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아미 키운 삼성물산처럼…패션업계 ‘될성부른 브랜드’ 찾는다
- [돌아온 소비, 달라진 옷장]②
편집숍서 시장성 검증…독점 판권·단독 매장으로 확대
새 고객·매출원 확보 기대…해외 본사 직진출은 변수
해외 브랜드 하나를 제대로 안착시키면 새로운 고객과 상당한 매출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삼성물산은 아미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메종키츠네와 르메르 등에 이어 최근 프랑스 패션 기업 SMCP 브랜드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한섬과 LF도 편집숍을 시험대로 활용해 성장 가능성이 있는 해외 브랜드를 발굴하고 있다.
다만 브랜드를 키운 뒤 해외 본사가 직접 진출할 가능성도 있어 사업권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지켜낼지가 관건이다.
해외 브랜드, 안착 가능할까
삼성물산은 올해 해외 브랜드 사업을 한층 확대했다. 지난 3월 산드로·마쥬·끌로디·휘삭 등 프랑스 SMCP의 4개 브랜드 국내 독점 판권을 확보했다. 백화점 95개와 아울렛 26개 등 기존 121개 매장의 운영을 맡고 온라인몰 SSF샵에도 브랜드관을 열었다.
삼성물산이 해외 브랜드 발굴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아미의 성공 경험이 있다. 아미는 2011년 편집숍 10꼬르소꼬모 서울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2013년 단독 매장을 열고 2016년에는 국내 독점 판권을 확보했다.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며 사업 규모를 단계적으로 키운 사례다.
아미가 성장한 2021년 삼성물산 패션 부문 매출은 전년보다 14.4% 증가한 1조767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00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사업 규모도 커졌다. 아미는 현재 국내에서 1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서울 한남동에 425㎡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전 세계 아미 매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한섬도 해외 브랜드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2년 아워레가시를 시작으로 토템·아뇨나·피어오브갓·리던·닐리로탄·텐씨·키스 등 10개가 넘는 해외 브랜드를 들여왔다. 올해는 킴 카다시안이 공동 창업한 미국 브랜드 스킴스의 국내 사업에도 나섰다.
매출도 늘고 있다. 한섬이 2022년 이후 새로 들여온 해외 브랜드 매출은 2024년 전년 대비 39%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36% 늘었다.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한섬 관계자는 “해외 브랜드를 계속 늘리는 이유는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타임·마인·시스템 등 기존 자체 브랜드와 다른 수요를 해외 브랜드를 통해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브랜드 발굴 방식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 해외에서 이미 인지도를 확보한 브랜드는 본사와 직접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는 편집숍에서 먼저 판매하며 시장 반응을 살핀다.
한섬은 편집숍 무이를 새로운 브랜드의 시험대로 활용하고 있다. 여러 해외 브랜드를 먼저 선보인 뒤 반응이 좋은 브랜드는 팝업스토어 등으로 판매 접점을 넓히는 방식이다. 이는 처음부터 단독 매장을 내는 것보다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국내 시장성을 확인할 수 있다.
LF는 서울 압구정 편집숍 라움을 브랜드 인큐베이팅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 매장인 라움 웨스트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2024년 동기 대비 약 53% 늘었다. 29세 이하 신규 고객 수는 전년 대비 120% 증가했고 재구매율은 최근 3년간 60~70%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 아키라나카가 대표 사례다. 2024년 봄여름 시즌 라움 여성 매장에 처음 입점한 뒤 매 시즌 구매 고객의 70% 이상이 재구매로 이어졌다. 1인당 평균 구매 객단가도 2024년 봄여름 시즌 대비 2026년 봄여름 시즌 약 30% 늘었다.
LF는 지난달 라움 웨스트에서 200여명을 초청해 아키라나카의 2026년 가을겨울 컬렉션 프리뷰를 열고 하반기 핵심 육성 브랜드로 선정했다. 라움에서 신규 발굴하는 브랜드도 2025년 가을겨울 시즌 10개에서 2027년 봄여름 시즌 38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 가운데 독점 브랜드는 2개에서 10개로 확대한다.
LF 관계자는 “라움은 글로벌 신진 브랜드를 국내에 가장 먼저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초기 바잉부터 마케팅, 고객 경험까지 전 과정을 함께 설계하며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지키는 게 더 어렵다
해외 브랜드 사업의 장점은 사업 초기 단계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자체 브랜드를 새로 만들어 인지도를 쌓으려면 상품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반면 해외에서 이미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한 브랜드는 이를 활용해 국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알리는 데 별도의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치면 재고와 매장 운영 부담도 국내 업체가 떠안는다.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키운 뒤에도 위험은 남는다. 국내 매출과 인지도가 커지면서 해외 본사가 직접 한국 사업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가 장기간 투자해 브랜드를 키우더라도 계약이 끝난 뒤 사업권을 계속 확보한다는 보장은 없다.
셀린이 대표적이다. 한섬이 유통하던 셀린은 계약 만료 이후 2012년 신세계인터내셔날로 국내 판권이 넘어갔다. 이후 2023년 국내 법인 셀린느코리아를 통해 직진출로 전환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2011년부터 국내에서 독점 판매해온 톰브라운도 2023년 톰브라운코리아 설립과 함께 직진출했다.
패션기업들은 계약 단계에서부터 이런 위험에 대응한다. 연장 옵션을 두거나 특정 브랜드 하나에 기대기보다 여러 브랜드를 동시에 발굴하는 방식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해외 브랜드는 국내에서 매출이 커지더라도 본사가 직접 진출하면 계약이 종료될 수 있다”며 “기존 브랜드의 성장에만 기대기보다 국내 소비자의 반응을 보면서 다음 브랜드를 계속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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