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그들은 왜' 수십 년 된 사명 바꾸고, 브랜드 집어넣나?
- 글로벌 시장 겨냥 사명 변경 전략 뚜렷
동국제약, DK 센텔리안으로 사명 변경 추진
HD현대, 중공업 버리고 젊은 이미지 변모 성공 사례
SK, LG도 글로벌·미래 전략 차원 브랜드 통합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수십 년의 전통을 깨고 사명을 과감히 바꾸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 공략과 정체성 각인을 위해 브랜드를 사명으로 교체하는 현상도 시선을 끌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의 사명 변경이 두드러지고 있다. 먼저 동국제약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어 DK 센텔리안(Centellian)으로 사명 변경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DK는 ‘동국’의 헤리티지를 잇는 이니셜이고, 센텔리안은 마데카솔의 주원료인 병풀(센텔라아시아티카)에서 유래한 단어다. 센텔리안24라는 더마코스메틱의 브랜드로 더 널리 알려졌다.
동국제약은 1968년 설립 이후 줄곧 사명을 유지했다. 사명 변경이 내달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통과하면 58년 만에 사명이 바뀌게 된다. 50주년에 맞춰 사명 변경을 검토한 적이 있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오랫동안 준비하고 고심한 끝에 결단을 내렸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DK'는 58년간 동국제약이 걸어온 시간과 과학적 신뢰, 변하지 않을 기업의 뿌리를 의미하고, '센텔리안'에는 미래 지향적인 가치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보통 영문 이니셜이 사명에 포함될 경우 ‘이니셜’은 기업이나 그룹의 정체성을 의미하고, 뒤에 붙는 단어는 ‘업종’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대입할 경우 DK는 동국의 역사·전통·신뢰를 담고 있고, 센텔리안은 뷰티·헬스케어 업종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에 이번 사명 변경은 동국제약이 앞으로 뷰티·헬스케어 영역 확장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동국제약은 일본과 미국 등 해외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뷰티·헬스케어의 확장을 위해 사명 변경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의약품 사업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치료와 예방 분야도 지속적으로 병행한다는 입장이다.
사명 변경은 기업의 ‘백년대계’인 셈이라 신중을 기해야 한다. CI(Corporate Identity) 변경을 시작으로 대외적인 기업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라 중요한 미래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동국제약의 경우 오랫동안 사명 변경을 고려하면서 새로운 CI도 함께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대 그룹 중에서 가장 최근에 사명을 교체한 건 HD현대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지난 2022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HD현대그룹으로 새출발을 알렸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다소 무겁고 투박한 중공업의 이름을 과감히 바꾸면서 젊은 이미지를 도모하며 새로운 이름을 각인시키고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준 이사장이 현대중공업의 50년을 이끌고 왔다면 정기선 회장은 ‘향후 50년’의 새로운 미래 도약을 다짐하며 HD현대를 내세우고 있다.
SK와 LG도 각각 선경, 럭키금성에서 유래됐다. 글로벌 전략과 그룹 브랜드 통합 차원에서 CI 변경이 이뤄졌다. LG가 1995년, SK가 1998년 사명을 바꾸면서 새로운 CI를 전 계열사에 적용했다.
브랜드를 사명으로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하이트진로가 대표적이다. 하이트 맥주가 대히트를 쳤고, 1998년 회사 이름을 브랜드명인 하이트맥주로 공식 변경했다. 이어 2011년 소주 브랜드 진로를 인수한 이후에는 하이트진로라는 통합 사명이 탄생했다.
패션 기업 중에서는 젝시믹스가 브랜드명을 기업 사명으로 변경한 대표적 사례다. 기존 기업명은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이었는데 지난 2025년 시장에서 인지도와 대표성이 가장 높은 브랜드 ‘젝시믹스’로 사명을 일치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 한국 기업명은 한자로 지어진 것들이 많아 글로벌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발음하고 기억하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글로벌 전략에 따른 영문 이니셜 사명 변경이 이뤄졌다”며 “브랜드를 사명으로 바꾸는 건 고객과 주주들에게 직관적인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고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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