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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

Management -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등 추천 서비스 봇물,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커져



사람의 취향이란 참으로 다양하다. 저걸 누가 살까 싶은 제품도 버젓이 팔려나간다. 가끔씩은 나조차 내 선호를 알기 어려운 때가 있다. 이 때문에 소비의 과정은 매우 어려워진다.

요즘처럼 하나의 제품군에 수십 개의 세부 모델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더 값싼 제품,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는 과정은 귀찮고 번거롭기까지 하다.

이로 인해 최근 뜨는 것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추천’ 트렌드다. 추천 서비스에 의지하면 시간과 관심을 줄이면서 취향에 잘 맞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내 선택이 잘못된 건 아닌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적어도 실패할 일이 없는 선택지를 추천해주기 때문이다.



고민할 필요 없이 받기만 하면 끝안정적 궤도에 오른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정기 배달형 상거래)는 편리함을 넘어 괜찮은 제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란 일정 비용을 내면 면도날처럼 반복해서 구매하는 제품을 신문을 배달하듯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거래 방식이다. 초창기 모델은 ‘편리함’에 초점을 뒀다. 최근에는 전문가의 안목으로 제품을 선별하는 측면이 강조된다.

홍익대 디자인학과 간호섭 교수의 ‘바이박스’가 대표적이다. 귀걸이·팔찌 등 간 교수가 전문가적 안목으로 선별한 패션 아이템을 매달 배송한다. 고객은 무엇을 받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저 배송되는 제품을 착용하기만 해도 최신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다. 디자이너의 안목 덕분이다.

인터넷은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 최적화한 편리한 공간이다. 내가 이전에 남긴 검색 기록 등을 활용하면 다음에 선택할 만한 대안도 미리 추천 받을 수 있다. 개인적인 취향이 많이 반영되는 분야일수록 추천 서비스는 더욱 빛을 발한다. 왓챠(WATCHA)는 영화 취향을 데이터베이스화한 모델로 성공을 거뒀다. 자신이 본 영화들에 점수를 매기면 이를 기반으로 취향에 맞는 영화를 추천해준다. 영화 평론가들이 제공하던 기존의 별점 서비스와는 확연히 다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애플이 자사 스마트폰과 아이패드·ISO 등을 통해 배포하는 ‘아이튠즈 라디오’나 국내 네이버에서 시행하는 ‘뮤직라디오’ 역시 비슷한 서비스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고객이 호감을 표시한 음악과 비슷한 유형의 음악을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고객이 다시 ‘좋아요’ 혹은 ‘싫어요’ 버튼을 통해 선호를 표시하면 누적되는 정보량은 더 커진다. 쌓인 정보를 활용해 이용자의 기호를 한층 더 세밀하게 반영한다.

온라인 쇼핑에도 추천이 많다. 트위터·페이스북과 함께 3대 SNS로 불리는 핀터레스트(Pinterest)는 ‘소셜 쇼핑’ 서비스로 거듭나고 있다. 핀터레스트는 냉장고에 핀(pin)으로 관심사(interest)를 적은 쪽지를 붙여놓듯 사진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이미지 기반 SNS다. 이미지에 대해 집단적으로 수다를 떨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여러 사람이 함께 쇼핑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내는 데 적합하다.

예를 들어 내가 마음에 드는 옷·액세서리·제품 등의 이미지에 핀을 꼽아 스크랩해두면 다른 소비자들이 그것에 대한 자신의 느낌·감상·평가를 남긴다. 이런 방식을 통해 연쇄적으로 또 다른 소비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2011년 5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핀터레스트는 지난해 2분기 미국의 소셜 쇼핑 시장점유율 23%를 차지하며 페이스북(22%)을 앞질렀다.

하지만 추천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반드시 요구되는 것이 있다. 바로 개인정보다. 주민등록번호나 휴대전화 번호 외에도 평소에 어떤 것을 구매하고 검색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입력돼야만 추천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한다. 무심코 올린 SNS의 게시물도 정보가 되어 기업에 흘러 들어간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마이클 코신스키 교수에 따르면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른 패턴을 분석하면 이용자의 정치적 성향과 종교, 약물 사용 여부는 물론이고 그 사람이 이성애자인지 동성애자인지까지도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방위사업체가 만든 ‘라이어트’라는 프로그램은 이름만 검색하면 그 사람이 페이스북·트위터·포스퀘어 등 SNS에 남긴 글을 수집해 일상생활 형태로 재구성해준다. 가령 그 사람이 다음 주 수요일 누구와 만나 어떤 식당에 갈지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추천 서비스 기반으로 가격 차별화 가능개인정보에 기반한 분석 알고리즘이 정교화될수록 예측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따라서 좀 더 정확한 추천 서비스가 제공될 가능성이 크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사이트인 판도라는 고객들이 어떤 시간에 어떤 음악을 듣는지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한다. 주말 오후에 평소에 듣지 않던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는 코스타리카로 떠나는 모험 여행 광고를 노출시키고, 월요일 아침에 출근해 늘 듣던 음악만 듣는 사람에게는 좀 더 틀에 박힌 여행 광고를 보여주는 식이다.

추천 서비스는 앞으로 ‘가격’과 함께 움직일 것이다. 미국의 대형 수퍼마켓 체인인 세이프웨이는 고객의 과거 쇼핑 리스트를 분석해 필요로 할 만한 제품을 최적가로 제공하는 모바일 쿠폰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내일 자녀가 학교에서 소풍을 가는 경우에는 김밥에 들어갈 재료를 특가로 판매한다. 그 사람이 필요로 할 만한 물건을 싸게 판매하는 대신 다른 제품의 구매가 추가로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처럼 개인의 구매취향을 분석해 대상마다 다른 가격을 제시하는 것은 업체 간에 발생하는 가격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어떤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큰 사람에겐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가능성이 작은 사람에겐 싼 가격을 제안하는 마케팅도 가능해진다. 수동적으로 추천 서비스에 의지하다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남들보다 제품을 비싸게 구매하는 ‘호객님’이 될 수도 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추천 서비스에 트렌드는 지속될 것이다. 결국 개인의 사생활을 지키고자 하는 윤리적 문제와 기술이 제공하는 편리함 사이에서 갈등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관건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태도다. 추천 서비스에 의지해 단순히 소비자의 구매욕망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혜택이라고 느낄 수 있는 가격과 서비스가 뒷받침돼야 한다.

때때로 트렌드는 가치중립적이다. 이런 문제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서로 다른 방향을 지향하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사회적 변화가 결국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고 그대로 용인해야 하는가. 아니면 시장이 갖는 자율성에 역행하더라도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인가. 추천 트렌드의 미래도 이 질문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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