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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ON BUILDING -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는 아프간의 미래

NATION BUILDING -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는 아프간의 미래

카불의 나디르칸 언덕에서 연을 날리는 아프간 소년.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은 새 대통령을 뽑기 위해 곧 다시 투표장으로 향한다. 두 후보 모두 알카에다 토벌 작전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 나라는 지금도 전쟁의 끝자락에 머물고 있다. 미군이 떠나고 난 뒤 이번 선거의 승자가 아프가니스탄을 불행한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이끌 수 있을까?

6월 14일 아프간 대선 결선투표에서 맞붙는 아슈라프 가니(맨 위)와 압둘라 압둘라 후보.
지난 5월 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 연말까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병력을 대폭 줄이고, 2017년 전에 완전 철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로써 미국이 치른 가장 긴 전쟁이 막을 내릴 전망이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은 한때 미국 땅에서 최악의 테러 공격을 감행한 배후세력의 근거지였다. 그랬던 아프가니스탄이 다시는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으리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는 상당 부분 이번 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아슈라프 가니 전 재무장관이냐 압둘라 압둘라 전 외무장관이냐?

두 사람은 6월 14일 결선 투표에서 맞붙는다. 지난 4월 대선에서 과반 득표 후보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1차 선거의 투표율은 높았다. 탈레반은 투표소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했지만 그런 일 없이 선거는 순조롭게 치러졌다.

두 후보 모두 미군이 계속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할 수 있도록 미국과 쌍무전략협정을 체결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퇴임하는 대통령 하미드 카르자이도 그렇게 말했지만 약속을 어기고 협정 체결을 거부했다.

또 두 후보 모두 탈레반과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2001년 나토군에 의해 쫓겨난 탈레반을 테러단체로 규정하면서도 협상을 마다하지 않았다. 미국과 탈레반의 비밀 협상이 3년에 걸쳐 진행됐다. 그러다가 최근 미국의 마지막 전쟁포로 보 버그달 병장의 석방으로 결실을 맺었다. 미국이 억류하고 있던 탈레반 고위간부 5명과 맞교환하는 조건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의 바그람 미 공군기지를 예고 없이 방문해 장병들 앞에서 연설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5월 26일).
탈레반 군사령관 무함마드 파즐, 탈레반 정부 시절 정보차관 압둘 하크 와시크가 포로 교환 대상에 포함됐다. 오바마 행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 5명이 전사의 역할을 재개할 수 있기 때문에 나토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면 불안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말까지 주둔 미군 병력을 9800명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미군이 주도하는 나토군 병력 3만2000명이 아프가니스탄에 머물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2015년 말이 되면 주둔 병력은 다시 절반으로 줄어들 게 된다. 2016년 말 오바마의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면 미군은 완전히 아프가니스탄을 떠나게 된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선출되기 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두 전쟁을 전부 종식시키겠다고 한 공약이 실천되는 것이다.

미국은 이 지역의 동맹국들을 안심시키려 애썼다. 오바마는 철군 계획을 발표하며 앞으로 아프가니스탄이 더 강해질 것이며, 남은 2년 동안 미군은 아프가니스탄과 정부군의 역량 강화에 더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여러 모로 아프가니스탄의 앞날은 낙관할 만하다. 최근 데이비드 밀리밴드 전 영국 외무장관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난 4월의 아프간 대선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1차 선거가 모든 사람의 기대보다 훨씬 더 순조롭게 진행됐다.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려고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놀라운 장면들이 펼쳐졌다. 아프가니스탄의 일반인들이 투표로 의사를 표명하고 싶어했다. 그 결과 믿을 만한 두 후보가 선정돼 결선투표가 치러지게 됐다.”

가니 후보는 세계은행에서도 일한 적이 있으며 2001년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린 나토의 침공 직후 새로운 아프가니스탄을 주창한 지명도 높은 인물이었다. 특히 그는 아프가니스탄을 피폐하게 만드는 만연한 부패와 싸우는 전사가 됐다.

