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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 부동산, 살까? 말까? - 오를 집? 살기 좋은 집 골라라

헷갈리는 부동산, 살까? 말까? - 오를 집? 살기 좋은 집 골라라

한동안 침체의 늪에 빠졌던 부동산 시장에 미약하나마 온기가 돌고 있다. 9.1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주택 거래량이 늘고, 가격도 꿈틀대고 있다. 전셋값 마련에 지친 이들은 이 참에 ‘내집 마련’에 나서기도 한다. 초저금리 시대에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어 고민하던 이들은 상가 등 임대사업에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그래도 사고 파는 입장에선 머뭇거리게 마련이다. 샀는데 가격이 떨어지진 않을지, 팔았는데 더 오르지 않을지 걱정도 많다. 최근 부동산에 관한 궁금증을 정리했다. 종류별·지역별 유망투자처를 살펴보고, 상가·오피스텔·땅 투자 환경도 짚어봤다.


헷갈리는 부동산, 살까? 말까? #1. 4 년간 전세살이를 해 온 윤유환(35) 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재계약을 앞두고 전세금을 4000만 원 올려달라는 얘기를 들은 뒤부터다. 김씨가 거주하는 서울 상도동 아파트의 전세금은 2억 7000만 원. 이미 5000만 원 가량 대출을 받은 상태다. 아내가 새집을 원하기도 하고 경기가 살아난다는 얘기가 있어 아예 집을 사는 건 어떨까 고민 중이다. 이 참에 대출을 더 받아 매매가 5억 원 정도의 아파트를 알아보는 중인데 혹 사고 나서 가격이 떨어지진 않을까 걱정스럽다.

#2. 서울 신림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최규성 (55)씨는 최근 1~2년 동안 불황에 시달렸다. 업종을 바꿔볼까 생각도 했다. 한 달 내내 매매 수요는 없고, 원룸 중개 몇 건으로 버티다 보니 임대료와 운영비 충당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그는 9월에만 두 건의 매매 계약을 중개했다. 거래 문의도 부쩍 늘어 아내까지 나와 일을 돕고 있다.



주택 시장에 미약하나마 온기가 돌고 있다. 정부가 4월부터 두세 달간격으로 발표한 각종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3~4년 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거래량이 늘었다. 9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 건수가 3 ~ 4월 수준인 9만 건을 회복할 것이란 예상인데 10월엔 10만 건에 근접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일단 바닥은 찍은 듯한데… 급매물이 소진되고, 매매 가격도 오름세다. 10월 첫째주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1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주 대비 0.12% 올랐다. 수도권이 0.13%, 대구와 경남이 상승을 주도한 지방도 0.11% 올랐다. 서울은 0.14% 상승했다. 실수요층을 중심으로 거래가 늘면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작용해 거래량은 조금 주춤했지만 침체기에 비하면 사정이 훨씬 낫다.

정부가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완화하고, 청약 시장에서 유 주택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내용의 9·1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 강남·목동 등 재건축 시장이 들썩였다. 이어 시장 전체로 가격 상승 분위기가 슬슬 확산됐다. 재건축 3인방으로 불리는 잠실주공 5단지, 반포주공 1단지, 개포주공 단지는 지난해 말보다 15~30% 가까이 급등했는데 특히 잠실주공 5단지 112㎡는 1년 새 8억 6000만 원에서 12억 원으로 크게 올랐다. 분양시장에도 오랜 만에 활기가 넘친다. 올해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위례자이’는 451가구 모집에 6만 2670명이 몰려 평균 139:1대의 청약 경쟁이 벌어졌다.

