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개미 몰리면 주가 상승? SKT·카카오↑ 한미반도체·롯데웰푸드↓
- [액면분할의 환상과 실제]②
주가 상승 상관 관계 찾기 어려워
소액·개인 투자자 몰리면 단타 거래 증가 우려도
소수점 거래 활성화 될수록 명분 희석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국내 일부 기업들이 주식 거래 접근성을 높이고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액면분할을 단행하고 있지만 액면분할이 실제 주가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2000년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액면분할을 단행한 시총 상위 기업 7곳(삼성전자·SK텔레콤·네이버·카카오·아모레퍼시픽·롯데웰푸드(구 롯데제과)·한미반도체)의 거래 정지일부터 재개 후 30거래일까지 주가를 분석했다.
거래 재개 당일을 기준으로 전날보다 주가가 오른 곳은 SK텔레콤·카카오·네이버·롯데웰푸드 4곳이었다. SK텔레콤은 5만726원에서 5만2106원으로 2.64% 올랐고 카카오는 11만2000원에서 12만500원으로 7.05% 상승했다. 네이버와 롯데웰푸드는 각각 0.7%, 3.84% 오른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5거래일 뒤 네이버와 롯데웰푸드의 주가는 거래정지일 기준보다 하락했고 30거래일 뒤에는 이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첫날 주가가 하락했던 삼성전자와 한미반도체의 경우 30거래일 뒤에도 주가가 내리막을 걸었지만,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소폭 반등했다. 액면분할이라는 이벤트가 주가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끼치지 못한 셈이다.
액면분할이란 주식의 액면가격을 일정 비율로 쪼개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100만원짜리 A주식 1주를 10대 1로 분할하면 한 주당 가격이 10만원으로 낮아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액면분할로 주식의 가격이 낮아지면 소액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주가가 오르는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단타 세력 유입·수급 왜곡에 상방 제약 우려
일각에서는 액면분할 이후 발생하는 수급 왜곡 현상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도 나온다. ▲소액 단타 세력 유입에 따른 주가 변동성 확대 ▲상승 국면마다 발생하는 차익 실현 물량과 이로 인한 상방 제약 등이다.
대개 소액‧개인 투자자 중 상당수는 단기간 수익 실현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주가가 오르면 차익 실현을 위해 보유 주식을 내다 팔고, 떨어지면 더 잃는 것이 두려워 빨리 손절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상승세가 오래가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기대보다 더 높게 주가가 오를 경우 개인 투자자가 몰리면 리밸런싱을 하는 이른바 ‘큰 손’들이 수익을 챙겨 나가는 기회로 활용하기도 한다.
증권사들이 1000원 단위로 소액 투자가 가능한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액면분할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주당 수백만원에 달하는 고가주도 액면분할 없이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 10일부터 국내 상장주식을 최소 0.0001주 단위로 사고팔 수 있는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지난 2022년 해외주식에 먼저 도입했던 소수점 거래를 국내주식으로 확대한 것으로 카카오페이증권이 투자매매업 인가를 취득한 이후 선보이는 첫 리테일 서비스다.
소수점 거래가 활성화되면 주당 가격이 높은 종목도 적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소액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는 셈이다. 투자 단위가 기존 ‘주’ 중심에서 ‘금액’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한 주에 100만원이 넘는 초고가 우량주에 대한 투자 장벽도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국내 증권사, 1000원 단위 소수점 거래 도입…액면분할 입지 흔들
실제 소수점 거래는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된다. 로빈후드(Robinhood), 피델리티(Fidelity) 등 미국의 대표적인 주식 거래 플랫폼과 증권사들은 일찌감치 소수점 거래를 지원해 왔다. 미국에는 한 주에 1억원을 넘는 주식도 있다. 유명 투자 지주사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경우 한 주(Class A 기준) 가격이 약 78만달러(약 10억9200만원)에 달한다. 소액 투자자가 해당 주식을 보유하기 위해 소수점 거래를 활용하기도 한다는 뜻이다.
증권사는 보통 이런 주식을 매수한 뒤 이를 쪼개서 투자자들에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한다. 투자자는 금액 또는 수량 단위로 살 수 있다. 현재 카카오페이증권이 내놓은 서비스에서 소수점 거래가 가능한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에코프로 등 3개 종목으로 제한적이다. 그러나 해당 증권사는 단계적으로 거래 가능한 종목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소수점 거래 서비스가 일반화되면 거액의 비용과 거래 정지 불편을 감수하며 추진했던 액면분할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액면분할의 주요 명분 중 하나가 ‘주가를 낮춰 소액 주주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1000원으로도 원하는 종목의 주식을 일부 매수할 수 있게 되면서 액면분할의 명분이 희석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주식에 이어 국내주식까지 소수점 거래가 정착되면 투자자들이 자금 사정에 맞춰 부담 없이 소액으로 투자를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될 것”이라며 “주식 거래의 패러다임이 ‘금액’ 단위로 바뀌며 액면분할의 유용성이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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