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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中 경제와 증시 - 경제는 주춤, 증시는 잰걸음

엇갈린 中 경제와 증시 - 경제는 주춤, 증시는 잰걸음

시장은 오가는 사람들로 붐벼야 제 맛이다. 안부를 묻고 물건값을 흥정하며, 분주하지만 서로의 에너지를 느끼며 살아간다. 금융시장도 마찬가지다. 붐벼야 흥이 난다. 요즘 중국 증시는 붐비는 사람들로 여기저기 환호성이다. 거래 단말기 속엔 안부를 물을 사람도 없지만, 식당에서 찻집에서 버스에서 오가는 일상의 대화에는 주식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런 풍경은 고스란히 여의도 증권가로 넘어왔다. 중국과 홍콩 증시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중국 증시는 어디쯤 와 있을까. 그리고 시장이 발 딛고 선 중국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경제 이야기부터 해보자. 중국 경제가 예전만 못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발표된 거시지표들은 리먼사태 직후의 수치에 다가서고 있다. 1분기 성장률은 7%(이하 전년 동기비)를 기록했다. 6년 만에 최저치이긴 하지만 그래도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다. 문제는 경기 모멘텀을 보여주는 최근월(3월) 지표들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당국의 경기 부양 조치가 집중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2월 춘절연휴 이전의 가수요가 되돌려진 결과라는 주장도 있지만 그렇게만 보기엔 기울기가 너무 가파르다.
 부동산 개발투자 증가율 2009년 이후 최저
지난 3월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5.6%에 그쳐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래 가장 낮다. 농민공들의 대량 실직으로 중국 전역이 어수선했던 시절만큼 생산 활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제조업 동향의 시금석인 일평균 전력발전량은 마이너스 3.7%를 기록, 역시 2008년 이래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굴뚝산업 등 몇몇 한계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러온 결과일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공장가동이 떨어지면서 전력 수요가 시원치 않아서다.

한동안 중국 성장 엔진이던 부동산 개발투자 증가율은 2009년 이래 최저다. 주식 시장이 활황이라 소비는 그래도 제법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3월 소비 증가율은 10.2%로 둔화돼 한자릿수가 눈앞이다. 지역별로는 동북3성(헤이룽장성·지린성·랴오닝성) 경기가 말이 아니다. 동북부의 산업생산은 올 들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1~2월 마이너스 0.6%에서 3월 마이너스 3.2%로 제조업 활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철강산업과 석탄·에너지 등 요즘 죽을 쑤는 산업이 몰려 있는 이 지역의 체감경기는 거의 리세션에 가까울 것 같다. 지역민심이 흉흉해질 수밖에 없다. 기초 원자재와 중간재 생산단지가 몰려 있는 이지역의 침체가 점점 상위 산업군으로 확산되면 경기는 더 불안 해진다. 최근 리커창 총리가 각별히 동북3성 구제를 위한 정책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이유다.

상황이 이러하니 인민은행은 계속 돈을 풀 수밖에 없다. 정부도 부동산 대책과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등 경기 활성화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2분기부터는 기존의 부양책이 효과를 내며 실물경기를 좀 더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지만 불안한 대내외 수요를 감안하면 낙관은 금물이다. 3월 지표만 놓고 보면 인민은행과 정부가 당장이라도 추가 대책을 내놔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중국 증시로 넘어오면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꿈과 탐욕을 먹고 자라는 시장이라 그렇겠지만 당 지도부도 증시가 좋아할 만한 테마를 적절히 던져주고 있다. 유동성의 힘으로 밀어 올린 중국 증시 열풍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를 점치는 것은 불확실한 작업이다. 경험상 과열의 우려가 대두할 때 증시는 공포의 벽을 타고 오르며 더 갔다. 다만, 경제 전반의 위험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과 펀더멘털 사이의 괴리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 달릴 수도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언제 조정이 찾아와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시장이다.

물론 시장은 정책당국이라는 든든한 후원자를 믿고 있다. 경기가 나빠도 증시는 오른다. 당국의 정책지원이 강화되고, 이것이 투자할 곳 없는 실물경제보다 금융자산으로 돈이 몰리도록 만드는 환경, 소위 말하는 ‘뉴노멀’ 환경 아래에선 특히 그렇다. 중앙은행에 맞서지 말라는 격언이 고스란히 상하이증시로 옮겨온 거다. 실제 경기 하방 압력을 진정시키려는 당 지도부의 의지를 감안하면 인민은행은 연내 서너 차례 더 추가 완화(지준율 및 기준금리 인하) 조치를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 향후 경기 흐름에 따라 그 빈도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게다가 자본시장의 폭과 깊이를 확대해 기업들의 부채(debt financing)를 자본(equity financing)으로 전환하고, 기존 부채의 차환을 도와 실물경기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당국 역시 주식 시장의 활력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민간과 해외 자금이 증시로 원활하게 유입될 수 있게 관련 대책을 수시로 내놓고 있다.
 빚내서 투자하는 사람 급증
경제 체질 전환기를 순탄하게 이끌어야 하는 당 지도부로선 경제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어선 곤란하다. 때문에 지금의 주가 상승은 중국 경기 전망에 대한 시장의 신뢰, 그리고 당 정책에 대한 시장의 두터운 신뢰를 보여주는 것으로 선전되고 있다. 외관상 시장의 탐욕이 당 정책과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로 탈바꿈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추가적인 경기 대책의 불가피성이 펀더멘털에 대한 시장 스스로의 검증이 아닌, 당국의 주가 부양 재료로만 인식되는 최근의 전개는 시장 내부의 잠재 위험을 키우기 쉽다. 마진 트레이딩과 같은 레버리지와 결합될 때는 특히 그렇다. 올 들어 빚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4월10일 현재 중국 증시의 마진 트레이딩 규모는 석 달 사이 50% 불어나 1조6400억 위안에 달하고 있다. 지난 1월 규정 위반으로 석 달간 신규 마진 트레이딩 계좌 개설 중단조치를 받았던 대형 증권사 3곳의 제재가 풀림에 따라 향후 중국 증시의 마진 트레이딩 잔액은 더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이렇게 불어난 마진 트레이딩은 외부 충격에 의해 시장이 흔들릴 때 진폭을 확대 재생산하는 기폭제가 되게 마련이다. 주식 시장의 장기 지속 가능한 랠리를 바라는 당국도 증시 내부의 이러한 위험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계속 내버려뒀다가 화를 키우겠다 싶으면 작년 말과 올해 초처럼 잠시 시장을 흔들어 놓으려 들 것이다.

정책당국의 이런 대응은 단기 조정의 빌미이자 다른 한쪽에게는 시장 진입 기회가 될 테지만, 정작 염두에 둬야 할 외부 변수는 하반기로 예상되는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을 전후로 글로벌 유동성 환경이 어떻게 변모하고, 이것이 이머징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다. 파티에 동참해 즐기더라도 입구 쪽에 가까이 있으라고 주장하는 진영은 이를 가장 경계한다.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가 내재된 부실을 순조롭게 해소하고 성공적인 체질 전환을 이뤄낼 것이라는 믿음이 현실화한다면 시장의 밸류에이션은 어느 시점에선가 정당화된다. 그러나 경제 체질 전환기의 과정이 순탄할 것이냐, 시장 내부적으로 탐욕의 무게를 얼마나 견딜 수 있을 것인가는 늘 우려의 지점이며 단계마다 가슴 졸이는 확인 작업을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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