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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논란에도 랠리 이어가는 코스닥] 작지만 매서운 ‘소신(小辛)기업’이 자양분

[거품 논란에도 랠리 이어가는 코스닥] 작지만 매서운 ‘소신(小辛)기업’이 자양분

코스닥지수는 7월 3일 769.26로 마감해 2007년 11월 이후 7년 8개월만에 770선 등정을 눈앞에 뒀지만 그리스 위기가 불거지면서 사흘 만에 720대로 후퇴했다.
지난해 말에 2015년 한국 증시의 랠리를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코스피든 코스닥이든 마찬가지였다. ‘의외의 선전’ 정도가 가장 긍정적인 전망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결과는 달랐다. 코스피는 달렸고, 코스닥은 날았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움츠렸던 코스닥의 장기 박스권(450~550포인트) 탈출은 의미가 컸다. 6월 30일 코스닥 지수는 전년 동기보다 205.21포인트(38.2%) 상승한 742.27포인트를 기록하며 7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4년 말 542.97포인트였으니 단 6개월 만에 36.7%나 오른 셈이다. 반기 지수상승률 36.7%는 2009년 상반기(46.1%) 이후 최고치다. 2월 600선에 진입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린 코스닥은 두 달만에 700선까지 돌파하며 힘을 보여줬다. 시가총액 역시 203조원으로 전년 동기(130조원) 대비 73조원(56.2%)이나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7년 6월 100조원을 돌파한 이후 딱 8년 만에 200조원을 넘어섰다. 코스닥 지수는 7월 들어서도 사흘 동안 3% 넘게 급등해 7월 3일엔 769.26포인트로 상승했다. 8년 만에 800선을 돌파하리란 관측에 힘이 실렸다.
 그리스·중국發 태풍에 잠시 휘청
그러나 멀리 그리스에서 불어온 태풍은 생각보다 거셌다. 7월 5일 유럽채권단의 구제금융안 수용 여부를 묻는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시장의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오자 전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쳤고, 코스닥도 무섭게 출렁였다. 사흘 뒤 중국 증시 폭락이란 악재가 더해지자 코스닥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7월 9일 장중 한때 힘들게 쌓아 올린 700선을 내놓기도 했다. 단 나흘 사이 일어난 일이다. 7월 6일~9일 나흘 만에 코스닥 지수는 769.26포인트에서 726.01포인트로 5.62%나 하락했다. 209조원으로 늘었던 시가총액 역시 12조원가량 증발하면서 197조 원으로 내려 앉았다. 개인이 나흘 내내 순매수하며 버텼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무차별 매도세가 너무 거셌다. 일반적으로 코스닥은 코스피에 비해 대외 변수에 덜 민감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번엔 하락폭이 코스피(3.64%)보다 컸다. 다행히 7월 10일 0.65% 상승해 730선을 다시 회복하며 기술적 지지선을 사수했다.

상반기 코스닥이 오랜 박스권을 깨고 상승할 수 있었던 건 기본적으로 유동성 덕이 컸다. 6월 말까지 코스닥 일 평균 거래 대금은 3조550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7800억원) 대비 99.4%나 늘었다. 코스닥 개장 이래 최고치다. 사든 팔든 주식시장은 돈이 돌아야 가격이 움직인다. 지난해 말부터 저금리로 시장에 공급된 유동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되면서 코스닥 주가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개인과 기관, 외국인 모두 거래 규모가 늘었지만 특히 개인과 기관은 주요 지수대를 돌파할 때마다 매수를 크게 늘리며 시장을 견인했다. 3~4월 잠시 매도로 돌아섰던 기관은 6월 한달 동안 사상 최대 규모인 8120억원을 순매수했다.

