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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펀드 포트폴리오 - ELS·가치·배당펀드 당분간 순항할 듯

새로운 펀드 포트폴리오 - ELS·가치·배당펀드 당분간 순항할 듯



저성장·저금리·저물가는 펀드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줬다. 올해 상반기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엔 ‘환매 바람’이 불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무려 3조96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특히 펀드매니저들이 시장 초과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직접 운용하는 액티브 주식형 펀드에서만 1조6000억원이 이탈했다. 이 펀드의 상반기 평균 수익률은 -0.28%에 불과했다.

환매 바람이 거센 이유는 한 가지다. 증시가 장기간 박스권에 갇히면서 투자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송민우 신한은행 PWM프리빌리지 서울센터 PB팀장은 “뉴 노멀 시대에 맞는 투자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고 얘기했다. “시장을 이끄는 힘은 기업의 이익이에요. 하지만 과거처럼 기업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지 않을 겁니다. 증시는 지지부진한 게걸음 장세를 이어 가겠지요. 결국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형주에 투자하는 전통적인 ‘성장주 펀드’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롱숏, 수익보다 위험관리가 중요성장주 펀드뿐만이 아니다. 수수료가 저렴해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인덱스 펀드 역시 맥을 못 췄다. 인덱스 펀드 특성상 지수가 상승해야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박스권 장세 속에서 인덱스 펀드의 상반기 수익률은 -0.76%를 기록했다.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6개월 동안 약 1700억원의 자금이 줄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펀드 투자 전략은 뭘까. 전문가들은 “연간 기대수익률을 6~7%로 낮추고, 기존의 주식과 채권 위주의 투자방식에서 벗어나 투자 대상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영 펀드온라인코리아 팀장은 한마디로 고위험·고수익 투자에서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은 기대수익률이 시중금리보다 높고, 수익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아 안정성이 높다. 구체적인 상품으로는 롱숏펀드, 구조화 상품, 가치주·배당주 펀드가 유망하다.

롱숏펀드는 박스권 장세에서 효과적인 투자 대안이다. 이 펀드는 주가가 오를 만한 종목은 사고(long), 내릴 만한 종목은 공매도(short)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추구한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주가가 떨어졌을 때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다시 매수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 기법이다. 덕분에 증시가 좁은 범위에서 오르고 내리는 박스권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 지난해엔 무려 1조5800억원의 돈이 몰렸고, 상반기에도 약 7300억원이 들어왔다. 지난 1년 간의 수익률은 평균 7.5%나 된다.

투자에 앞서 유의할 점이 있다. 운용기간별 수익률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롱숏펀드의 기본은 수익보다 ‘위험관리’다. 한꺼번에 높은 수익률을 거둔 펀드보다 매달 꾸준히 수익을 내는 펀드가 안전하다. 송민우 PB팀장은 “무엇보다 롱숏이 워낙 까다로운 전략이라 전문 인력의 능력이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단적인 예로 트러스톤자산운용에서 롱숏펀드 붐을 일으킨 김주형 펀드매니저가 지난 3월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이동하자 자금도 그를 따라 움직였다. 첫 달에만 2000억원이 넘게 몰렸고, 반면 트러스톤 펀드의 자금은 급격히 빠져나갔다.

구조화 상품도 빼놓을 수 없다. 주가연계증권(ELS)·주가연계펀드(ELF)·파생결합증권(DLS)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진성 한국씨티은행 CPC 강남센터 부지점장은 ELS를 추천했다. ELS는 기초자산(종목이나 지수)의 주가가 만기까지 일정 범위 내에 머물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이 팀장은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머물러 있으므로 주가가 빠지더라도 조기 상환할 수 있는 ELS가 유리하다”고 했다. 6개월 내 조기상환하면 연 7%대의 기대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롱숏펀드나 구조화 상품은 펀드 용어나 투자 방식이 일반 투자자에게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손쉽게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투자하기엔 가치주·배당주 펀드가 낫다. 요즘 두 펀드의 성과도 뛰어나다. 저평가 주식을 선별해 장기 투자하는 가치주펀드는 박스권 장세에서 힘을 발휘한다. 상반기 10% 이상 고수익을 낸 가치주 펀드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펀드’가 18%로 가장 높다. 이어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트러스톤밸류웨이펀드’가 11%대에 진입했다. 가치주 펀드는 장기 투자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국내 대표적인 가치주 펀드 3인방은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마라톤펀드’다. 5년 수익률로 보면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가 98.31%로 가장 높다.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가 90.19%이고, 신영마라톤펀드가 79.96%를 기록했다.

민주영 팀장은 가치주 펀드 인기가 지속되면 앞으로 장기 투자 문화가 정착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실제 가치주 3인방에 꾸준히 돈이 몰리고 있다. 상반기 기준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에 2616억원이 들어왔다. 다음으로 에셋플러스코리아투게더펀드에 2202억원, 신영마라톤펀드에 1919억원이 유입됐다.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 인기마지막으로 배당주펀드가 있다. 고배당 종목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로 경기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종목이나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들을 주로 담는다. 상반기 기준 수익률 1위 펀드는 6.3%를 낸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펀드’다. 5년 수익률은 약 104%에 이른다. 배당주 펀드는 투자 시점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시장 상승에 따른 수익보다 고정적인 배당수익에 초점을 맞춰 운용하기 때문이다.

민주영 팀장은 “기업들의 배당수익률만 비교하면 해외 쪽이 더 낫다”고 조언했다. “유가증권 상장기업들의 배당수익률은 1%대에 머물지만 글로벌 증시는 평균 3% 수준이에요. 미국의 배당주만 해도 분기 배당을 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가질 수 있고요. 최근엔 온라인을 통해 펀드에 가입하는 펀드슈퍼마켓이 생겨 해외 배당주 펀드를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해외로 투자 시야를 넓혀보는 것도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펀드를 좋게 봤다. 실제 유럽펀드와 미국펀드에 상반기에만 각각 3736억원, 1127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두 펀드 수익률 역시 5~6%대로 선전했다. 이진성 부지점장은 “미국 경기는 1분기를 저점으로 반등하고 있고, 유럽 쪽은 경기부양책에 힙입어 기업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 회복 기대감 속에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의 투자 매력이 커졌다. 이 펀드는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가 발행하는 투기등급 채권에 투자한다. 신용도가 낮은 만큼 채권을 발행할 때 금리가 높다. 국내에 설정된 글로벌 하이일드펀드는 상당수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해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주요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 1년 누적수익률은 8%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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