한편 압둘라 후보는 안과의사 출신이며 반탈레반 연합체 북부동맹의 고위 간부를 지냈다. 그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점령과 그후 탈레반 정권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였다. 그의 혈통은 절반이 타지크인이다. 따라서 순수 파슈툰족인 가니 후보보다 불리할 수 있다(아프가니스탄 정계를 지배하는 민족은 파슈툰족이다). 그러나 관측통들에 따르면 압둘라는 서방의 강한 지지를 받으며 선거자금을 충분히 확보했다. 밀리밴드는 어느 쪽이 승리하든 “아프가니스탄의 앞날은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의 공격으로 불탄 카불 인근 잘랄라바드의 한 정부 건물을 보안군들이 에워싸고 있다(5월 12일).
그러면서도 밀리밴드는 아프가니스탄이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가난한 나라이기 때문에 “외부의 도움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그는 인도주의 지원을 제공하는 국제구호위원회의 대표 자격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오지 마을들을 자주 방문한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는 인도주의적 지원만이 아니라 “치안과 정치적인 측면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니 후보는 최근 화상회의를 통해 미국의 초당적 연구단체 대서양회의 회원들에게 아프가니스탄의 연간 세입이 20억 달러인데 비해 치안에 드는 비용은 41억 달러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 원조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미국 의회는 2014년 그 예산을 절반 수준인 11억2000만 달러로 줄였다. 가니는 미군이 철수하면서 원조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며 아프가니스탄이 “보안군 관리 체계를 대폭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군과 나토군이 아프가니스탄에 10년 넘게 주둔했기 때문에 그들이 완전히 철수하게 되는 날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최근 압둘라 후보는 프랑스의 한 방송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책임 있는 철수 전략이 필요하다. 아프가니스탄이 2001년 미국의 개입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상황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 4월 대선 1차 투표에서 아프간 유권자들이 퇴임하는 카르자이 대통령이 지지하는 후보들을 탈락시키고 압둘라와 가니에게 표를 몰아준 것도 그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카르자이는 너무 오랫동안 미국과 갈등을 빚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선 너무 반미적이면 안 된다”고 이 지역의 한 외교관이 말했다.

평화로운 정권 교체는 카르자이의 바람직한 유산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잘마이 할릴자드가 말했다. 할릴자드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유엔 주재 대사를 지냈다. 그러나 카르자이가 집권 2기에 미국과 심한 갈등을 빚었다는 사실 역시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할릴자드는 온라인 라디오 유엔 디스패치의 마크 리언 골드버그와 가진 인터뷰에서 카르자이가 처음에는 상당히 친미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009년 재선이 다가오자 카르자이는 “미국이 자신을 쫓아내려 한다고 판단하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할릴자드는 이라크 주재 대사 시절을 돌이키며 미국과 이라크 정부 둘 다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원한다고 말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제안된 것과 마찬가지로 일부 미군 병력이 이라크에 계속 머물 수 있도록 하는 협정이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와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정부는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할릴자드는 “우리가 그곳에 오래 머물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협정은 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군사 보좌관들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이 알카에다의 재부상을 막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최소한 미군 병력 1만 명을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나토 국제안보지원군(ISAF) 사령관 조셉 던포드 대장이 그런 견해를 강하게 피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의 산악지대 쿠나르주에 남아 있는 알카에다 전사가 100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최근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기지를 표적으로 한 차량폭탄 공격 미수 사건(폭탄이 매우 컸기 때문에 큰 피해를 입을 뻔했다)은 알카에다의 소행이라는 일부 보도가 있었다. 호전적인 이슬람주의 단체인 알카에다가 실전에 복귀했을지 모른다는 뜻이다.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의 미래가 밝다며 미국민과 아프간 국민을 안심시키려 했다. 그는 5월 28일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 졸업식 축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 지역에 있는 알카에다 지도부는 섬멸됐습니다. 오사마 빈 라덴은 이제 없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안도하는 건 아니다. 이 지역의 한 외교관은 최근 이렇게 말했다. “오래 전에 친구가 있었다. 파리에서 만난 친구다. 우리 둘 다 젊은 학생 시절이었다. 그 친구는 프랑스인인데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수염을 기르고 이름을 바꾼 뒤 아프가니스탄으로 가서 현지인처럼 옷을 입고 지냈다. 그 친구는 1980년대 말 레이건 행정부와 아프간 무자헤딘 전사들이 소련군을 격퇴하려는 시점에 아프가니스탄을 떠나는 미국 지인에게 이렇게 경고했다. ‘무자헤딘 사이에서 다음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다음 상대는 미국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전부 그에게 ‘걱정할 것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지금은 “미국인들이 걱정하지 말라고 할 때마다 난 정말 걱정된다”고 그 외교관은 결론적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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