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슈
'전쟁 틈타 부당이익 봤나' 석유화학 담합에 향하는 칼날
- 서울중앙지검 14일 OCI, PKC 등 경영진 8명 구속영장
PVC 등 석화 품목 수조원대 담합 의혹
정유업계 담합 협의도 재판 진행 중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검찰이 미국과 이란 전쟁을 틈타 ‘수조원대 담합’ 의혹을 받는 국내 석유화학업체 경영진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영진의 신병 확보 이후 담합 관련 구속 수사가 전반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이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유신 OCI 대표이사와 장영수 전 PKC 대표이사 등 8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LG화학과 한화솔루션, 애경케미칼, OCI, 롯데정밀화학, PKC, 유니드 등 7개 업체가 수년간 PVC(폴리염화비닐)와 가소제, 가성소다, 염산 등 8개 석유화학제품 품목의 가격 인상을 사전에 협의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 업체가 중동전쟁으로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시장 질서를 교란해 수조원 규모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5일 동시다발로 압수수색을 해 가격 결정 관련 장부, 내부 회의록, 전자 기록 등을 대거 확보했다. 이어 지난 10일에는 김 대표이사와 장 전 대표이사 등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기도 했다. 압수물 분석을 마친 검찰은 경영진에게 담합 모의 과정과 지시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나프타를 주재료로 하는 PVC는 건축자재, 파이프, 전선 피복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합성 플라스틱이다. 가소제는 PVC를 보다 부드럽고 유연하게 만드는 화학첨가제다. 전쟁으로 인한 중동 원유 수송이 막히고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나프타 수급이 전반적으로 쉽지 않았던 여파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조만간 화학업체 법인과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정식 기소가 이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미국·이란 전쟁 직후 정유사 담합과 관련한 법정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SK에너지와 2024년 7월부터 가격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전쟁이 발발하자 가격을 일시에 인상하기로 담합한 혐의로 지난 7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 가격결정부서 직원 2명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두 정유사의 담합 규모는 총 14조2000억원으로 조사됐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이들의 담합 가격을 참고해 인상한 점까지 감안하면 총 26조원 상당 담합 효과가 발생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유가를 폭등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HD현대오일뱅크 측은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영세업자인 자영주유소와 '전량구매' 방식으로 공급 계약을 맺어 유가를 띄운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측 역시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내달 22일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증인신문 계획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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