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 전문기자의 은퇴 성공학 - 노후설계 ‘5층 연금탑’을 쌓아라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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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전문기자의 은퇴 성공학 - 노후설계 ‘5층 연금탑’을 쌓아라

서명수 전문기자의 은퇴 성공학 - 노후설계 ‘5층 연금탑’을 쌓아라

요즘 교사나 공무원을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다. 급여가 많아서도, 일이 편해서도 아니다. 정년 보장으로 일반 사기업보다 오래 일할 수 있다는 건 있지만 그보다는 연금혜택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반인이 타는 국민연금보다 훨씬 많은 연금 액수는 든든한 노후 버팀목이 되기에 충분하다. 공무원 연금을 현재가치로 따지면 1인당 평균 5억원이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조삼모사(朝三暮四)와 현재가치
그러나 공무원 연금이 부러움의 대상이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전에는 연금보다는 일시금으로 수령해 목돈으로 활용하는 공무원이 많았다. 1982년부터 2012년까지 20년 이상 재직하고 퇴직한 공무원 가운데 연금 선택 비율을 보면 뚜렷한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1982년부터 1998년까지 연금 선택 비율은 50%가 되지 않았다. 2명 중 1명은 일시금을 선택했다. 1999년부터 이 비율이 본격적으로 역전되기 시작해 2012년 기준으로 약 93%가 연금을 선택하고 있다. 특히 2005년 이후부터는 단 한 해도 90%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배경은 무엇일까. 공무원들의 연금 선택 비율이 높아진 것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사실 연금 자체는 그렇게 썩 매력적인 대상이 아니다. 받을 돈을 찔끔찔끔 받는 것보다는 나중에야 어찌되든 일시금을 한번에 챙기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인간은 미래보다는 눈앞의 이익을 좇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옛날 중국의 ‘조사모사(朝三暮四)’라는 고사는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춘추전국시대 송나라의 저공이란 사람이 원숭이들을 기르고 있었다. 어느 날 흉년이 들어 먹이가 부족해지자 저공은 원숭이들에게 “앞으론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로 도토리 먹이를 제한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원숭이들은 화를 내며 아침에 3개를 먹고는 배가 고파 못 견딘다고 반발했다. 이에 저공은 아침에 4개, 저녁엔 3개를 주겠다고 수정해 제안하자 그제서야 원숭이들이 좋아했다는 이야기다. 하루에 먹는 도토리는 7개로 총량에는 변함이 없는데도, 아침에 더 먹을 수 있다는 눈 앞의 이익에 이끌려 주인에게 설득 당했다는 조삼모사는 어리석은 사람이나 남을 농락해 사기·협작술에 빠뜨리는 행위를 비유할 때 사용된다.

그런데 과연 원숭이들은 어리석은 짓을 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경제적으로 따지면 사람 못지 않게 똑똑한 동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똑같은 먹이라도 아침과 저녁은 분명한 차이가 있어서다. 하룻 동안의 이자율을 1%라고 가정하고 두 가지 먹이 주는 방법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보자. 우선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주는 경우의 현재가치는 (저녁에 먹을 도토리 4개/이자율 1.01)+아침에 먹을 도토리 3개=6.96개다. 이를 아침 4개, 저녁 3개로 바꾼다면 (저녁 3개/이자율 1.01)+아침 4개=6.97개로 현재가치가 0.01개 늘어난다. 전자보다 후자가 더 이익이란 결론이다. 그 차이는 0.01개에 불과하지만 오랜 세월이 쌓이면 무시할 수 없는 크기가 된다. 이 미세한 차이까지 알고 있었던 저공의 원숭이들은 어리석기는커녕 현명한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눈 앞의 이익에 대한 변수인 이자율이 달라지면 현재가치는 어떻게 될까. 하룻 동안의 이자율이 0.5%로 떨어질 경우 전자의 현재가치는 6.980개인 반면 후자는 6.985개로 양자의 차이가 0.005개로 줄어든다. 이는 이자율이 하락하면 미래 자산(저녁 도토리)의 가치가 현재 자산(아침 도토리)보다 더 빨리 올라 양자 사이의 차이가 그만큼 좁혀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국민·퇴직·개인연금에 주택연금과 월지급식 상품 얹기

연금은 미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연금의 현재가치는 할인율이 얼마냐에 따라 결정된다. 할인율은 이자율·물가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자가 비싸지고 물가가 올라가면 할인율도 올라간다. 연금 가치가 상승했다는 것은 거꾸로 할인율이 낮아졌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2000년대 들어 공무원의 연금 선택 비율이 높아진 것은 금리와 물가의 움직임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저금리·저물가 기조가 정착되면서 할인율이 큰 폭으로 떨어져 연금의 현재 가치가 크게 상승한 것이다. 만약 조삼모사의 원숭이들도 지금과 같은 저금리·저물가 상황이었다면 생각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앞으로 연금은 갈수록 귀하신 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초저금리 기조는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고, 저성장으로 고용도 불안하기 때문이다. 또 평균 수명 연장으로 장수 시대가 열림에 따라 연금처럼 평생 돈의 흐름이 꾸준히 이어지는 자산이 중요시되고 있다.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연금 재원을 가급적 많이 만들어 놓아야 한다. 자신의 자산 가운데 어느 정도를 연금화할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집을 지을 때 층수를 올리는 것은 대지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고층 아파트는 좁은 공간에 많은 가구를 수용해 도시민의 거주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노후자금도 마찬가지다. 요즘 같은 초저금리 상황에선 노후자금을 불리기가 어려워진 만큼 소득 흐름이 마르지 않는 자산의 층수를 높여가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노후설계에서 국민연금은 1층, 퇴직연금은 2층, 개인연금은 3층에 해당한다. 3층 구조는 노후설계의 기본이다. 여기까진 어지간한 사람은 거의 구비해놓고 있다. 그래도 노후 생활비가 모자랄 수 있다. 아파트를 가진 사람은 주택연금으로 4층을 만들 수 있다. 아파트를 금융회사에 맡기고 대출을 받아 쓰는 방식인데, 저금리의 장기화로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5층 설계 공법도 있다. 월지급식 상품으로 소득 흐름을 창출하는 것이다. 미리 목돈을 넣어두고 매달 일정한 이자를 받거나 월세 수입이 나오는 것으로 일종의 연금 형태다.

월지급식 상품은 일본이 원조다. 1970년대 말 퇴직자가 갑자기 쏟아져 나오자 일본의 금융회사들이 이들을 겨냥해 출시했다. 퇴직자가 퇴직금과 그동안 모은 저축금을 맡기고 용돈을 타듯이 한다고 해서 ‘용돈 펀드’로 불렸다. 우리나라엔 2010년 처음 등장했는데, 최근 소득흐름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타고 판매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때 공급 과잉 우려가 나왔던 오피스텔이 다시 인기를 되찾고 있는 것은 임대 수입이라는 빵빵한 소득 흐름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노후 준비 하면 주로 자산의 규모가 관심사였다. 돈이 얼마나 있어야 노후 생활을 편안히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10억원이라는 얘기도 있었고, 3억원이면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돈 규모보다 ‘월 생활비가 얼마나 필요한가’라는 얘기가 오간다. 저금리 시대에 노후생활의 질은 연금화한 자산의 층수를 얼마나 높이 쌓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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