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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es] 증시 침체기에 주식 물려준다

[Riches] 증시 침체기에 주식 물려준다

서울 청담동의 주식투자자 A씨는 요즘 괴롭다. 증시 조정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그동안 투자한 주식값이 반토막 나기 시작해서다. 특히 한진해운, OCI, 미래에셋증권 등이 상대적으로 하락 폭이 컸던 종목이다. A씨는 주가 하락기를 활용하기 위해 자신의 주식을 외아들인 B씨에게 증여하기로 했다.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의 상속증여세법상 평가 방법은 증여 전후 2개월간 주가의 평균가액으로 결정한다. 예를 들어 10월 24일이 상장주식 증여일이라면 8월 25일부터 10월 24일까지 증여일 전 2개월 주가와 10월 25일부터 12월 23일까지의 증여일 후 2개월 주가의 평균치를 상속증여세법상 시가로 계산하는 것이다.

8월 초 하락하기 시작한 주식의 주가 하락을 활용하려면, 10월 초 이후에 상장 주식을 증여하면 상속증여세법상 평가액이 현저히 떨어져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유행했던 저평가 주식의 증여를 통한 절세 전략이 3년 만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금융위기 당시 8만원대에 매입했던 현대자동차 주식이 4만원 밑으로 반토막 나자, 신입사원이던 아들에게 과감히 주식을 증여했고, 그 주식이 올해 20만원을 넘어가서 결혼자금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다던 친구의 무용담을 들었던 A씨도 이번 주가 하락기를 저평가된 우량 주식의 증여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증여자가 보유하고 있지 않던 주식도 상속증여세법상 전후 2개월 주가의 평균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절세를 위해 이런 상황을 일부러 연출할 수도 있다. 현금 10억원을 증여하는 것보다 지난 2개월간 주가가 많이 하락했지만 향후 상승할 여력이 큰 주식을 매입해 증여하게 되면 더 적은 세금을 내면서 더 많은 자산을 증여할 수 있다. 물론 증여한 이후 2개월간의 주가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우량 주식의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되기 쉬운 주식시장 침체기에는 어렵지 않게 그런 주식을 선택할 수 있다.



증여일 전후 2개월 평균값이 기준서울 방배동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C씨는 5월 말 효성 주식을 자녀에게 증여했었다. C씨가 연초에 11만원가량에 매입했던 효성의 주가가 6월 초 7만9800원까지 약 30% 넘게 하락했다. 그러자 효성의 주가가 장기적으로는 큰 폭으로 올라 C씨의 매입가격 이상까지 오를 것이라고 판단해 이 주식을 세 자녀에게 증여한 것이다. 이후 효성의 주가는 상당 부분 회복해 8월 초에는 9만5100원까지 올랐다.

증여를 받은 C씨의 자녀가 납부해야 할 증여세를 계산하기 위해 주가의 흐름을 살펴보니, 4월 초부터 8월 초까지의 증여일인 6월 초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간 효성의 주가 평균은 약 8만9000원 정도로 산출돼 이를 바탕으로 자녀의 증여세를 신고하려고 했다. 8월 초까지의 주가로 증여재산의 평가금액은 결정되었지만, 증여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내에 증여세를 자진 신고하면 산출 세액의 10%를 세액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C씨는 9월 말까지만 신고를 하면 된다.

주식을 증여했지만 아직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은 C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효성의 주가 추이를 면밀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충분히 하락했다고 판단했던 주가는 8월, 9월 내내 계속 떨어져 9월 말에는 5만원대 초반까지 또다시 큰 폭으로 하락하고 말았다. C씨는 증여세 신고 평가가액보다도 40%가량 더 떨어진 주가를 바라보며, 또 다른 절세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바로 ‘증여받은 후에 증여받은 재산(금전 제외)을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따라 증여세 신고기한 이내에 반환하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본다’는 세법 조항을 활용한 것이다. 아버지 C씨의 증권계좌에서 자녀의 증권계좌로 6월 초에 증여돼 입고된 주식을 9월 말일 이전에 다시 증여자인 아버지 C씨의 증권계좌로 반환하면 애초 증여를 없었던 것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초의 증여를 무효화하고 새롭게 다시 주식을 싼 가격에 증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8월~9월처럼 주가 하락기에는 반환받은 주식을 다시 증여하면, 그 평가가액을 훨씬 낮게 산정해 증여세를 납부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해지는 것이다.



증여세 신고기한 안에는 취소 가능다만 증여세 신고기한이 지난 후 3개월 이내에 증여를 취소하게 되면 애초 아버지가 자녀에게 증여한 것에 대한 증여세는 납부해야 한다. 자녀가 아버지에게 반환한 것에 대해서는 증여로 보지 않아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또한, 증여세 신고기한이 지난 후 6개월 이내에 증여를 취소하면 증여한 것과 반환한 것 모두에 대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하니 주의해야 한다.

증여세율은 10(과표 1억원 미만)~50%(과표 30억원 초과)로 다른 세금에 비해 상당히 높은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 때문에 작은 절세 전략 하나에도 강남 부자들은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상장 주식은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주식의 평가 시점을 언제로 정하느냐에 따라 평가 가액이 몇십%씩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증시 하락기에는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의 오너뿐 아니라, 강남의 큰손 투자자도 최적의 증여 시점을 찾아 저평가된 주식을 자녀에게 증여한다. 한국의 대기업이 이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우량 주식이라는 걸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환경 변화에 따른 주가 하락에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이 시기를 활용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에서는 최대주주의 주식 증여 때 일반적인 소액주주 투자자가 증여할 때와 달리 할증 평가해 세금을 무겁게 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최대주주가 증여할 때 그 증여가액에 10% 할증 평가를 하고, 50% 이상 주식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증여할 때는 그 증여가액에 15%를 할증 평가한다.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의 최대주주가 증여할 때 증여가액에 20% 할증평가를 하고, 50% 이상 주식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증여할 때는 증여가액에 30%를 할증 평가한다. 그런데 조세특례제한법에 의거해 2012년 12월 31일까지는 중소기업 최대주주의 증여 때 10%, 15% 할증 과세되는 조항을 면제해 주고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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