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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아파트 저층의 화려한 변신

[Real Estate] 아파트 저층의 화려한 변신

필로티 위의 테라스가 돋보이는 광주 광천 e편한세상 아파트.

최근 광주광역시 광천 e편한세상 아파트 1층에 입주한 강모씨는 이 단지 1층 가구에만 제공된 개인 테라스 공간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그는 “고급 단독주택의 쾌적함과 아파트의 편리함을 모두 누리고 있다”고 자랑한다. 이 단지 1층의 전용면적 84㎡ 아파트에는 개인 테라스 공간 38㎡가 조성됐다.

답답한 전망, 적은 일조량, 사생활 침해 등으로 같은 단지 내에서 미운 오리 신세였던 아파트 저층이 백조로 변신하고 있다. 분양대행업체 이삭 디벨로퍼의 김태석 사장은 “고령인구 증가로 저층을 선호하는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만큼 건설사들이 저층부 특화 설계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층부 특화 설계에 주력1층을 필로티(벽 없이 기둥만 있는 구조)로 조성하는 설계는 일반화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최근 분양한 서울 강서 힐스테이트는 37개 동 중 30개 동에 필로티를 도입했다. 지형에 따라 1층 높이가 3.5~9m로 다양하다. 최근 인천 송도에서 분양된 송도 더샵 그린스퀘어도 필로티 높이가 6m다. 3층 높이에 1층을 넣은 것이다. 전주 송천 한라비발디는 모든 동에 필로티 설계를 적용하고 1층에 입주민 편의공간인 로비라운지를 설치했다.

최근에는 아파트 저층부를 특화 설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서울 전농동의 래미안 전농 크레시티 아파트를 선보이면서 경관 녹지를 조망할 수 있는 1층을 공개했다. 필로티 구조로 실제 1층은 2층부터 시작되도록 설계했고 저층 가구들의 조망권 확보를 위해 지상에는 휴양림과 소규모 공원 등을 설치했다. 회사 관계자는 “주차장을 지하로 옮기고 지상 공간은 휴양림, 소규모 공원 등 조경 시설을 조성해 1층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조망권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수요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외부인의 접근이 상대적으로 쉬어 도난 우려가 컸던 게 아파트 저층의 단점 중 하나였다. 이런 단점도 속속 보완되고 있다. 부산시 사하구 다대동에 들어서는 다대 롯데캐슬 블루의 경우 아파트 모든 층에 거실 동체감지 센서를 적용했고 최저 2개 층에는 적외선 감지기를 설치했다. 적외선 센서를 통해 침입자를 조기 발견할 수 있어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동부건설이 인천 계양구 귤현동에서 분양하는 계양센트레빌 2차는 저층 가구의 사생활보호 강화에 역점을 뒀다. 1~2층의 거실창문을 컬러강화유리로 시공해 안에서는 밖이 잘 보이는 반면 밖에서는 실내가 잘 보이지 않게 설계했다.

채소를 심고 텃밭을 가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아파트도 있다. 피데스개발과 우미건설이 분양하는 목포 우미 파렌하이트 아파트는 1~3층 입주자에게 특별한 서비스 공간을 제공했다. 1~2층에는 화단 등으로 이용할 수 있는 20㎡의 서비스 면적을 제공하고 1~2층의 늘어난 면적으로 인해 3층은 자연스럽게 테라스 공간을 얻게 된다. 롯데건설은 서울 불광 롯데캐슬 1~2층을 테라스하우스처럼 조성했다.

경사진 지형을 살려 필로티 위 1~2층을 테라스하우스 스타일로 설계한 것이다.

테라스 공간만 가구당 53~60㎡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아파트라기보다 단독주택 같은 구조 때문에 로열층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고 말했다. 광주 광천 e편한세상은 전체 동을 5.2m 높이의 필로티로 받친 뒤, 1층 82가구에 38~72㎡의 테라스 공간을 제공했다. 입주자 취향에 따라 정원, 휴식공간, 자녀 놀이터 등으로 이용할 수 있다. 현대엠코는 저층부에 가구별 주차장과 미니정원을 제공하는 평면을 개발해 앞으로 분양하는 아파트 일부에 적용할 계획이다.

저층의 실내 층고를 특별히 높이는 경우도 있다. 인천 당하동 검단 힐스테이트 4차는 1~2층 층고를 2.6m로 높였다. 또 기준층보다 분양가를 10% 낮춰 가격 혜택도 추가했다. 서울 전농동 래미안 전농 크레시티는 1층 전 가구의 층고를 2.4m로 설계해 일반적인 층고 2.3m보다 개방성이 좋게 했다.

저층을 복층형으로 설계하는 것도 최신 유행이다. GS건설은 흑석3구역 재개발 아파트에 복층형 다락방을 선보인다. 복층형 거실 부분 천장을 약 5m로 높여 그 위에 다락방을 놓는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에서 분양 중인 이시아폴리스 더샵 2차는 1층 아래 공간을 서재, 영화감상실, 다용도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스튜디오룸으로 설계했다.

분양가는 기준층이 3.3㎡당 640만원, 스튜디오룸을 넣은 1층이 510만원대로 더 싸다. 삼성물산도 지난해 말 광교신도시에 분양한 광교 래미안의 1층 일부 가구를 복층으로 꾸몄다. SK건설은 최근 아파트 1, 2층의 층고를 5m로 다른 층의 2배로 높이고 건물 평면도 다양화한 설계를 저작권 등록했다. SK건설은 이 평면들을 내년 분양할 아파트에 적용할 계획이다.



1층을 복층으로 꾸미기도기존 아파트에서도 ‘저층의 재발견’이 이뤄지고 있다. 일반적인 저층은 외부에서 집 안이 들여다보여 사생활 보호에 취약하고 나무나 앞 동이 햇빛을 가려 일조권이 좋지 않은 게 단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은 장점도 많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편리하다. 또 어린 자녀를 키우기 위해선 1층만 한 곳이 없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모 아파트 8층에 살다 최근 1층으로 이사한 김모씨는 “아이들 뛰노는 소음 때문에 아래층 입주민과 갈등이 커 이번에 일부러 1층을 골라 이사했다”며 “5세, 6세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데 이제는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고 소리 지를 필요가 없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땅의 기운을 받는 데도 저층이 물론 유리하다.

조경공간이 뛰어난 단지에서는 저층을 선호하는 가구가 특별히 많다. 단지 내 명품 소나무 2200여 그루가 식재된 GS건설의 일산자이 단지의 경우 소나무 조경이 가능한 저층이 인기를 끌었다. 분양대행업체 더감의 이기성 사장은 “일산 자이의 경우 한 동이 28~29층 높이인데 5층부터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통상 로열층은 전체 층의 중간층, 예를 들어 30층의 아파트라면 15층이 로열층인데 조경 때문에 로열층의 높이가 확 낮아진 것이다. 분양대행사 타이거하우징 김태욱 사장은 “아파트 설계 기술의 발전으로 1층 등 저층이 중간층 못지않은 인기를 끄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며 “기존 아파트 단지에서도 다른 층에 비해 저평가됐던 저층이 제 대접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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