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Stock] 주도주에 올라타거나 쉬어라

[Stock] 주도주에 올라타거나 쉬어라

유동성 장세의 변화는 정책 변경이 촉발하곤 했다. 이미 이머징마켓 국가들은 금리를 크게 올렸고, EU(유럽연합)도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사진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ECB(유럽중앙은행) 앞에 있는 유로존 상징물.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선진국 주식시장의 활황에다 1분기 실적이 힘을 보탰고 여기에 유동성까지 한몫하고 있다. 현재 주가 상승은 길게 보면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0월 이후 대세 상승의 연장이다.

짧게 보면 지난해 9월 이후 유동성 장세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이는 어느 정도 상승이 예상되었다는 의미다. 금융위기 직후 사상 최대의 유동성 공급과 저금리 정책을 편 만큼 돈이 주식을 비롯해 각종 투자 상품의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이었다.



네 번의 대규모 유동성 장세1985년 이후 우리 시장에는 네 번의 대규모 유동성 장세가 있었다. 평균 5년에 한 번 나타날 정도로 흔하지 않다는 의미가 되는데 특히 현재는 과거 어느 때보다 유동성 규모가 커 주가 상승도 커질 여지가 있다.

첫 번째 유동성 장세는 1988년 10월에 시작돼 1989년 4월까지 계속됐다. 주가는 670 선에서 1000 선까지 49% 상승했다. 유동성 장세가 시작되기 전에 종합주가지수는 150 선에서 670 선까지 2년 반에 걸쳐 상승했다. 유동성 장세의 시작은 금융 및 금리 자유화를 위한 정책이었다. 정부가 1980년대부터 시중은행 민영화와 외국인 합작 시중은행 설립을 허용해 부분적으로 금융 자율화를 추진한 데 이어 1989년 12월부터 금리 자유화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상승했다. 금리 자유화를 위한 선행 조치로 유동성을 늘려야 했기 때문이다.

1989년 4월 첫 번째 유동성 장세가 끝났다. 특별한 요인이 있었던 건 아니고 주가가 과다하게 올라 경제의 기본 체력과 괴리가 생긴 게 하락 요인이었다. 당시 경제는 모든 부문에서 약화된 반면, 주가가 올라 고주가 부담을 견디기 힘든 상황이었다

두 번째 유동성 장세는 1994년 9월 시작되어 10월 말에 마무리됐다. 유동성이 유입되는 동안 주가가 940대에서 1150대까지 22% 상승했다. 유동성 장세 시작 전에도 주가는 460 선에서 배 이상 올랐었다. 1994년 유동성 장세의 힘은 1년 전 금융실명제를 시행하면서 공급됐던 돈이었다. 여기에 대외적으로 반도체 경기가 호황을 거듭하고 중국 특수가 겹친 것도 배경이었다.

유동성 장세는 정책이 변경되면서 마무리됐다. 1994년 10월 한국통신 주식 중 일부를 일반에 공개 매각했는데, 당시 입찰 보증금으로 4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많은 유동성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정부가 자금 회수에 나섰고 주가가 떨어졌다. 주가가 많이 오른 점도 부담이었다. 1993년 시작된 업종 대표주의 상승은 1년 사이에 SK텔레콤 6배, 삼성전자 5배, 포스코 4배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었다.

세 번째는 1999년에 있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1998년 중반부터 대규모 자금을 풀었고,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1998년 말부터 경기가 안정을 찾으면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들어와 유동성 장세가 시작됐다. 당시 주가 움직임에는 유동성 장세 직전 사전 조정 같은 형태가 없었는데 주가 상승이 워낙 빨라 이 과정이 생략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이 2007년이다. 주가는 1400에서 시작해 2000까지 40% 가까이 상승했으며 상승 기간은 5개월이었다. 유동성 장세가 시작되기 전 주가는 520에서 세 배 가까이 올랐고 바로 직전인 2006년에는 1년 가까운 휴식 기간을 가졌었다. 상승 동력은 투신사 펀드 유입 자금이었다. 유동성 장세가 끝난 후 주가는 1차 1500까지 하락했다가 미국 금융위기와 함께 크게 떨어졌다.

