
1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임직(생산직)과 기술사무직을 아우르는 ‘하이닉스 통합노동조합’(이하 통합노조) 출범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일 노조 설립신청서를 제출한 통합노조는 가입 조합원 수가 125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측은 “통합노조와 관련해 현재까지 회사에 노조 설립 신고서 등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사측에서는 정식 노조와 관련한 신고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통합노조의 출범은 가시화되고 있다. 통합노조는 전 직원의 절반 이상인 약 1만8000명의 조합원을 확보해 과반노조가 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성과급(PS) 현금 지급 원칙 사수와 교섭 투명성 강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복수노조 체제다. 민주노총 산하 기술사무직 노조와 한국노총 소속의 전임직(이천·청주) 노조 등이 각각 별도로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분산된 구조라 사측과의 교섭력이 떨어진다는 판단 아래 통합노조 설립이 추진돼 왔다.
통합노조 설립 배경은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에 있다. 사측이 올해 교섭 과정에서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 노사는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PS 상한을 폐지하고, 해당 체계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PS 지급액의 80%는 당해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이연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측에서 기존 성과급 체계의 변화를 예고하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기존 노조와 진행된 6차 교섭까지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통합노조는 “사측이 제안한 성과급 협상안을 전면 철회시켜 임단협에서 성과급 안건을 완벽히 분리하고, 향후 10년간 협상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노조는 성과급을 주식으로 지급할 경우 주가 변동에 따라 보상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지난해 합의한 성과급 체계는 이미 끝난 사안이라고 못 박고 있다.
그러나 통합노조가 출범하더라도 올해 교섭권을 가질 수 없을 전망이다. 이미 사측은 기존 노조를 대표 노조로 인정하고 교섭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교섭하고 있는 대표 노조가 이미 있기 때문에 현행 법상 통합노조가 출범한다고 해서 회사와 협상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질 수는 건 아니다. 특별한 상황이 없다면 기존 노조와 계속 협상을 이어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통합노조는 직접 교섭이 어려울 경우 ▲교섭 참관 ▲진행 상황 공개 요구 ▲구성원 의견 전달 등의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계획이다.
동행노조, 블랙데이 등 연이은 성과급 차별 집회
삼성전자도 성과급 차별로 '노노 갈등'이 격화되고 있지만 올해 임단협을 이미 마무리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교섭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비반도체 부문 직원들로 구성된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동행노조)는 교섭대표인 초기업노조가 회사와 체결한 2026년 임금협약 효력정지와 관련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원지법은 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합법 제29조의4 제 1항’을 근거로 동행노조가 지난 5월 공동교섭단 참여 종료 의사를 밝힌 이상, 이후 진행된 찬반투표 당시 교섭단 참여 노조로서의 지위를 유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동행노조는 수원사업장을 중심으로 집회를 열어 반도체 DS(다바이스솔루션) 부문과의 보상 격차 해소를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 노조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직원 1인당 자사주 1000주 수준의 보상안 마련 ▲2027년 성과급 지급을 위한 공통 재원의 사전 확보와 그 규모 공개 ▲2026년 임금교섭 전면 백지화와 실질 교섭 등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2026년 교섭은 이미 끝났다고 선을 긋고 있다. 성과급을 비롯한 임금 협상을 대표노조와 이미 합의해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삼성전자의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300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DS 부문의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은 평균 6억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DX 부문 직원에게는 1인당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만 돌아가는 구조다.
동행노조는 성과급 불만으로 매주 화요일을 ‘블랙데이’로 지정해 항의하고 있다. 오는 2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대규모 집회도 예고하고 있다. 동행노조는 지난 5월 2600명대의 노조원이 12일 현재 3만301명까지 증가한 상황이다. 반면 한때 7만명 이상이 가입했던 초기업노조의 경우 노노 갈등으로 인해 이탈자가 늘면서 과반노조 지위를 상실했다. 현재 5만3602명의 조합원을 거느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부문의 직원 수가 월등히 많기 때문에 동행노조의 조합원이 늘어난다고 해도 초기업노조를 넘어설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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