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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은 어디로 - 김정은 체제 안착 여부에 관심

부동산 시장은 어디로 - 김정은 체제 안착 여부에 관심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12월 20일 오후. 북한과 가장 가까운 버스터미널로 유명한 경기도 파주시 문산시외버스터미널 인근 S공인 사무실의 김모 사장과 근처에서 다른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박모 사장은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김 사장이 장난스런 목소리로 “(김정일이 사망했는데) 지금 저쪽 건너가서 땅 사야 하는 거 아냐.”고 운을 떼자 박 사장은 “그랬으면 좋겠다”고 웃어 넘겼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매수세가 더 위축되고 말 것도 없이 이미 거래가 너무 침체돼 있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이곳 주변엔 문산시외버스터미널 앞을 지나는 문향로를 따라 10여 개의 중개업소가 늘어서 있다. 방문객을 찾기 힘들었고 중개업자조차 자리를 비운 곳이 많았다. 서너 곳은 아예 불을 끄고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도로변의 B공인 관계자는 “공장부지, 전원주택용 땅 등 토지거래는 한 달 기준 이곳 10개 업소 당 1건 정도 있을 것”이라며 “이미 시장 자체가 침체돼 거래가 안 되는 게 문제지 북한 상황이 달라졌다고 크게 변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파주에서도 긴장감 찾기 어려워며칠이 지난 12월 22일 오후 고양시 일산동구 ‘교하신도시 한라비발디’ 견본주택. 분양대행업체에서 나온 몇몇 직원을 제외하고 방문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분양대행업체 좋은집의 김성진 부장은 “최근 한두 달 사이엔 하루 4~5개 팀 정도로 방문객이 많지 않다”며 “김정일 사망 이후에도 별로 달라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상담을 위해 방문했다는 조모씨는 “그동안 북한과 관련한 사건이 많았지만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 변수가 집을 사는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 사망 사태에도 부동산 시장은 별다른 동요를 찾아보기 힘들다. 북한과 맞닿아 있는 파주조차 긴장감은 없었다. 파주 와동동 행운플러스공인 이상인 사장은 “김정일 사망 소식이 전해진지 며칠이 지났지만 집주인이나 매수자들로부터 어떤 특이한 반응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북한 위험 자체로 부동산 시장이 크게 반응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과거 김일성 주석 사망, 연평도 포격 등 북한과 관련한 사건이 터졌을 때 부동산 시장이 별다른 동요는 없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김일성이 사망했던 1994년 7월 전후 전국 집값은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그해 4월부터 7월까지 월평균 0.1%씩 하락하던 집값이 8월 0.1%로 반등했고, 9월엔 0.2% 올랐다. 당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 아파트가 대거 입주하면서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었으나 오히려 안정세를 보였다. 연평도 포격사건이 일어났던 2010년 11월의 경우도 시장은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전세난 등에 따라 오히려 0.4% 뛰었고, 그 이후도 소폭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없을 것이란 판단이 지배적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지금까지 북한 위험이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바꿀 정도로 영향력을 미치진 못해왔다”며 “이번에도 특별히 다를 것 같진 않다”고 전망했다. 중앙일보 조인스랜드에 따르면 김정일 사망 직후인 12월 셋째주(16~22일) 서울 집값은 변동이 없이 보합세(0%)를 기록했다.

경기도 집값은 하락폭을 오히려 더 줄였다. 전주 변동률이 마이너스 0.02%였으나 마이너스 0.01%로 낙폭이 감소했다. 특히 북한 접경지역인 파주시의 경우 집값은 보합세(0%)를 보였는데 전셋값은 0.02% 오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비에셋 곽창석 사장은 “언론을 통해 혼란 없이 김정은 체제로 안착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부동산 시장 반응도 아직 특별히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가뜩이나 거래가 크게 줄어든 부동산 시장인데 더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은 커진다. 남북관계가 안갯속에 쌓이면 아무래도 매수심리는 더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불투명한 남북관계로 금융시장이 얼어붙고, 부동산 대출이 축소되며, 매수심리가 더 악화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3년 넘게 침체를 겪은 부동산 시장이 앞으로 단기간에 회복되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가뜩이나 유럽 재정위기 불안과 거시경제 악화 우려로 시장 전망이 어두운데 불확실성을 하나 더 보탠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매수세가 더 위축되면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남북 경협사업에 호재될 수도당장 새 아파트 분양 청약결과가 기대만큼 좋지 않자 이런 불안이 더 커진다. 올 연말 최대 관심 아파트로 꼽힌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텐즈힐,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 등은 대부분 1순위에서 모집 가구수를 채우지 못하고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건설사 관계자는 “김정일 사망 효과라고 보긴 어렵겠지만 전반적으로 침체된 시장에 불확실성이 더해져 기대만큼 청약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건설 부동산 업계엔 호재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용석 연구위원은 ‘김정일 사망이 건설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 안보 위험이 커져 건설업 신규 투자가 감소하고 소비 위축 현상이 나타나면서 부동산 경기가 더 침체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북한이 경제 재건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그동안 중단됐던 각종 개발사업과 남북 경협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정은 체제가 자리 잡기 위해선 경제 살리기가 절실하며 결국 2007년 ‘10.4 공동선언’에 언급된 건설협력안을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0.4 공동선언’에는 해주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개성공업지구 2단계 개발 착수, 개성~신의주 철도 공동 이용을 위한 개보수, 개성~평양 고속도로 공동 이용을 위한 개보수 등이 포함된다. 또 북한이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 신의주(황금평 포함) 특별행정구의 본격적인 개발이 진행되면 한국기업의 참여 기회도 생길 수 있다는 게 연구원측의 관측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북한의 정치 불안이 앞으로 어떻게 해결될지, 김정은 체제가 어떻게 독자적인 정책을 수립할지에 따라 국내 건설 부동산 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현재는 북한의 정치 불안에 따른 심리적 위축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큰 변수”라며 “분위기에 쏠려 주택을 선택하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지역의 주택 수급상황 등을 고려해 실수요 차원에서 내집 마련에 나서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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