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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 ‘쇼핑이 곧 재테크’ 살림 9단들의 환호

Retirement - ‘쇼핑이 곧 재테크’ 살림 9단들의 환호

적립카드에 보너스 받는 ‘토모노카이’ 백화점서 인기 … 연간 8.3% 고금리에 버금가
일본 도쿄 시로가네다이의 마루이 백화점. 백화점에서 돈을 쓰면서 보너스 혜택을 받는 토모노카이가 가정 주부 사이에서 큰 인기다.



열도의 금리는 사실상 제로다. 재테크가 힘들어졌다. 어떤 투자자산도 인플레이션 시대처럼 넉넉한 시세차익을 안겨주지 않는다. 고작해야 몇 푼의 ‘+α’가 기대함수의 전부다. 과도한 리스크를 받아들이면 몰라도 일정 부분 안전성이 확보된 자산이면 기대수익이 거의 없다. 열도의 상식이다. 그래서 열도는 적어도 수익 차원에서는 은행을 버렸다.

그렇다고 속수무책은 아니다. 빡빡해진 만큼 탈출구 모색 노력은 일상화 됐다. 그 와중에 경제 주체 간격차의 심화도 일상화 됐다. 아베 정권 이후 수출·대기업 사정은 좋아졌지만 가계는 아직 냉기로 가득하다. ‘고용 없는 성장’이 확대되면서 소득 정체·감소가 고민거리다. 부부 맞벌이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 가운데 주부들의 고민이 깊어진 이유다.

원래 일본은 ‘남성 전업-여성 가사’ 모델이 주류였다. 남편이 ‘회사인간’으로 충성하는 대신 월급을 받으며 가정을 꾸렸다. 더는 아니다. 미국식 경쟁·능력주의 도입과 노동시장 유연화로 남편 월급 만으로 생활하기 힘들어졌다. 종신고용도 옛 이야기다.

문제는 여성 취업을 가로막는 장벽이다. 결혼·출산·육아를 마친 기혼여성은 취업 자체가 힘들다. 30대에 여성취업률이 떨어지는 전형적인 M자형 구도다. 고작해야 아르바이트·파견사원이 탈출구다. 취업이 힘들면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뿐이다. 재테크조차 어려워졌으니 절약 만이 살 길이다. 이때 필요한 기술이 절약 지향적인 현명한 소비 기술이다.



‘제로금리’에 은행보다 백화점서 재테크일본 주부가 찾아낸 해법은 백화점이다. 안전하면서 만족스런 ‘+α’를 위해 백화점에 드나드는 ‘살림 9단’이 늘어났다. 저성장·저금리의 장수사회를 이겨낼 유력한 해법을 백화점에서 찾아낸 것이다. 특히 재취업조차 마땅찮은 50~60세 은퇴 세대 가정주부의 백화점 러브콜이 뜨겁다. 은행보다 파격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어차피 쓸 돈이면 백화점 할인 혜택이 이중삼중으로 유리하다. 살림을 책임진 현명한 주부에게 백화점은 ‘알뜰소비’의 장소로 인식된다. 이른바 ‘토모노카이(친구 모임)’다.

요즘 열도 주부 사이에 토모노카이를 모르면 간첩이다. 활용하지 않으면 무능하다는 인식까지 퍼졌다. 이는 백화점을 필두로 유통업체가 독자적으로 고객에게 적립해주는 플러스알파(+α)의 부가서비스다. 현금·계좌이체로 ‘토모노카이’에 가입하면 특정기간 만료 이후 원금에 보너스를 더한 상품권을 제공한다.

가입기간엔 회원카드로 다양한 부가 특전을 받을 수 있다. 회원은 매월 일정액의 현금을 적립하는 대신 백화점으로부터 구입 편의와 추가 이율(보너스)을 보장 받는다. 일종의 적립카드로 추후 보너스를 현금처럼 제공한다. 자산 증식을 위한 금융상품은 아니지만 가입자에겐 결과적으로 괜찮은 재테크 수단이다.

토모노카이는 보너스 규모가 생각보다 짭짤하다. 연 12만엔을 쌓으면 1만엔을 덤으로 얹어준다.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1구좌-1만엔-12개월 코스를 기본으로 일정 보너스(1만엔)를 얹어주는 건 비슷하다. 연간 이율로 따지면 무려 8.3%에 해당하는 고금리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대부분 0.03%의 초저금리란 걸 감안하면 엄청나다. 어디에서든 찾기 힘든 가히 파격적인 고금리 구조다.

이율은 회사마다 다르다. 월 1만엔을 적립했다고 반드시 12개월 후 1만엔을 주진 않는다. 때때로 연 10%를 넘기도 한다. 기간이 짧으면 8.3%보다 낮은 게 보통이다. 토모노카이는 주변에 백화점이 있다면 유리하다. 어차피 돈을 쓸 바에야 보너스만큼 절약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도심 가정 주부의 가입 비율이 특히 높은 배경이다. 명절 선물 등으로 백화점 구매가 불가피하거나 백화점의 명품 아이템을 구매할 예정이면 더더욱 그렇다. 입회금이 무료라 초기 부담도 없어 붐을 이뤘다.