상반기까진 유동성이 호재로 작용했지만 수급에 기댄 추세적 상승이 가진 한계는 7월 초 여실히 드러났다. 작은 내부적 변수에 휘둘리는 경향도 여전하다.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사건이 발생한 4월 22일, 코스닥 시장은 이 여파로 장중 5%나 급락했다. 고작 건강기능식품 회사 하나 때문에 시장 전체가 휘청거린 셈이다. 코스닥 상장기업의 펀더멘털이 좋아졌다지만 유동성을 이겨낼 정도는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킨 사례다. 개인투자자들은 코스닥에 투자한 외국인과 기관이 언제든 빠져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대형 악재가 부각되면서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코스닥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다. 언제든지 800고지 재등정을 노릴 수 있다는 의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지난 5년간 외국인과 기관의 꾸준한 순매수가 관찰되며 이들의 거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여기에 상장기업 펀더멘털의 안정성이 높아진 것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반기 거래대금과 거래회전률이 크게 증가했지만 코스피와 비교할 때 변동성이 그리 크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나스닥 3년 후행 하는 코스닥’ 더 멀리 간다
과거 유동성 공급기엔 대규모 자금이 주로 코스피에 몰렸지만 최근엔 코스닥이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대기업의 실적 정체가 장기화하면서 투자자들이 시선이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옮겨 갔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수출주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풍부한 유동성과 성장 가능성을 갖춘 코스닥 종목을 우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아베정권의 탄생, 유럽 경기 부진에 따른 유로화 가치 폭락 등으로 경쟁국 통화 대비 원화 강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1998~2012년까지 고환율 정책을 통한 대기업(수출 업종이나 경기 민감 업종) 우위 환경에서 사상 최저 금리를 바탕으로 한 중소기업 우위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이면엔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을 중시하는 정책적 변화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창조경제 청사진을 내놓고, 벤처 창업 활성화를 주요 정책 과제로 내세운 것이 한 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창조경제의 구체적인 결과물은 없지만 공기(분위기)가 바뀐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며 “가치투자 문화가 확산하면서 기업의 미래 가치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한몫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상승 과정을 코스닥 내 소속부별로 분석해보면 기술성장기업부의 지수상승률(139.7%)이 우량기업부(19.9%)나 중견기업부(51.9%)를 크게 앞섰다. 이에 따라 기술성장기업부에 속한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도 지난해 2.2%에서 올 6월 4.4%로 크게 늘었다. 이와 달리 우량기업부 비중은 52.7%로 1.7%포인트 줄었다. 기술성장기업부는 21개 종목 중 19개가 바이오 업종이다. 코스닥 내에서도 대형 종목보다는 기술성과 성장성을 고루 갖춘 종목에 돈이 몰렸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산성앨엔에스나 바이로메드 등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코스닥 개별 종목의 펀더멘털이 개선된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여전히 코스닥이라고 하면 성장 가능성이 먼저 떠오르지만 당장의 실적도 나쁘지 않다. 최근 증권사들이 실적을 전망한 주요 코스닥 상장사 126곳의 올해 2분기 매출 전망치는 12조62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조2895억원, 순이익은 93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9%, 66.3% 늘어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장사 238곳의 2분기 매출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0.7% 감소한 451조 3610억원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26.3%, 23.1% 늘어날 전망이지만 코스닥 성장세엔 못 미친다.

물론 코스닥 시장이 당분간 조정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신용잔고 등을 이유로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코스닥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과거와 달라진 만큼 폭락하거나 박스권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여전히 주요국 증시와 비교할 때 코스닥의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지 않은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2000년대 초 IT 버블 당시 코스닥은 외환위기 때문에 나스닥의 랠리보다 3년 늦은 1999년에 상승을 시작했는데 2012년 상승을 시작해 최근 최고점을 돌파한 나스닥을 따라 코스닥이 3년 뒤인 올해 상승을 시작한 것과 유사한 흐름”이라며 “버블 논란이 있지만 나스닥의 기술주 랠리가 2~3년 더 유지될 것으로 본다면 코스닥이 생각보다 좋은 흐름을 더 이어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의료·바이오 업종 성장세 두드러져
뻔한 답이지만 결국 숲이 아닌 나무를 봐야 한다. 코스닥이 흔들려도 오를 종목은 오른다. 유동성에 기대, 한 몫 단단히 챙길 요량이 아니라면 어떤 주식을 살 것이냐에 천착할 게 아니라,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인지 골라내야 한다. 코스닥 시장도 이제 역사가 꽤 오래됐다. 성장 가능성만 볼 게 아니라 구체적인 펀더멘털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뜻이다. 1000개가 넘는 종목 중엔 변함없이 좋은 실적을 내는 것도 있고, 경기 불황이나 약세장에 밀려 부침을 겪는 종목도 있다. 이 중에서 작지만 매운 ‘소신(小辛)기업’을 골라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코스닥에 상장돼 있는 1085개 기업 중 지난 5년간(2010~2014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늘어난 기업은 76곳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코스닥 기업 가운데 매출 300억원(2014년 기준) 이상인 기업을 의뢰해 분석한 결과다. 지난 5년간 매출이 가장 많이 오른 기업은 특수차량 제조 전문기업 오텍이다. 오텍의 지난해 매출은 4938억9221만원으로 2010년 619억8945만원에 비해 696%가 올랐다. 오텍은 2011년 미국 에어컨 회사 캐리어가 갖고 있던 캐리어에어컨의 자분 80% 인수하고 캐리어에어컨을 설립하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 설립 이후 그 해 매출은 3558억867만원으로 1년 만에 476% 급등했다. 앰뷸런스 등의 차량 생산과 전체 매출의 68%를 차지하는 에어컨 판매가 늘면서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그 다음은 자동차 부품회사인 삼보모터스다.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자동변속기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삼보모터스는 지난 5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78%, 603% 급등했다. 그 뒤로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JYP(377%)와 키이스트(314%), 전자제품 제조업체 텍셀네트컴(300%), 바이오 의약품 제조업체 메디톡스(275%) 등이 포진했다.

