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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리서치센터장과 차 한잔 - 지수 2000선 안착엔 시간 필요

[Stock] 리서치센터장과 차 한잔 - 지수 2000선 안착엔 시간 필요

주식시장에서 퀀트(계량)는 철저하게 숫자를 다루는 분석기법이다. 퀀트 애널리스트는 데이터베이스(DB)를 이용한 숫자로 현상을 설명한다. 다양한 데이터를 모아 공통점을 찾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논리를 만드는 것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대표적인 ‘퀀트 애널리스트계’다. 지난 7년 동안 20여 차례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뽑혔다.

조 센터장은 “시장이 불안하니 한두 종목이 아닌 여러 종목에 나눠 투자하려는 욕구가 커지면서 수학적인 방법을 적극 활용하게 됐다”면서 “수학·공학을 이용한 방식이 투자수익률을 높일 것이라는 환상도 한 몫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퀀트 애널리스트인 그가 시장을 분석할 때 가장 중시하는 건 직관력과 창의력이다.

“경제 지표나 기업 이익의 수치만 갖고선 투자자의 심리를 읽어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경제 지표를 보더라도 그 안에 숨어 있는 센티멘털(감성이나 심리)을 읽으려고 애를 씁니다. 지표의 실체와 기대심리는 엄연히 다른 거니까요.”



‘2차 LTRO 효과’는 한달 후그리스의 부도 우려가 다시 커진데다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을 하루 앞둬 불안감이 커지면서 3월 7일 코스피 지수는 1% 넘게 하락했다. 조 센터장은 “본격적인 조정이 시작된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 “한두 달 안에 코스피 지수가 다시 2150선을 돌파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수가 돈의 힘 덕에 다시 오른다는 것이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유럽중앙은행(ECB)의 2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실행과 이탈리아의 국채 발행 성공, 미국 경제지표 호전 같은 대형 호재가 줄을 이었다. 그런데도 지수 상승폭이 1%에도 못 미쳤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조 센터장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지난해 12월 21일에 1차 LTRO가 실시됐습니다. 이에 따른 기대감은 12월 초부터 있었고요. 하지만 주식시장이 실질적으로 LTRO 실행에 대한 효과를 본 건 그로부터 한달 후였습니다. 지금 상황도 그때와 비슷합니다. 주목하는 점은 포르투갈의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현재 포르투갈의 국채 신용등급은 투자등급이 아닌 투기(정크)등급입니다. 글로벌 자금이 정크 수준의 채권에까지 몰리고 있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점차 주식 같은 위험자산 쪽으로 돈이 더 몰릴 거라고 봅니다. 곧 2차 LTRO 시행에 따른 유동성 효과가 나타나 주가가 좀 더 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그러나 코스피 지수가 2000선에 안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유럽의 재정위기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역시 변수다. 그는 “최근 국제유가가 치솟을 거란 불안감 탓에 5~6개월간 긍정적이었던 미국 경제지표마저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올해 전반적인 시장 흐름에 대해 “2분기에 하락한 이후 반등해 3분기 상승, 4분기 조정의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3~4개월 안에 연중 최고점을 찍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말 발표한 연간 전망에서 ‘충격의 시기’를 4월로 예상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가능성, 일본의 전력난 같은 악재가 4월에 몰려있다.

“유럽 상황이 악화돼 유럽의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미국 역시 지난해 4분기에 기록한 성장률 3%대를 넘기긴 어려울 거라 봅니다. 그러면 다시 미국 경제가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지정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올 4월 실시되는 프랑스 대선 결과에 따라 지난해 EU가 합의한 신재정협약이 차질을 빚을 수 있습니다. 이란과 이라크 문제, 일본의 전력난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일시적으로 외국인 매도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시선이 온통 4월로 쏠려있어 주가는 오히려 그때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누구나 위기라고 생각할 때는 위기가 아니라는 논리다. 4월에 일시적인 안도감이 생긴다면 본격적인 충격은 4월 이후에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 센터장은 그나마 외국인 매수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약 9조 9000억원 어치의 한국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해 3~4월 10조5000원어치를 사들인 것에 이어 사상 2번째로 많은 규모다.

그동안 한국 증시에 들어온 대규모 유럽 자금은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던 지난해 하반기에 한국 주식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금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17일까지 9조원대의 외국인 순매수 금액 중 5조원 이상이 유럽계 자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 센터장은 “상황에 따라 단기적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될 때가 있겠지만 전반적으론 매도로 급변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가 이렇게 보는 건 유럽을 비롯한 각국에서 돈이 많이 풀려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도 투자자의 관심이 커져서다. 그는 “미국의 3차 양적완화 가능성은 작아졌지만 유럽과 일본에서 돈이 더 풀릴 것”이라면서 “선진 통화의 캐리 트레이드(저금리로 조달한 자금으로 다른 국가의 특정 유가증권 또는 상품에 투자하는 거래)가 활발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주식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자산으로 분류되는 한국을 포함한 신흥 아시아 증시에 돈이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센터장은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는 것은 아시아권 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에 대한 선제적 베팅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통화가치 하반기엔 강세 가능성“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경기가 살아나고 기업 이익이 늘어난 지역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입니다. 특히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상승하는 기간 동안 외국인 순매수가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현재 상승 추세로 가는 전환점에 있습니다. 외국인 순매수가 계속될 거라고 보는 근거죠.”

다만 외국인 순매수 강도는 지금이 가장 강할 것으로 본다. 외국인의 주식 매수 강도는 달러 대비 원화 가치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5년 사례를 보면 원화 가치 평균 1024원을 기점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다소 약화됐다. 이보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매수세가 줄었던 것이다.

선진국에서 돈이 많이 풀리면 원화를 포함한 아시아 통화 가치가 올해 하반기에 지금보다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외국인 매수 강도가 연말로 갈수록 점차 약화될 것으로 본다. 조 센터장은 “투자 시기를 1년 이상으로 길게 보면 지금이 매수하기 좋은 시기”라면서 “아시아 통화 가치가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항공·타이어 등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허정연 이코노미스트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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