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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Fund Review] 펀드에서 나온 돈 ELS(주가연계증권)에 몰렸다

[Weekly Fund Review] 펀드에서 나온 돈 ELS(주가연계증권)에 몰렸다

올 들어 3월 15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은 4조4649억원이다.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넘자 원금을 회복하거나 어느 정도 수익을 올린 투자자들이 대거 펀드를 환매하면서다. 해외 주식형 펀드 환매 자금(1조4988억원)까지 감안하면 올 들어서만 주식형 펀드에서 6조원이 순유출 됐다. 그럼 이 돈은 어디로 흘러 들어갔을까.

일반적으로 대기성 자금의 단기 도피처로는 은행예금이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머니마켓펀드(MMF), 증권사 환매조건부채권(RP) 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주식형 펀드에서 환매 규모가 본격 늘어난 1월 이후 각 상품의 자금 유출입 추이를 살펴보면 뚜렷한 방향성이 없다. 상품마다 유출입이 반복되고 있다. 3월 들어 RP와 MMF로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분위기지만 큰 규모는 아니다.

펀드에서 나온 자금을 끌어들인 블랙홀은 바로 주가연계증권(ELS)이다. 2월에 국내 ELS 발행규모는 4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월의 2조7000억원 발행 대비 7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연초 이후 ELS로 들어온 돈은 무려 7조3000억원이다. 한때 최소 금액을 채우지 못해 발행이 줄줄이 취소됐던 것과 달리 단 며칠 모집에 100억원 이상씩 뭉칫돈이 들어왔다. 박진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펀드 환매 자금이 ELS로 유입 됐다”며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넘어서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위험 중립적인 성향의 상품인 ELS로 일단 자금을 옮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09년 상승장에서도 펀드 환매가 본격화된 이후 ELS 발행 규모가 급증했었다. 박 연구원은 “ELS 열풍은 증시 대기수요에 해당하는 펀드 환매 자금이 상당 부분 주식시장에 잔류하는 현상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2009년 상승장에서 돈이 ‘펀드 환매→ELS→자문형랩’으로 움직였는데 일단 중기적으로는 ELS 열풍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모는 물론 사모 형태로도 ELS 발행 규모가 급증하면서 일반투자자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 수요도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2월만 놓고 보면 공모 ELS는 전달 대비 7000억원 가량 증가한 1조9000억원, 사모는 1조3000억원이 증가한 2조8000억원이 발행됐다.

가장 인기를 끈 ELS는 코스피200과 홍콩항생중국기업지수(HSCEI)를 함께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상품이다. 올 들어 340개, 1조3000억원 규모의 ELS가 이 2개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됐다. 구조는 이런 식이다. 모두 각각의 지수가 투자기간 동안 40~50% 이상 하락하지 않는다면 일반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으로 조기 상환되거나 매달 일정 수익을 챙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HSCEI는 최근 반등했다고 해도 역사적으로 보면 낮은 수준이다. 50% 하락은 금융위기 당시를 넘어 2005년 수준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코스피200 지수만 반 토막 나지 않으면 시중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챙길 수 있다 보니 투자자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7개월 투자해 연 12.5% 수익률 기록ELS 투자자들이 실제로 돈을 벌었는지 살펴보자. 2월에 중도 상환된 ELS는 총 1067건이다. 평균 7개월가량 투자했는데 7%가 넘는 수익을 본 것으로 연으로 환산한 수익률은 12.50%였다. 특히 투자금이 많이 몰린 코스피200+HSCEI 조합은 2월에만 484개 ELS가 평균 7.02%(연환산 10.83%)의 수익률로 만기 이전에 조기 상환됐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열리는 상황인 녹인(Knock In)을 기록한 ELS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수익은 높아지고 원금 손실 가능성은 작아진 것이다. 지금은 지수 수준으로 보나, 투자 성과로 보나 ELS로 돈이 몰릴만한 상황이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중기적으로는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는 것이 유망하지만 단기적으로 위험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웃돈만큼 지수형 ELS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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