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올해도 조용히 못 지나간다”…잇단 금융사고에 은행장들 국감장 서나
- 지속되는 금융사고에 사고 해명 요구 커진 은행권
5대 금융지주 회장·은행장 국감 증인 신청…채택 여부는 미정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10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둔 은행권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올해 은행들이 잇따라 대규모 금융사고를 공시하면서 내부통제가 국감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5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에 대한 증인 신청도 이뤄지고 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실제 출석 여부는 국회 협의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출석해 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와 관련해 “고객이나 농업인 자산에 손실을 입혀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당시 강 행장의 출석은 농해수위 국감에서 이뤄진 것으로, 올해 정무위에 증인으로 은행장들이 출석할 가능성과는 별개로 풀이된다. 다만 올해 금융사고 규모가 커진 만큼 국감장에서 은행장들에게 사고 경위와 내부통제 대책을 직접 물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모양새다.
산은·기은, 같은 거래처서 잇단 사고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10월 8일 한국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두 은행에서 확인된 거래처 사기 혐의 사고의 발생 경위와 여신관리 실태에 질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지난 8월 거래처의 기업금융 관련 사기 혐의로 583억4799만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거래처의 기업금융 관련 사기 혐의와 관련해 경찰의 통지를 받고 사고를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도 같은 사건과 관련해 같은 달에 94억3971만원 규모의 사고를 공시했다. 기업은행이 밝힌 사고 발생 기간은 2021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4년 10개월이다. 하나은행에서도 동일 사건과 관련한 24억1738만원 규모의 사고가 확인됐다. 세 은행이 공시한 사고금액을 합하면 약 702억원이다.
공시된 사고금액을 확정 손실액으로 볼 수는 없고 수사 결과와 담보 회수 등에 따라 최종 손실 규모는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국감을 통해 사고와 은행의 대응체계에 대한 지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은 사고 규모뿐 아니라 은행들이 이를 인지한 경위에도 시선이 쏠린다. 산업은행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거래처의 사기 혐의를 파악했고, 기업은행은 다른 금융기관에 대한 수사 사실을 확인한 뒤 관련 여신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기업은행은 다른 사고에 대해서도 지적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발생 사실을 공시한 주요 금융사고 3건의 금액은 총 1110억3675만원이다. 지난 7월에는 중국 현지법인에서 확인된 833억7604만원 규모의 사고와 상가 분양 관련 182억2100만원 규모의 사고, 산업은행과 동일 거래처에 관한 94억3971만원 규모의 사고다. 거래 서류와 대출금 사용처를 확인하는 여신 심사부터 대출 이후의 거래처 관리까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국감 질의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원회에서도 은행장 증인 신청이 나왔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제3기 나라사랑카드 사업자 선정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기업은행장을 종합감사 증인으로 신청했다. 기업은행의 제안 내용과 평가가 공정한 기준에 따라 심사됐는지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7개월간 금융사고 47건·1708억원
은행권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금융사고 증가세가 확인된다. 은행권 최고경영자(CEO) 국감 출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 금융사고는 2023년 33건, 696억9000만원에서 올해 1~7월 47건, 1708억2000만원으로 늘었다. 올해 7개월간의 사고금액이 2023년 연간 금액의 두 배를 넘는다. 이찬진 금감원장도 금융사고 건수와 금액이 증가하고 사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며 내부통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특히 신한은행에서 2만5000여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되는 대규모 해킹 사고가 발생하면서 국감에서 은행권 전반의 정보 유출 사고와 방지 대책 등과 관련한 질의가 필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사고로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10월 1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과문을 통해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고객 여러분이 손해를 입게 되는 경우 책임을 다해 전액 보상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은행장들의 국감 출석 가능성도 관심사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종희 KB금융·진옥동 신한금융·함영주 하나금융·임종룡 우리금융·이찬우 NH농협금융 회장과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일단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과 가계대출 관리, 포용금융 등 금융권의 사회적 역할을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내부통제와 관련한 금융사고 대응 방안, 재발 방지책 등에 대해서도 질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은 증인 신청이 곧 출석 확정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민간 금융회사 CEO의 출석 여부는 정무위의 증인 채택 결과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주요 민간 금융회사 CEO의 출석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국감장에서 금융사고의 책임 소재와 개선책을 충분히 따지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도 금융사고가 지속된 만큼 은행장들의 출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인 채택 여부와 별개로 올해 국감에서는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문제를 파악한 경위를 따져볼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회장과 은행장들이 직접 국감에 나올 건지는 확실히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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