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명암] 청약자격 느슨하지만 사업 지연 위험도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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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명암] 청약자격 느슨하지만 사업 지연 위험도

[뜨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명암] 청약자격 느슨하지만 사업 지연 위험도

지난 6월 말 KB국민은행 전산망이 2시간 가까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KB국민은행을 통해 인터넷 청약 접수(조합원 모집)를 받은 경기도 평택시의 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때문이다. 청약 신청금(900만원) 입금 순서에 따라 계약을 진행하는 선착순 방식으로 조합원 모집이 진행되면서 청약금을 빨리 입금하려는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린 탓이다. 이날 5000여 가구 규모의 이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70% 정도인 3500여 가구가 주인을 찾았다.

요즘 불볕 더위만큼 아파트 분양시장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지역조합 아파트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모여 직접 아파트를 짓는 이른바 ‘주택 공동구매’에 매력을 느끼는 주택 수요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대개 일반 아파트에는 땅을 보유한 주인인 시행사, 공사를 하는 시공사가 있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모여 조합을 결성하고 이들이 시행사가 돼 짓는 아파트다. 토지 매입부터 시공사 선정까지 조합이 결정한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가장 큰 매력은 청약 자격이 까다롭지 않다는 것이다. 청약 통장이나 청약 가점 등을 따지는 일반분양 아파트와 달리 통장이 없어도 된다. 지난해 조합원 자격이 완화돼 6개월 이상 해당지역에 거주한 세대주면 된다. 무주택자뿐 아니라 전용 85㎡ 이하 중소형 1주택 소유자도 조합원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치열한 청약 경쟁을 뚫지 않아도 된다. 최근 분양시장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새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올 상반기 전국에서 분양된 새 아파트 평균 경쟁률은 10대 1 수준이다. 6월 청약 접수를 받은 위례신도시 위례 우남역 푸르지오 3단지는 평균 20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분양한 광교신도시 광교 더샵은 평균 경쟁률이 30대 1이었다. 전문가들은 “청약 자격을 갖췄어도 신규 분양단지 당첨이 어렵고 분양권에 웃돈까지 붙어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쉽지 않자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가 틈새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약 경쟁률 치솟자 틈새상품으로 부상
가격 경쟁력이 돋보인다. 대개 일반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10~15% 정도 싸다. 서울 가락동 가락한양수자인 조합 분양가는 3.3㎡당 1900만원 선. 8월 말 분양 예정인 인근 아파트 일반 분양가는 3.3㎡당 2500만원이 넘을 전망이다. 일반 아파트는 시행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의존하기 때문에 금융 비용이 발생하고 각종 부대비용이 든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조합원이 모은 자금(조합 분양가)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런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이외에도 전매제한이 없어 거래가 자유롭고 계약금 정액제, 중도금 무이자 등 혜택이 있는 경우 완공까지 자금 부담이 적다.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조합원 모집에 나선 서울 사당동 힐스테이트는 주택홍보관 문을 연지 일주일 만에 조합물량 100여 가구가 다 팔렸다. 송도 포레스트 카운티도 조합원 모집 한 달 만인 5월 2708가구가 대부분 주인을 찾았다. 공급도 크게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2010년 7곳(3700여 가구)에서 지난해 29곳(1만8000여 가구)으로 늘었다. 현재 서울에서만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사업을 진행 중인 단지가 30곳에 이른다.

지역조합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를 분양 받을 때보다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를 조합원 개인이 고스란히 떠안기 때문이다. 관련 제도도 미비하다. 현재 지역조합 아파트는 조합 설립 전까지 법적으로 제어할 장치가 없다. 대개 조합 설립 전에 추진위원회를 조성, 조합원 모집에 나서는 경우가 많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를 관리·감독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를 비롯해 남양주·청주·천안시, 대구·부산 등이 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최근 조합 설립 전에 지구단위계획과 건축심의를 받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가구수나 주택형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마련한 후 조합원 모집 등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사업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집한다. 이 때문에 조합 설립 후 사업 진행 과정에서 추가 부담금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고 지구 단위계획 수립에 따른 사업 지연 위험성도 크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원이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인지한 상태에서 조합에 가입한다면 사업 안정성도 높아지고 조합원간 분쟁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투명한 자금 처리를 위한 방안도 나왔다. 조합 관련 자료 공개에서 ‘조합과 조합원 간 체결계약서, 조합통장사본, 조합원 부담금 입금 내역 증빙자료’까지 공개하도록 규정에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인터넷상 조합통장 상시조회서비스 시행을 통해 조합비 사용 내역을 상시 조회·감시하는 안도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관련 제도가 보완된다고 해도 안정적으로 시행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개인이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에 관심이 있다면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부분이 토지 확보다. 조합 설립을 위해서는 토지주의 80% 이상이 동의 해야 하고 착공하려면 95% 이상 해당 토지를 확보해야 한다. 토지의 80%를 확보하지 않은 채 조합원을 모집하는 단지는 위험성이 크다. 자칫 토지 확보에 제동이 걸린다면 사업이 장기화돼 추가 비용이 발생하거나 아예 사업이 무산될 수 있다.

사업계획도 살펴봐야 한다. 아파트 규모 등을 결정하는 지구 단위계획이 수립됐는지 해당 구청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예컨대 토지 용도가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를 지을 수 없다면 사업 추진도 못하고 투자금을 날릴 수 있다. 때문에 가구수 등의 사업계획을 확인할 수 없다면 적어도 지구단위계획이 나온 단지를 선택해야 한다.
 해당 토지 95% 이상 확보했는지 확인해야
추가 부담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둬야 한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토지 매입 비용 증가, 조합원간 분쟁, 조합과 시공사가 분쟁 등으로 사업 기간이 길어지면 늘어난 비용을 조합원이 부담해야 한다. 분양가가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토지 매입이 완료되지 않았다면 추가 부담금이 늘어날 위험이 크다. 땅 주인이 비싼 가격을 요구한다면 토지 매입비가 증가하고 사업 기간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비 등 명목으로 분양가 이외에 조합비를 별도로 받기도 한다. 금성백조주택 김광수 정비사업팀장은 “분양가 외에 추가 부담금이 늘어난다면 사업성이 떨어지게 되고 결국 저렴한 분양가의 매력도 사라지게 되는 셈”이라며 “분양가뿐 아니라 추가로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이나 정산방식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금관리 방식도 중요하다. 조합이 직접 하는지 금융사가 맡아 관리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되도록 공신력 있는 신탁사가 자금 관리를 맡는 단지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 황정일 중앙일보조인스랜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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