매력적인 건 추가 특혜다. 보너스에 더해 우대 할인을 적용하거나 선물을 준다. 우대 할인의 경우 최소 2~3%에서 최대 10%가 일반적이다. 제휴업체를 통한 특별 서비스도 있다. 호텔·레스토랑·레저시설과 연계해 회원에게 다양한 특전을 준다.

관람·시음회 등 업체 주최로 토모노카이 회원 만의 기획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많다. 문화교실 등 무료 강좌도 포함된다. 몇몇 백화점은 전시회·콘서트 등의 입장료 할인도 해준다. 추첨을 통해 기프트카드를 주는 곳도 있다. 각종 생활정보를 실은 무료 정보지를 정기적으로 배달해 쇼핑을 돕는 건 기본이다.

최근엔 적립 기간을 줄인 단기 코스가 인기다. 1구좌-5000엔-6개월 코스가 대표적이다. 수도권에선 ‘레이디스 클럽(오다큐)’이 2010년 4월 처음 시작했다. ‘패밀리클럽(도큐)’ ‘엠아이 토모노카이(미츠코시이세탄)’가 2011년 가세하며 열기를 더했다. 단기 코스의 보너스 금액은 회사마다 다르다.

‘레이디스클럽’은 월 5000엔, 6개월 적립카드에 2500엔을 제공한다. 대신 입회·승계 기념품은 없다. 단기 코스는 백화점에 큰 흥미를 갖지 않는 신규 고객을 잡기 위한 포석이다. 가령 미츠코시이세탄의 단기 코스는 1구좌(5000엔)를 6개월간 적립하면 2000엔의 보너스를 준다. 이 백화점의 적립 가능 최대 구좌(월 5만엔, 12개월)라면 연 5만엔의 현금성 덤을 얻을 수 있다.



유통업체는 판매진작, 고객은 저축 효과유통업체로선 모객(募客) 전략으로 제격이다. 고객 조직화로 안정적인 소비그룹을 확보할 수 있다. 토모노카이는 내수 침체 타개를 위해 유통업체가 고안해냈다. 닫힌 지갑을 열고자 현금성 보너스를 제공하지만 적립금만큼 소비해야 하기에 따져보면 되레 이득이다. 선두 주자는 백화점이지만 이젠 발행 주체가 확대됐다.

화장품·가전·의류·부동산·호텔·주유소도 뛰어들었다. 고정 고객 확보는 똑같아도 서비스의 세부 설계는 업계 특징·장점을 반영한다. 가령 여행사 JTB는 여행 자금 마련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월 8256엔을 1년간 적립하면 1년 후 10만엔짜리 여행권을 준다. 적립 기간이 길수록 연율(복리적용)이 높아져 장기 계획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한계도 있다. 공용성이 큰 ‘전국백화점공통상품권’과 달리 자체 상품권으로 계열 점포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범용성이 떨어진다. 이용 가능한 상품 범위가 제한되기도 한다. 토모노카이 상품권으로는 선물권·항공권·기차표 등을 살 수 없다. 상황마다 특혜 수준도 달라진다. 기간 한정의 입회 캠페인이나 추천 입회 등을 활용하는 게 좋다.

환금 비율이 낮으면 체감 보너스도 낮아진다. 즉 길거리 상품권 할인업체에서 90%에 해당 상품권을 살 수 있다면 굳이 10% 이율에 혹해서 토모노카이에 가입할 이유가 없다. 입회 붐에서 추정되듯 발행된 상품권이 많아 최근 할인율은 낮아지는 추세다. 백화점 가격이 비싸다는 점도 결과적으로 보너스 수혜를 반감시킨다.

결국 토모노카이는 일장일단이 있다. 파격적인 보너스에도 각종 한계가 이를 상쇄시킨다. 진화가 불가피한 이유다. 실제 최근 백화점은 토모노카이 이상으로 이를 보완한 ‘포인트 백(Point Back)‘에 공을 들인다. 상품 구매 때 회원카드에 사용금액에 비례해서 포인트를 쌓아주는 구조다. 사용금액별 적립 비율은 다르지만 최대 환원 비율은 10%에 이른다.

많이 쓸수록 많이 쌓이는 시스템이다. 적립 비율이 낮아도 최소 2~3%는 되기 때문에 차익이 쏠쏠하다. 한국의 경우 포인트 적립비율이 0.1%로 최대 5% 이상은 없다는 점에서 일본은 적립 비율이 꽤 높다. 저성장·저금리의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일본 주부라면 놓치기 아까운 매력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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