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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품 진다 - 장기 국채·변액보험 비중 줄여라

이런 상품 진다 - 장기 국채·변액보험 비중 줄여라


서울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 영업 파트에서 일하는 장경수(가명·34)씨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초저금리시대 여파로 예·적금 상품을 문의하는 고객이 눈에 띄게 줄어 실적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객 돈 관리는 고사하고 자신의 재테크도 막막하기만 하다. 장씨는 “고객에게 뭘 선뜻 권하기가 민망할 만큼 나부터도 요즘은 투자할 곳이 마땅찮아 충분한 결혼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과거에는 예·적금으로 종잣돈을 모으고 주식과 부동산 등으로 돈을 불리는 게 재테크의 정석이었지만 이제 초저금리로 인해 종잣돈을 모으는 일부터 어려워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현직 금융권 종사자마저 답답함을 토로할 만큼 자산관리가 어려운 요즘이다. 본지는 시중은행 PB(Private Banker) 등 재테크 전문가들에게서 1%대 금리 시대에 뜨는 상품에 이어 지는 상품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주의해야 할 상품을 잘 구분해서 신중히 투자하는 전략으로도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상대로 일반 시중은행 예금과 적금은 초저금리 시대에 지는 상품 ‘0순위’로 꼽혔다. 다만 대안이 되는 예·적금 상품으로는 눈을 돌려볼 만하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PB센터 부센터장은 직장인들이 일반 정기예금이나 적금 대신에 각종 우대 혜택을 약속하는 고금리 특판 예·적금 상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 부센터장이 예로 든 ‘KB국민첫재테크예·적금’은 만 18~38세 고객을 대상으로 운용한다. 고객들이 고금리 적금으로 목돈을 만들어 이를 예금으로 불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적금의 경우 30만원 이내에서 자유롭게 저축이 가능하고 단리 기준 기본 연 3.0% 금리에다 각종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0.5%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예금의 경우 기본 금리 연 2.4%에 월복리가 적용되며 패키지 상품을 보유하거나 급여 이체를 하면 최대 0.2%포인트의 우대 이율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비슷한 상품을 출시했거나 출시를 준비 중이라 목돈이 없는 직장 초년생들이 초저금리 시대에 지는 일반 예·적금 상품의 대안으로 생각해볼 만하다. 이밖에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좀 더 높은 저축은행 예·적금이나 높은 금리에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외화 예금이 대안으로 꼽힌다.



일반 예·적금은 지는 상품 ‘0순위’“시중은행의 일반 예·적금이 왜 외면 받고 있는지를 순차적으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금리가 높던 과거에는 은행 정기예금의 이자소득으로도 부의 증식과 안정적 생활이 가능한 구조였다. 이 때문에 다른 투자 상품에 대한 수요가 그리 많지 않았고, 포트폴리오 투자의 개념보다는 특정 투자 상품의 성과가 좋다는 입소문만으로 특정 상품에 투자금이 집중되는 시기였다. 따라서 과거 투자자들은 극단적인 정기예금을 선호하거나, 정기예금을 중심으로 일부는 고수익을 추구하는 공격적 투자 상품에 투자하는 성향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초저금리 시대로 넘어오면서 이런 전략의 수정이 근본적으로 불가피해졌다.”

김병주 하나은행 도곡PB센터 PB팀장의 얘기다. 김 팀장은 초저금리 시대에 시중은행의 일반 예·적금이 지고 고위험 고수익 대신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투자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일본과 대만처럼 한국도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물가 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정기예금 금리가 ‘부의 증식’보다는 은행에 돈을 맡기는 ‘부의 보관’ 개념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선호했던 상품의 경우 초창기에는 성과가 좋았지만 늦게 진입한 투자자들은 아직도 큰 폭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정 지역이나 물, 광업주 등 특정 섹터에 집중 투자해 고수익을 노리는 펀드를 예로 들었다.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라면 테마주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초저금리 시대에 안정된 수익을 안겨주는 배당주가 ‘뜨는 해’라면 일확천금을 노리는 테마주는 ‘지는 해’라고 강조한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성장이 사실상 멈췄고 주요 기업의 해외 매출 비중이 70~80%가 된 시대에 환율과 금리로 증시의 향방을 예측하는 투자방식으로는 시장을 앞서 나아가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가치주나 경기순환을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한 테마주의 전성시대가 반복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유행을 타는 테마주의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길게 보고 가치주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요즘과 같은 초저금리 시대일수록 고위험 고수익 대신 중위험 중수익을 택하라는 전문가들의 조언과 도 일맥상통한다.

