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4000명 청라로 모은 하나금융…함영주 ‘뉴하나 100년’ 승부수
- 10개사 2200명 합류…4000명 금융타운
데이터센터·캠퍼스 이어 14년 프로젝트 완성
생산적 금융·AI·디지털자산 신성장축 확대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서울을 떠나 인천 청라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하나금융지주를 비롯해 ▲은행▲증권 ▲카드 등 10개 관계사 임직원 약 2200명이 청라 그룹헤드쿼터(HQ)로 이동한다. 이미 청라에서 근무하고 있는 통합데이터센터와 하나금융티아이(TI) 인력 약 1800명을 더하면 4000명 규모의 금융·정보기술(IT) 인력이 한곳에 모이게 된다.
단순히 본사를 옮기는 데 그치는 것은 아니다. 서울 곳곳에 흩어져 있던 주요 계열사와 IT·데이터 인력을 한곳에 모아 계열사 간 칸막이를 낮추고 인공지능(AI)·디지털자산 등 미래금융 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하나금융이 그리고 있는 청라의 밑그림이다. 생산적 금융과 미래금융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내세운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경영 전략을 실행할 새로운 구심점이 청라에 마련되는 셈이다.
하나금융지주의 법적 본점 소재지는 9월 30일부터 서울에서 인천으로 변경됐다. 하나금융 정관은 본점 소재지 변경과 관련한 조항을 이날부터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데이터센터→글로벌캠퍼스→그룹HQ
하나금융의 청라행은 하루아침에 결정된 것이 아니다. 시작은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나금융은 스페인 산탄데르의 금융도시를 모티브로 인천 청라에 그룹의 주요 기능을 집결시키는 ‘하나드림타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첫 결과물이 2017년 문을 연 그룹 통합데이터센터다. 이어 2019년 두 번째 단계인 하나글로벌캠퍼스가 들어섰다. 그룹 인재 육성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위한 교육·연수 거점을 만든 것이다. 올해 마지막 퍼즐인 그룹HQ가 완성되면서 2012년 시작된 3단계 프로젝트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번 청라 HQ에는 하나금융지주를 비롯해 ▲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하나생명 ▲하나저축은행 ▲하나펀드서비스 ▲하나에프앤아이 ▲하나금융TI 등 10개 관계사 약 2200명이 순차적으로 이동한다.
특히 기존 청라의 통합데이터센터와 하나금융TI 등에 근무하는 약 1800명까지 합치면 하나드림타운 근무 인원은 약 4000명으로 늘어난다. 지주와 금융 계열사는 물론 그룹의 IT·데이터 기능까지 하나의 지역에 집적되는 구조다.
청라 이전을 계기로 서울과 청라의 역할도 재편됐다. 하나은행은 디지털·IT와 글로벌 관련 조직 등을 중심으로 청라에 배치하는 한편 외환 딜링룸 등 시장과 밀접한 일부 기능은 서울 을지로 본점에 남긴다. 서울의 고객·시장 접점과 청라의 그룹 통합·디지털 기능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이다.
한 건물에 10개사…‘물리적 통합’ 넘어 AX로
하나금융이 기대하는 것은 계열사를 한 건물에 모으는 것 이상의 효과다. 지주가 그룹 차원의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은행 ▲증권 ▲카드 ▲캐피탈 등 관계사가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 속도와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청라에는 이를 뒷받침할 디지털 인프라도 갖췄다. 하나금융은 SK텔레콤·삼성전자와 함께 금융권 최초로 5G 특화망을 실제 업무망에 적용한 그룹 공동 스마트오피스를 구축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15층까지 16개 층에 적용된 5G 특화망은 외부 통신망과 분리돼 있으며 등록된 업무 단말과 사용자만 접속할 수 있다. 고정 좌석과 유선망 중심이던 금융회사의 업무 환경에서 벗어나 프로젝트에 따라 직원들이 공간을 옮겨 협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향후 AI 기반 업무서비스와 AI CCTV, 모바일 사원증 등과 연계할 수 있도록 확장성도 고려했다.
하나금융TI는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해 그룹 전용 통신망의 구축부터 ▲운영 ▲품질관리 ▲장애 대응 ▲보안까지 직접 관리한다. 여기에 하나금융TI 산하 AI·데이터 싱크탱크인 하나금융융합기술원과 관계사 조직을 연결해 그룹 전체의 AX(AI 전환)를 가속한다는 계획이다.
AI와 데이터뿐만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도 미래 사업의 한 축이다. 통합데이터센터와 ▲IT회사 ▲AI·데이터 연구조직 ▲지주와 금융 계열사를 한 지역에 집결시켜 하나금융을 하나의 ‘통합 디지털 회사’처럼 움직이게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실적 기반 미래금융 확장…함영주 ‘2기’ 시험대
청라 시대 개막은 함 회장이 추진하는 사업구조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함 회장은 전통적인 은행 중심 금융을 넘어 생산적 금융과 AI·디지털자산 등 미래금융으로 그룹의 성장동력을 넓히고 있다.
하나금융은 올해 생산적 금융 공급 규모를 17조8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첨단 인프라·AI ▲직접투자 ▲핵심 첨단산업 ▲수출 공급망 등에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AI 분야에서는 금융업무에 특화된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해 ▲기업여신 ▲내부통제 ▲상담 지원 등에 적용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실적 기반도 갖췄다. 하나금융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약 2조4028억원이다. 6월 말 기준 누적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62%, 총자산은 713조4630억원을 기록했다.
관건은 물리적 집결을 실제 사업 시너지로 바꾸는 것이다. 4000명의 금융·IT 인력이 한 지역에서 일한다고 해서 계열사 간 장벽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AI·데이터와 ▲기업금융 ▲자산관리(WM) ▲글로벌 등에서 관계사 간 협업이 얼마나 빨라지고 새로운 사업으로 이어지는지가 청라 이전의 성과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은 청라 HQ 이전에 대해 “단순한 공간의 재배치를 넘어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혁신하는 대전환의 속도를 한층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손님·지역사회·직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아우르는 금융 대전환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그룹의 새로운 100년 역사를 그려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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