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엔비디아 320조·SK하닉 40조·삼성전자 15조, '자사주 매입 이후 성적표'
- SK하이닉스 40조 취득 전량 소각 정책 환영
주주환원 발표 후 주가 상승률 가장 높은 23%
엔비디아, 세계 최대 규모 자사주 320조 매입
삼성전자, 실망 매물 쏟아져 주가 하락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AI(인공지능) 가속화로 큰 수혜를 받고 있는 글로벌 업체들의 자사주 매입 행보가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다. 초호황기에 끌어모으고 있는 현금으로 대규모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가에도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사주 매입 이후의 성적표를 살펴봤다.
2일 반도체 대장주들의 자사주 매입 이후 주가 흐름 성적표는 SK하이닉스가 가장 좋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19일 장마감 이후 40조원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고, 이날까지 약 23%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8월 19일 150만원이었던 SK하이닉스 주가는 다음 날 개장과 함께 급등하더니 12.73% 상승 마감했다. 이후 180만원을 뚫었고, 현재 184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은 하방 지지선으로 작용하면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40조원 자사주 매수 후 ‘전략 소각’ 입장을 밝히면서 폭발적인 매수세가 몰리기도 했다.
SK하이닉스의 발행주식총수의 약 3.3%에 달하는 물량의 소각이 시장에서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연결되기도 했다. 주식수 감소 효과는 확실하게 주가에 반영되는 결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자사주 소각과 더불어 향후 3개년 잉여현금흐름(FCF) 환원 비율을 기존 50% 이내에 ‘50% 이상’으로 상향한다고 밝힌 것도 장기 투자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20일부터 자사주 매입 신고 물량인 2407만주 가운데 1835만주를 사들였다. 매입률은 76.24%이고, 매입 누적액은 32조514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하루 매입량은 약 60만∼65만주다. 남은 기간 같은 규모를 사들인다면 남은 물량 572만주를 약 8∼9거래일 내 매입을 완료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음으로 자사주 매입 이후 주가 성적표가 좋은 기업은 엔비디아다. 지난달 28일 1500억달러(약 204조원)라는 천문학적인 자사주 매입 추가 승인 이후 2.5% 이상 상승했다.
엔비디아의 1500억달러 추가 승인 규모는 미국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해당한다. 애플이 지난 2024년 5월 발표한 1100억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을 뛰어넘었다. 이에 4개월 전 발표한 자사주 매입 한도까지 더하면 엔비디아의 총 자사주 매입 승인 규모는 2350억달러(약 320조원)로 늘어난다. 4개월 전 자사주 매입 발표와 비교하면 지금까지 4.6%의 주가 상승 흐름이다.
엔비디아는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2028 회계연도까지 순차적으로 집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의 성장은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법한 AI와 가속 컴퓨팅으로의 플랫폼 전환에 이끌리고 있다. 강한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관련 기술에 투자하는 동시에 주주들에게 자본을 환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6.5배에 그치는 저평가 상황이 되자 엔비디아가 자사주 매입을 늘린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15년 평균 PER이 30배 수준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엔비디아가 주가를 방어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단행했다는 의미다.
약 7500조원으로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비디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잉여현금흐름 중 절반 이상을 주주환원에 투입한다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역대 최대 자사주 매입 단행은 젠슨 황 CEO가 미래 성장에 대한 강한 확신을 주주들에게 보여주는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고 있다. 15조원으로 3개 업체 중 자사주 매입 규모가 가장 작았고, ‘전량 소각’도 아니어서 매물이 쏟아진 측면이 없지 않다.
삼성전자는 8월 24일 주주환원책을 발표했는데 전날 28만1500원이었던 주가가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25만원대로 급락했다.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지금까지의 주가 변동률은 –2.3%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27만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신규 취득 자사주에 대한 즉각적 전량 소각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임직원 주식 보상재원(RSU)까지 포함되면서 단기 매물이 쏟아졌다. 이후 삼성전자는 약세를 극복하고 27만원대까지 다시 회복하는 흐름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24일부터 11월 21일까지 5328만5968주를 매입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초 계획보다 50일이나 당겨 자사주 예고 매입을 완료했다. 지난 8월부터 자사주 누적 매입률은 100.96%로, 물량 기준으로는 당초 계획을 초과 달성했다.
이 기간 자사주 매입 금액은 14조1565억원이다. 삼성전자는 매입 누적액이 15조원에 이를 때까지 자사주 매입을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PER 12.36배를 보이고 있다. 이는 엔비디아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수치라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 달리 메모리 업황에 크게 의존하는 기업이라 높은 수준의 PER을 받기 힘들겠지만 파운드리 흑자 전환 및 HBM(고대역폭 메모리) 주도권 확보 시 추가 상승도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다.
SK하이닉스의 경우 PER가 8.18배에 머물고 있어 이들 업체 중 가장 저평가된 수치를 보이고 있다. 경쟁사인 마이크론의 PER가 24.83배인 것을 고려하면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 여력도 충분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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