꾸준히 성장한 76곳 가운데 가장 많이 포함된 업종은 소비재다. 총 26곳이었다. 소비재 기업 중에서는 엔터테인먼트 기업 성장성이 눈에 띄었다. 2000년대 초반 한류 바람이 불면서 연예인들의 중국·일본 등 해외 진출이 활발해 지면서다. 진흥국 현대증권 연구원은 “자본력과 기획력, 콘텐트 파워를 기반으로 실적의 안정성을 높여가고 있다”며 “해외에서 케이팝의 인기가 여전히 견조해 타 산업에 비해 성장성이 높다”고 말했다. JYP와 키이스트에 이어 SM엔터테인먼트도 지난 5년 동안 매출이 200%가까이 증가했다.
 대장주 노릇 제대로 한 셀트리온
소비재에 이어 정보기술(IT)와 의료제약·바이오 기업들도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이었다. IT 기업들은 매출과 함께 영업 이익이 많이 늘었다.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인 고영과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인 포비스티앤씨의 영업이익은 모두 2배 가까이 올랐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오르면서 주가도 4곳을 제외하고 모두 상승세였다. 가장 많이 오른 기업은 골판지 제조업체 산성앨엔에스로 2010년 1월 1일 3135였던 주가는 7월 8일 종가 기준으로 9만1100원으로 2800%가 올랐다. 산성앨엔에스는 2011년 화장품 마스크팩 사업에 진출하면서 실적이 급격히 좋아졌다.

특히 최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의료제약·바이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2010년 1월 1일 4771원이었던 루트로닉의 주가는 현재 5만9100원으로 올랐다. 5년 동안 1123%가 올랐다. 오스템임플란트도 같은 기간 동안 425% 상승했다. 주가가 떨어진 기업은 세중(여행 전문업체)·지에스이(경남 도시가스)·이화공영(건설개발업체)·에이스테크(통신장비 제조업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실적이 좋아도 최근 그리스 사태처럼 대외적 불확실성이나 기업 내 이슈 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조정 받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장기간 동안 주가가 하락한 기업에 대한 투자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 지속적인 성장세는 아니지만 견고한 성적을 내고 있는 소신기업도 있다. 자동차 부품회사인 평화정공, 신소재 개발업체 SKC 솔믹스, 모터전문 제조업체 에스피지, 공작기계 제조업체 이엠코리아, 바이오기업 슈프리마·마크로젠 등이다. 이들 기업은 대내외적인 악재나 단기 이슈 등으로 출렁거림은 있었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평화정공은 자동차 문을 열고 닫는 개폐정치와 관련된 부품을 생산해 현대·기아차를 포함해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조5670억원으로 5년 전보다 100% 이상 늘었다. 그러나 최근 엔저 악재로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5% 줄었다.

코스닥 대장주는 어땠을까. 바이오기업 셀트리온은 코스닥 대장주다. 셀트리온은 7월 9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8조6094억원, 주가는 7만7000원이다. 셀트리온의 지난해 매출은 4710억4600만원, 영업이익 2014억6900만원이다. 2010년보다 매출은 160%, 영업이익은 89% 늘었다. 셀트리온에 이어 다음카카오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다음카카오의 시가총액은 7조8629억원이다. 주가는 13만1300원으로 셀트리온보다 높다. 다음카카오의 지난 5년 동안 매출은 42%, 영업이익은 84% 증가했다. 지난 5년간 셀트리온과 다음카카오는 인수합병(M&A)과 단기 이슈 등으로 주가와 실적이 부침을 겪었다. 셀트리온의 경우 2013년 매출이 전년보다 35.4%, 영업이익은 48.9% 줄었다. 포털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지난해 11월 모바일 메신저 기업 카카오와 지난해 10월 합병했다. 다음카카오의 합병으로 인한 기저효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 김성희·장원석 기자 kim.sunghee@joins.com



☞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 주가의 적정성을 따지는 대표적인 지표. PER은 현재의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PBR은 주당순 자산가치(BPS)로 나눈 비율이다. 주가가 기업의 이익이나 순자산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판단하는 것으로 둘 다 숫자가 낮을수록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코스닥의 PER과 PBR은 세계 유사 증시와 비교할 때 평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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