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탐욕보다 묻지마 투자가 더 문제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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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탐욕보다 묻지마 투자가 더 문제

금융권 탐욕보다 묻지마 투자가 더 문제



워런 버핏(82)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주식에 관심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롤모델이다. 1956년 100달러의 자금으로 투자를 시작한 그는 현재 재산 450억달러(약 52조원)을 보유한 세계 3번째 부자다.그의 성공은 철저한 투자 습관이 몸에 밴 결과물이다. 버핏의 전기 『스노볼(Snowball·눈덩이)』에 따르면 그는 청소년기부터 신문배달 등의 아르바이트로 푼돈을 모아 주식투자를 하며 실전에서 실력을다졌다.

이를 통해 깨달은 것이 바로 “단돈 5센트라도 투자를 통해 꾸준히 돈을 불리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스노볼 이론이다.이런 버핏의 자수성가 신화를 한국에서 이루겠다며 대학 시절부터 주식 투자에 뛰어든 ‘버핏 키즈’ 가 있다. 바로 대학생투자동아리연합(UIC·University Student Investment Club) 회장인 강호명(광운대 경영학과 3학년)을 비롯해 신현우(충북대 컴퓨터공학과 4학년), 김주연(이화여대 경제학과 4학년), 류재은(덕성여대 수학과 4학년), 김규태(대구대 경영학과 3학년) 등의 핵심 멤버들이다.

이들은 졸업 후 전업투자, 또는 금융회사 취업을 목표로 한다. UIC는 전국 대학 40개의 45개 투자동아리가 모여 2006년 만든 단체로 1460명의 회원이 속해 있다. 각 대학끼리 주식 투자를 위한 기업분석법과 주식시장 전망 등을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다.일부 기성세대는 대학생들의 주식투자에 대해 “인문학적 지식을 함양해야 할 대학 시절부터 주식투자에 몰두해서야 되겠냐”고 비판한다. 하지만 대학생 투자자들은 “노후대책을 세우지 못해 고생하는 베이비부머의 전철을 밟으려면 젊을 때부터 투자 공부를 해야

한다”고 당돌하게 받아친다.

이들 5명이 국내 ‘버핏 키즈’ 1세대인 최준철(36) VIP투자자문 공동대표를 만났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인 최 대표는 재학시절 학내 가치투자동아리에서 만난 김민국 공동대표(36·서울대 경제학과)와 의기투합해 졸업 후 자문사를 창업하고 전업투자자로 성공했다. 최 대표는 “100명 중 최고 고수 1명만 살아남는 정글이 주식시장이다. 증권업계에 들어오려면 환상은 버리고 중노동을 각오하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대학생 주식투자 선후배인 이들의 만남은 최근 서울 반포동 VIP투자자문 본사 회의실에서 1시간 가량이뤄졌다.



최준철 대표=반갑습니다. 제가 대학 때 투자를 시작한 2000년대 초반은 투자 환경이 좋았어요. 1997년 경제 위기 직후라 웬만한 기업은 주가가 바닥을 찍고 오를 때였습니다. 그래서 개별 기업의 가치분석을 파고 들었죠. ‘물 반 고기 반’이었다고 할까요.(웃음)



강호명=저희는 좀 다릅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잖아요. 우리끼리는 스스로를 ‘금융위기 세대’라고 불러요. 그리스·스페인 등 투자할 때 챙길 게 너무 많아요. 그래서 요즘엔 기업 분석뿐만 아니라 유럽 재정 위기, 중국 내수 부양 등 글로벌경제에 대해서도 열심히 공부합니다.



최 대표=그때나 지금이나 기성세대에서는 대학생들이 주식투자 하는 걸 안 좋게 보는 분들이 있잖아요.



김규태=저는 그런 분들에게 대학 때 주식투자가 나중에 사회에서 투자로 실패할 가능성을 줄여주는 좋은 경험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실제 부모님 세대에서는 어떤 상품인지 잘 모르면서 위험자산에 투자했다가 당한 경우가 많잖아요. 저축은행 후순위채가 대표적이죠. 탐욕에 눈이 어두워 그런 위험한 상품을 파는 금융권도 문제지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묻지마 투자’하는 기성세대의 잘못이 더크다고 생각합니다.



강호명=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지금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상당수가 노후 설계에 어려움을 겪는

걸 보면안타까워요. 솔직히 젊은 시절 재테크 공부를 안 한 것이 원인 아닌가요? 우리는 그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겁니다.



최 대표=현우씨와 규태씨는 전업투자자가 되고 싶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투자자가 되고 싶나요?



신현우=전공을 살려 컴퓨터를 이용한 시스템 거래를 하려고요. 이를 위해 저만의 투자 기법을 만들고 있어요. 그때까지는

다른 투자자 돈은 받지 않고 제 투자금(3000만원)으로만 주식 투자를 할 거예요. 길게 보고 졸업을 하더라도 당분간은 투자자를 모으기보다는 투자 기법 완성에 주력할 겁니다. 사실 주변에서 취업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스스로 취업에 대한 강박을 버리니까 훨씬 더 넓은 길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전업투자자가 되기로 했어요.



김규태=100만원 정도의 주식 투자금으로 매달 수익을 내서 용돈에 보태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생계형 투자자라 헝그리 정신이 강해요(웃음). 제 투자방법은 철저한 기업분석입니다. 한때 수익률 300%를 기록한 적도 있어요. 기업분석의 달인이 돼서 매달 꾸준한 수익을 내는 투자자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류재은=고등학교 때부터 펀드매니저를 꿈꿨어요. 그래서 대학에서 전공으로 수학과를 택했고, 실전 투자보다는 모의 투자를 하며 꾸준히 미래를 준비하고 있어요. 창업보다는 금융회사에 입사해 제이름을 건 펀드를 운용하는 게 목표에요.



최 대표=앞으로 증권업계에서의 맹활약을 지켜볼게요. 조언을 드리자면 증권업계는 정글이라는 겁니다. 내로라하는 선수 100명 중에 최고 고수 1명만 살아남아요. 그렇게 수십년간 수천·수만명의 고수를 제치고 달인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 바로 워런 버핏이죠. 정말 확률 낮은 도전이라는 걸 알아야 해요. 그건 그렇고 여러분은 요즘 어떤 기업에 투자 하나요.



김주연=예전 남자친구가 주식에 관심이 많아 주식투자에 입문했어요(웃음). 저는 생활 속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찾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작년과 재작년 음악방송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의 대성공을 보고 Mnet의 모회사인 CJ E&M에 투자했어요.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제가 투자한 이후 주가가 크게 내려서 손해를 많이 봤어요.



최 대표=아이디어와 리얼리티(현실)는 달라요. 생활 속 아이디어를 투자로 연결시키려면 이익을 추정할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해요.CJ E&M 주식을 산다면 슈퍼스타K를 만든 비용 대비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 CJ E&M의 다른 사업분야인 게임과 영화제작의 수익성은 어떤지 꼼꼼히 살폈어야 하는 거죠.



김주연=대표님은 성공한 ‘버핏 키즈’인데, 투자 비법을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최 대표=비법이요? 글쎄요. 몸으로 부딪히는 것이죠. 여러분이 이 길에 들어설 때는 폼 나는 금융맨의 환상을 버려야 해요. 중노동을 각오해야 합니다. 저도 아침 8시부터 투자전략 짜고 기업탐방 하느라 분초를 쪼개가며 일해요. 밤에는 기업분석보고서를 탐독하죠.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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