미분양도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 8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월보다 12.8% 줄어든 4만 4784가구였다. 5월 이후 3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준공 후 미분양도 전월 대비 6.3% 줄어 2만호 밑으로 내려왔다.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았던 서울 강북 지역 아파트도 최근 서너 달 사이 1000만 원 이상 오른 아파트가 제법 나왔다. 김태수(48) 하늘공인중개사 팀장은 “올 2월 3억 원에 팔린 서울 홍제동 아파트가 현재 3억 20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강남·목동이 더 뜨겁지만 강북도 조금씩 달아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바닥은 찍었다’는 점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큰 이견이 없다. 내년 전망도 비교적 긍정적인 편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전국 주택사업환경지수 9월 전망치는 134.7로 전월 대비 9.9포인트 상승했다. 8월에 상승 전환한 이후 두 달 연속 오름세다. 주택사업환경지수는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 협회 회원사들의 경기 전망 등을 조사한 주택경기실사지수(HBSI)의 하나다. 지수가 100 이상이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답한 업체가 나빠질 것이라고 답한 업체보다 많다는 뜻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집값의 향방을 미리 알 수 있는 주요 지표로 거래량, 주택구매력지수, 부동산 소비심리지수 등이 있는데 대부분의 지표가 상승 중”이라며 “2015년 추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전반적으로 걱정할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며 “대외 거시 변수 충격만 크지 않다면 내년까지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세가격 급상승에 실수요층 ‘차라리 사자’ 이미 흐름이 한풀 꺾였다는 반론도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 연구소장은 “바닥은 확실히 지났고, 회복기의 여러 증거들이 있지만 미국이 나홀로 회복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환율 왜곡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어 장기적으로 경제에 어떤 타격을 줄 지는 쉬 예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시지표 회복이 더뎌지면서 9월 말부터 상승세가 조금씩 둔화하는 것은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가로 나올 수 있는 정책들이 어떤 효과를 발휘할 지도 관심을 끈다. 2000만 원 이하 주택 임대 수입에 대해 소득세를 경감하는 소득세법 개정안과 분양가 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법 폐지 등에 이목이 쏠린다. 관련 법안이 언제, 어떤 형태로 국회를 통과하는 지가 변수다. 심교언 교수는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임차인 보호 규정을 많이 도입하는데 임대인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은 아직 부족하다”며 “여러 인센티브를 활용해 시장 참여 의지를 고취시키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제보다 어떤 집 살 지에 초점 맞춰야최근 들어 부동산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 나 이것이 지금 집을 사도 좋다는 명백한 신호는 아니다. ‘지금 이 매수 적기냐’는 물음에 대해선 전문가의 의견도 엇갈린다. ‘서울은 올해 말, 수도권은 내년 초까지 매수 기회(고종완 원장)’ 라는 주장이 있고, ‘떨어지진 않겠지만 올해 이상으로 치고 올라갈 힘이 있을 지는 의문(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연구위원)’이라는 전망도 있다.

경기의 흐름과 매수 타이밍은 다른 차원이다. 최근 1년 사이 부동산 시장 최대 승자는 지난해 말 비관론을 뚫고 집을 산 사람들이었다. 당시 시장에선 부동산의 장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가을 이사철 수요도 소용없었고, 거래량은 역대 최저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때도 집을 산 사람은 있었다. 어떤 확신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1년 새 아파트 가격은 대략 5 ~15% 정도(서울 기준) 올랐다. 시장의 예상과 반대로 행동하면 성공한다는 농담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사려고 마음은 먹어도 판단은 쉽지 않다. 집은 사람이 살 수 있는 무언가 중에서 가장 비싸다. 기본적으로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다 시장의 양상도 예전과 사뭇 다르다. 대세에 편승하기만 하면 과실을 따먹었던 부동산 성장기와 판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의미다. 박원갑 위원은 “한국 경제가 장기적인 저성장기에 접어든다고 볼 때 부동산의 가격 변동폭 역시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덕 소장은 “집으로 큰 돈 벌겠다는 욕심을 버리는 게 첫 번째”라며 “규제가 완화됐다고 감당 못할 만큼 돈을 빌려 투자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일단 2~3년 전과 비교하면 집 사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건 확실하다. 부동산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는 흐름 속에 있고, 대출금리가 낮아진 덕분에 자금 조달환경이 좋아졌다. 전세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점도 매매 수요를 부추긴다. 올 해 주택 가격이 상승한 것은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70%를 넘을 만큼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실수요층이 구매로 태도를 바꾼 게 한 요인이었다. 전세금 올려주려고 대출 받을 바엔 차라리 대출을 조금 더 받아 집을 사겠다고 마음 먹을 만하다.

확신을 가졌다면 공부가 필요하다. 핸드폰 하나 정도야 친구 따라 거름을 지고도 장에 갈 수 있겠지만 집은 다르다. 재정 여건, 삶의 질, 학군, 교통 여건, 인간관계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복잡해졌으니 발품을 팔아서라도 남들과 다른 판단, 스스로 확신할 수 있는 판단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어떤 시점에 집을 살 것이냐 보다 어떤 집을 고를 것이냐에 초점을 맞추라는 지적이다. 박원갑 위원은 “매수 타이밍을 노려 큰 수익을 얻으려 했던 과거의 패러다임부터 벗어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심교언 교수는 “재건축이라고 마냥 좋은 게 아니다”라며 “관리처분계획이 잘 진행되고 있는 지 과열되진 않았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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