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주공산의 美 스트리밍 업계] 비어 있는 왕좌의 주인은 …

9년 영업한 스포티파이도 고객수 적어
왕의 탄생과 생태계 생성 주기는 반복적이다. 한 업체에 이용자가 모여들면 투자자는 그 업체에 돈을 쏟아붓는다. 생태계는 그 업체를 중심으로 정리된다. 해당 업체는 투자 가능한 자원을 모아 보다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면 더 많은 이용자가 몰려든다. 이 주기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머지않아 2위 업체는 한참 뒤처지고 나머지는 거의 사망에 이른다. 지난해 실리콘밸리 자문업체 플레이비거는 2000년 이후 설립된 10억 달러 규모 업체 절반이 각 업계를 책임지고 규칙을 정하는 업계의 왕들 임을 밝혀냈다. 우버를 보라. 운전기사는 고객을 가장 많이 확보한 회사에서 일하길 원하고, 고객은 차량이 가장 많은 업체를 선호한다. 경쟁사가 우버의 기술을 따라하긴 쉽지만 우버로선 그러거나 말거나다. 갈수록 고객과 차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버를 밀어내기란 12월 25일에서 크리스마스를 밀어내는 것만큼 어렵다.
경쟁 원리에 반하는 것처럼 들리는가? 미국답지 않다고? 걱정 마시라. 빠르게 움직이는 기술 업계에선 새로운 경쟁 부문이 왕을 위협한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윈도우 운영체제 천하를 무너뜨렸다. 그 어떤 경쟁 운영체제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언젠가는 완전히 새로운 검색 서비스가 그 어떤 유럽연합의 규제보다 구글에 더 큰 피해를 입힐지 모른다. 스트리밍 음악 부문은 아이튠즈를 구식 서비스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다.
물론 아직은 충분치 않다. 스트리밍 음악 업계엔 승자가 없기 때문이다. 아직까진 선순환 주기로 이득을 보는 업체가 없다. 명확한 왕이 없는 스트리밍 업계는 난장판이다. 아무도 수익을 내지 못한다. 대다수 새로운 기술에 비해 성장도 느리다. 현재 이 업계의 수장 격인 스포티파이는 9년 간 영업하면서 인터넷 이용자의 14% 밖에 끌어들이지 못했다. 더구나 스트리밍 업체들은 생태계까지 망쳐놨다. 훌륭한 음악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도 음악 제작자들에게 돌아가는 보상 체계를 망가뜨리는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지금 스트리밍 업계가 엉망이라고 해서 적법한 왕이 엑스칼리버를 뽑아들고 암흑 시대를 끝낼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 일은 과거에 이미 수 차례 일어났다. 30세가 넘은 사람들은 구글 이전의 검색 서비스를 기억할 것이다. 알타비스타·라이코스·인포식·올더웹 등 온갖 검색 서비스가 있었다. 아무도 자사를 차별화하거나 수익을 내거나 선두를 달리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모두가 비슷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웹페이지의 단어를 검색해서 이용자들에게 보여줬다. 그 결과들은 잘해봐야 보통 수준이었고 어떤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든 대체로 비슷했다. 1990년대 말 구글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들고 나왔다. 페이지 간 링크를 활용해 검색 결과에 순위를 매기고, 보다 질 높은 결과를 상단에 내보냈다. 구글은 흔한 검색 엔진이 아니었다. 인터넷 구조에서 힘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검색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 명확한 우위를 차지한 뒤로 구글은 모든 온라인 생활에 검색을 접목했다. 지금도 검색 시장의 68%를 점유한다.
생태계 장악할 혁신적 서비스 없어
지금은 스포티파이가 스트리밍계의 아이튠즈로 거듭날 수도 있다. 이 업체는 최근 혁신적 광고 플랫폼을 공개했다. 사람들이 특정 음악을 들을 때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면도기 제조 업체는 이용자가 면도하고 있으리라 여겨질 때 면도기 광고를 내보낼 수 있고, 콘돔 제조 업체는 로맨틱한 음악들 사이에 콘돔 광고를 끼워넣을 수 있다. 또 스포티파이는 4억 달러(약 4400억원) 투자금을 유치했다. 어쩌면 이 플랫폼과 투자금으로 스포티파이는 경쟁사들을 물리치고 선순환 주기에 올라타 왕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왕좌는 여전히 비어 있다. 스포티파이는 아직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와 별반 다르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어쩌면 제이지가 왕좌에 등극할지도 모를 일이다.
- 번역=이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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