앞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의 대규모 유동성 장세는 장기 상승 트렌드의 마지막 국면에 주로 나타났다. 유동성 장세가 시작되면 주가는 짧은 시간에 강하게 상승하며, 유동성 장세가 끝난 이후 주가는 유동성 장세가 시작되기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떨어지는 특징이 있었다. 또 한번 상승을 시작하면 최소 30% 이상 오르는 게 대부분이었다. 이번 유동성 장세의 시작점을 1700 부근으로 보면 아직 상승률이 최소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유동성 장세에 실적까지 겹쳐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계속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 2~3년간 세계에 공급된 유동성이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주가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과거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되면 주가는 빠르게 하락했다는 점과 최근 시장에서 호재에 대한 민감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점, 그리고 종목별 차별화가 극단적인 형태까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나쁘게 보면 이 모두가 주가 상승이 최고 수준에 도달한 후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갑작스럽게 변동이 시작될 수도 있다.



갑작스러운 변곡점 출현 유의해야유동성 장세 변화는 정책 변경이 촉발했다. 이미 이머징마켓 국가들은 금리를 크게 올렸고, EU(유럽연합)도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6월이면 미국의 양적완화가 철회될 가능성이 크다. 정책 변경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인데 여기에 주가까지 높다면 상당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종목별 흐름에서도 유동성 장세의 특징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쏠림 현상이 대표적인 형태다. 2000년 IT, 2007년 조선주와 같이 유동성 장세가 본격화되면 특정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 상승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금은 주가가 높아 선택의 대안이 많지 않은 상태여서 편중 매매를 통해 어려운 국면을 타개해 가고 있다. 여기에 실적까지 양분화되고 있어 차별화를 더 부채질하고 있는데 이 같은 주가 흐름은 이번 상승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주식을 선택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주가가 올랐지만 지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종목을 사야 한다. 주도주가 바뀌는 것은 시장이 상승을 끝낸 뒤 조정에 들어간 후다. 자동차와 화학으로 이루어진 주도주군은 이미 다른 것으로 교체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주가가 이 단계에 들어가면 자기 힘에 못 이길 정도까지 가격 상승이 계속되는 것이 보통이다. 선도주의 상승이 어느 정도에서 마무리될지 예단하기 힘들다. 지금은 투자를 하려면 주도주에 편승하고, 주도주를 사지 않으려면 투자를 쉬어야 하는 때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공연이 만들어지기까지...제작자의 끝없는 고민

2‘순천의 꿈’으로 채워진 국가정원… 캐릭터가 뛰노는 만화경으로

31분기 암호화폐 원화 거래, 달러 제치고 1위 차지

4중동 이슈에 출러이는 亞증시…달러·유가만 '고공행진'

5'2000명 증원' 물러선 정부 "내년 의대 신입생 자율모집 허용"

6중동서 전쟁 확산 우려에 국내 건설사들…이스라엘·이란서 직원 철수

7크로커다일 캐리어, 국내 최다 4종 캐리어 구성상품 런칭

8이스라엘-이란 전쟁 공포 확산에 환율 출렁…1380원대 마감

9노용갑 전 한미약품 사장,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으로

실시간 뉴스

1공연이 만들어지기까지...제작자의 끝없는 고민

2‘순천의 꿈’으로 채워진 국가정원… 캐릭터가 뛰노는 만화경으로

31분기 암호화폐 원화 거래, 달러 제치고 1위 차지

4중동 이슈에 출러이는 亞증시…달러·유가만 '고공행진'

5'2000명 증원' 물러선 정부 "내년 의대 신입생 자율모집 허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