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줄곧 2위였던 아모레퍼시픽의 주가 상승세가 거침이 없다. 3년 만에 1위 LG생활건강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제는 역전도 눈 앞에 보인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올 들어 연일 상승 행진을 벌였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0일 100만원이었다. 연초 이후 꾸준히 상승해 3월 13일 현재 119만원이다. 두 달 사이 19%나 상승한 것이다. 불공정거래 논란으로 지난해 5조원대로 주저앉았던 시가총액도 7조원을 넘나들고 있다.
이와 달리 화장품주 시가총액 1위인 LG생활건강 주가는 하락세다. 지난해 말 54만8000원이던 이 회사 주가는 꾸준히 하락해 27%(2월 25일 42만9500원 사상 최저가)가량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발표된 1월 24일엔 12.8% 급락했다. 3월 13일 현재 주가는 48만7500원이다. 실적이 예상치를 밑돈 것은 물론, 올해 실적 전망마저 기대치에 못 미친 탓이었다.
LG생활건강은 국내 화장품주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힘겹게 지키고 있다. 3월 13일 현재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7조6138억원으로 뒤를 바짝 쫓은 아모레퍼시픽(6조9565억원)과 6573억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2월 20일에는 710억원까지 격차가 좁혀지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2월 면세점 디지털 부문에서 예상을 웃도는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 시장에서는 한방화장품으로 차별적인 경쟁력을 나타냈다. 고급 브랜드인 ‘설화수’를 비롯해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라네즈’ 브랜드 등을 중국 현지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화시켰다.
홍콩을 거점으로 삼아 해외 진출도 수월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월 홍콩 조인트 벤처인 아모레퍼시픽홍콩에 대한 지분율을 30%에서 77%로 확대했다. 지분에 대한 인수금액은 약 160억원으로 상당히 저렴했다.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튼튼히 한 것이다. 이 홍콩법인 실적 전망이 3%가량 상향되면서 1분기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아모레의 중국 온라인 매출 급증최근 병행수입과 해외 직접 구매 등으로 해외 럭셔리 화장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며 탄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으로 불린다. 한류 붐을 타고 국내 화장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아시아 고급 화장품 브랜드로 발돋움한 것이다.
올해 전망도 밝은 편이다. 현재 온라인 매출 성장률은 연간 35%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중국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15%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채널의 확대는 오프라인보다 고정비 부담이 작아 수익성을 개선시킬 방법으로 기대를 모은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지난해 성장률이 10%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는 반 토막인 5% 성장에 그쳤다. 지난해 연말 차석용 부회장이 보유 지분을 일부 매각한 것이 최근의 주가 하락의 예고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 회사의 주가가 하락세를 타면서 지난해 5월 말까지 10조원을 웃돌던 시가총액은 최근 7조원대 초반로 줄었다.
성장 전망이 밝지 않은 게 주요 원인이다. 올해 1분기 중국합작법인 전환에 따른 비용과 초기 투자비, 기능성 음료사업 관련 마케팅 비용 증가가 부담이 됐다. 2007년 인수한 코카콜라와 2011년 인수한 해태음료의 해외시장 진입은 여전히 초기 단계여서 당장의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긴 어렵다.
제품 가격을 올리면 판매에는 다소 부담이 되지만 주가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모두 최근 화장품 가격을 올렸다. 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 8종의 가격을 3.3~8.3% 올리자 주가는 18%가량 상승했다. 하지만 LG생활건강에게는 이런 호재도 큰 소용이 없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말 코카콜라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3월부터 화장품 ‘후’ 제품 14종 가격을 3~7% 올렸다. 하지만 주가는 오히려 15%가량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LG생활건강이 지난해 중국 더페이스샵을 조인트 벤처 체제로 전화되는 과정에서 생긴 구조조정 비용이 발생한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저조한 걸 감안하면 화장품 가격 인상이 영업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가격 인상에 따른 시장의 기대감도 약해진 펀더멘털 앞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해외시장 선택에서도 두 라이벌은 다소 어긋났다. 홍콩을 중심으로 중국을 겨냥한 아모레퍼시픽이 선전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을 겨냥한 LG생활건강은 엔화 약세의 악재를 만났다. LG생활건강은 2012년 일본 사업의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화장품 통신판매 업체인 긴자스테파니 코스메틱스을, 지난해에는 건강기능식품 통신판매업체 에버라이프를 인수했다. 하지만 엔저로 일본 사업이 부진하면서 기대만큼의 수익을 얻지 못했다. 다소 하향세에 들어선 화장품 업황, 내수소비 둔화도 걸림돌이다.
LG생활건강, 엔저로 일본 사업 기대치 밑돌아두 라이벌의 주가는 최근 서로 반대 경향을 띠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오르면 LG생활건강은 내리는 식이다. 시장에서는 이들 주가 향배를 외국인이 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동향을 보면, LG생활건강을 팔면서 아모레퍼시픽을 샀다가 다음날엔 아모레퍼시픽을 판 돈으로 LG생활건강을 사는 식이 반복되고 있다. 이들 매수세에 따라 두 라이벌의 주가가 출렁이는 모양새다.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오르던 2월 이후 외국인은 LG생활건강을 401억원 팔았고 아모레퍼시픽을 499억원 사들였다.
박현진 동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전후해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간 외국인의 롱숏 페어트레이딩 매매(두 가지 주식을 정해 사고 팔면서 차액을 챙기는 거래 방식)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아모레퍼시픽의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LG생활건강을 역전했다”고 분석했다.
사실 LG생활건강이 늘 화장품 업계 시가총액 1위였던 것도 아니다. 2011년 7월 5일 전까지만 해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며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다퉜다. 2011년 7월 5일 아모레퍼시픽의 시가총액은 7조2890억원으로 LG생활건강보다 900억원 더 많았다. 그 후 LG생활건강의 시가 총액이 더 많았다. 그러나 내수 부진이라는 같은 조건 아래에서 해외 시장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아모레퍼시픽이 다시 역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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