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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 Fund] 발등 찍은 브릭스 2012년도 안갯속

[Stock & Fund] 발등 찍은 브릭스 2012년도 안갯속

긴축과 유럽 재정위기 등의 영향으로 2011년 인도 경제는 신통치 않았다. 사진은 뭄바이의 어시장 모습.

2001년 당시 골드먼삭스의 이코노미스트 짐 오닐은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을 ‘브릭스(BRICs)’로 명명했다. 이들 나라의 성장 잠재력이 비슷하다는 점과 세계 경제의 중심이 선진 7개국(G7)에서 신흥국으로 이동하는 트렌드를 짚은 신조어였다. 그로부터 10년. 브릭스의 성장세는 애초 골드먼삭스의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브릭스 4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8.3%에서 2010년 17.4%로 늘었다. 브릭스는 세계 외환보유액의 41%를 쥐고 있다.

성장의 대명사로 통하는 이들의 2011년 증시 성적표는 신통치 않았다. 하위권으로 추락해 실망의 대명사가 됐다. 인도 증시는 2011년 36.57% 하락해 수익률 기준으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49개국 중 45위를 기록했다.

브라질은 23.53% 급락해 36위였다. 러시아 증시 수익률은 -19.78%로 30위, 중국은 -19.03%로 28위에 머물렀다. 세계 평균이 -9.30%이었고 한국증시 수익률이 -10.82%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진한 성적이다.

브릭스 증시 부진 탓에 이들과 관련된 펀드의 수익률은 크게 떨어졌다. 인도펀드의 수익률은 -33.55%로 세계 모든 지역 중 꼴찌였다. 러시아펀드가 -28.43%로 그 뒤를 이었다. 친디아(중국+인도)펀드가 -22.95%, 브라질펀드가 -22.06%, 브릭스펀드가 -21.21%, 중국본토펀드가 -19.31%를 나타냈다. 이들 펀드는 국내에서 파는 해외 펀드의 20%가량을 차지한다. 국내 투자자의 손실이 적지 않았을 거란 뜻이다.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된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브릭스 관련 펀드는 496개, 여기에 투자된 금액은 11조6894억원으로 집계됐다.

브릭스가 고전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이들 나라의 경제가 예전만 못했다. 특히 인도와 중국 정부가 물가부담으로 긴축정책을 유지한 게 경제성장 둔화 우려를 키워 증시의 악재로 작용했다. 인도 정부는 2011년에 7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2.25%포인트 올렸다. 중국도 3차례에 걸쳐 0.75%포인트 인상했다. 그 결과 인도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0년 대비 기준으로 6.9%, 중국은 9.1%에 그쳐 두 나라 모두 2009년 2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러시아의 GDP 성장률은 2010년보다 나았지만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하락과 부정 선거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의 영향을 받아 주가가 하락했다.



주가수익비율은 2008년 수준유로존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도 브릭스 경제에 악재였다. 역설적이게도 위기의 진앙지인 유럽이 브릭스보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증권의 김용희 펀드리서치 팀장은 “선진국 금융회사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브릭스 국가의 채권, 원자재, 주식에서 가장 먼저 돈을 뺐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이들 나라의 화폐를 집중적으로 판 것도 펀드의 손실을 키우는 요인이었다. 달러당 인도 루피화 환율은 20011년 들어 12월 26일까지 17.91% 상승했다. 브라질 헤알화 환율은 11.85% 올랐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의 이은경 연구원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해외펀드는 해당 국가의 화폐가 아닌 달러에 헤지를 하기 때문에 화폐 가치가 달러화와 비교해 떨어지면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브릭스의 2012 증시 전망도 안갯속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2012년 초 이탈리아 등의 국채 만기와 신용등급 조정에 대응하는 적절한 대책이 나오느냐에 따라 브릭스 증시의 큰 흐름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의 박연채 리서치센터장은 “브릭스는 글로벌 경기가 좋을 때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면서 “유럽 경제가 침체한 상황이어서 선진국과 비교해 초과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경기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브릭스에 투자할 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나대투증권의 김대열 펀드리서치 팀장은 “중국과 인도는 긴축 완화나 지급준비율 인하 등의 조치로 성장동력을 만들 것”이라며 “주가수익비율(PER)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내려와 투자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대열 팀장은 이어 “성장률이 높고 중산층 비중이 올라가는 아시아 쪽이 유망하다”면서 “2011년에는 중국이 다소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긴축이 완화되면 경제도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승률 이코노미스트 기자 namo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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