거꾸로 채권 시장에서는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장기 국채 등으로 길게 보는 전략을 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소 엇갈리는 부분이지만, 본지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비관론을 제시했다. 이진성 한국씨티은행 CPC강남센터 부지점장은 “주식과 함께 채권을 가지고 있는 건 바람직하지만 채권 비중을 20~30%대로 줄이는 것이 좋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채권은) 매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이 슬슬 저물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신동일 부센터장은 “국채는 (초저금리 여파로) 장기 수익률이 점차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채권의 매력 갈수록 떨어져다른 시중은행 PB도 “국채는 과세에서도 특별한 메리트가 없어 최근 전반적으로 국채에 대한 관심이 뜸한 편”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장기 국채가 최근의 저금리 추세로 인해 보험사로 자금 유입이 둔화되면서 수요가 약해지고 있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은 “내년부터 국채 발행이 증가할 전망”이라면서 “은행도 순발행으로 돌아설 조짐이라 채권 수급이 불안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채권에 투자하려면 장기 국채 대신 단기 채권으로, 특히 국내 채권 대신에 금리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덜한 해외 채권으로 눈길을 돌릴 것을 추천한다.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이 특히 관심을 갖는 퇴직연금 상품은 어떨까. 금리가 떨어지면서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이 원리금을 보장하지 않는 실적 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을 크게 밑돌면서 저물고 있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8월 22일을 기준으로 실적 배당형 상품인 퇴직연금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 192개의 1년 수익률은 7.4%였다. 이와 달리 원리금보장형 상품은 지난해 평균 수익률이 3%대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수익률(4.2%)에도 미치지 못했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원리금 보장형 상품일수록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변액보험도 대표적인 ‘지는 상품’에 속한다. 변액보험은 계약자가 보험사에 낸 보험료 일부를 보험사가 펀드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고 이를 계약자에게 배분하는 상품이다. 2000년대 초반 출시된 이후 저금리 시대에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고객들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으로 주목 받았지만 최근 수익률은 전반적으로 좋지 못하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지난해 전체 변액보험 상품의 평균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을 밑돌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PB강남센터 부장은 “변액보험의 경우 보험설계사가 고객이 가입하고 나면 사실상 방치해 두는 경우가 많아 안정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황성환 삼성화재 장기상품개발파트 책임은 “변액보험은 금리보다는 주식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서도 “금리가 낮아진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미래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확정 이율을 갖는 특약 상품을 최근 거의 내놓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스스로가 초저금리 시대에 바람직한 투자의 길을 결정할 수 있도록 많은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남들이 말하는 지는 상품을 피하기만 하는 선에 끝난다면 길게 봤을 때 바람직한 재테크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병주 팀장은 “저금리 시대가 고령화 시대와 함께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금융자산 운용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액의 돈을 보유한 자산가들은 이미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고 있으나 다른 대부분의 고객들은 이런 노력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금융투자 교육과 은퇴 설계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단지 PB 손에 이끌려 수동적인 자세로 재테크에 임해도 저절로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이에 대해 서울 강남의 한 시중은행 PB는 “1%대 초저금리 시대가 고객들로 하여금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재테크 방향을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여러 금융회사의 다양한 투자 상품을 직접 확인한 후에 거꾸로 ‘이런

상품이 있느냐’면서 물어오는 사례도 늘었다”고 했다.

“예전만큼 PB의 제안에 대해 100% 확신하기보다는 의심을 하며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오시는 경우가 많죠. 훨씬 신중하게 상품에 가입하는 추세입니다. 초저금리 여파에 따른 일종의 학습 효과라고 봅니다. 예전에 가입했던 펀드 등에 대한 생각도 있으시니 공부를 많이 하고 충분한 확신이 있을 때 상품을 선택하시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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