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대체거래소 성장 가로막는 15% 한도…규제 완화 시험대
- 출범 당시 796개서 603개로 감소…거래 활발할수록 제외 가능성
시장 전체 15%·종목별 100% 한도 이중 규제…업계 “제도 개선 필요”
26일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범한퓨얼셀과 듀켐바이오는 이날부터 넥스트레이드 거래가 중단된다. 한국거래소 정규장과 애프터마켓에서는 정상적으로 거래할 수 있지만,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오전 8시~8시50분)과 메인마켓, 애프터마켓에서는 당분간 매매할 수 없다.
이번 조치는 두 종목의 거래량이 규제 한도에 근접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일 넥스트레이드 애프터마켓 종료 기준 최근 6개월간 한국거래소 대비 넥스트레이드의 누적 거래량 비율은 범한퓨얼셀 99.33%, 듀켐바이오 99.47%로 집계됐다. 현재 적용되는 종목별 거래량 한도인 100%에 육박한 수준이다. 특히 최근 10거래일간 일평균 거래량 비율은 범한퓨얼셀 116.84%, 듀켐바이오 108.82%에 달했다. 최근 거래 추세가 이어질 경우 한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지자 선제적으로 거래 중단 조치를 내린 것이다.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ATS의 일평균 거래량을 한국거래소 대비 시장 전체 15%, 개별 종목 3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개별 종목의 30% 한도 적용을 유예한 데 이어 지난달 유예 기간을 내년 9월까지 연장했다. 이에 따라 현재는 금융당국의 비조치의견서에 근거해 개별 종목에 100% 한도가 적용되고 있다. 법령상 30% 규제의 적용을 유예했지만, 거래량이 한국거래소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허용한 것은 아니다.
넥스트레이드가 거래량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일부 종목의 거래를 중단한 것은 이번까지 총 11차례다. 지난 4월 한국정보통신을 시작으로 6월 SK이터닉스, 8월 티엑스알로보틱스와 더본코리아 등이 거래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달 30일부터는 보안 관련주 에스투더블유(S2W)의 거래도 연말까지 중단된 상태다. 이 같은 조치가 반복되면서 출범 당시 796개였던 거래 대상 종목은 603개로 줄었다.
문제는 거래가 활발한 종목일수록 거래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특정 테마에 투자 수요가 집중되면 넥스트레이드의 거래량 비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규제 한도에 근접하면 거래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래 수요가 높은 종목을 원하는 시간대에 매매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을 통해 거래 시간을 확대하고 투자자의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대체거래소 도입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갑작스러운 거래 중단으로 증권사에 불편을 호소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프리마켓에서 거래하던 종목이 별다른 예고 없이 거래 대상에서 제외되자 민원을 제기하거나, 거래 중단을 투자경고 등 별도의 시장 조치로 오해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중단이 넥스트레이드에만 적용되는 만큼 한국거래소에서는 계속 거래할 수 있지만, 시장별 거래 가능 종목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불편은 불가피하다.
향후 거래 중단 종목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일 기준 넥스트레이드의 한국거래소 대비 누적 거래량 비율이 90%를 넘은 종목은 범한퓨얼셀과 듀켐바이오를 포함해 총 17개로 집계됐다. 이들 종목의 거래량이 계속 늘어날 경우 추가적인 거래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 거래 대상 종목이 줄어들수록 넥스트레이드의 투자 매력과 거래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장 전체 거래량 한도 역시 규제 완화 논의의 핵심이다. 현행 15% 한도는 ATS의 시장 점유율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해 한국거래소와의 경쟁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종목별 한도를 완화하더라도 시장 전체 한도가 유지되면 거래가 특정 종목에 집중될 때 다른 종목의 거래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 시장 전체와 개별 종목에 한도를 중복 적용하는 현행 체계가 복수 거래시장 간 경쟁을 촉진하는 데 적절한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규제 완화가 시장 안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거래가 여러 시장으로 분산되면 시장별 유동성 격차가 커질 수 있고, 가격 형성과 시장 감시 체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규제 한도를 일률적으로 높이기보다 거래량과 유동성, 시장별 가격 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도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체거래소 출범 이후 거래 시간과 시장 선택권이 확대됐지만, 거래량 규제가 실제 운영 과정에서 새로운 제약으로 드러나고 있다. ATS의 경쟁을 촉진하면서도 시장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를 확보할 수 있도록 시장 전체 한도와 종목별 규제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체거래소가 한국거래소와 경쟁하며 거래 시간과 투자자 선택권을 확대하려면 거래량 규제가 시장 운영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시장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거래 수요가 있는 종목이 일률적으로 거래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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