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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군사정부의 조용한 컴백

이집트 군사정부의 조용한 컴백

지난 6월말 이집트 여성들이 시위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사람들의 사진을 들고 그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농성을 벌였다.
영국 정부가 이집트와 수백만 파운드의 무기거래를 조용히 재개한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이집트의 첫 민선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가 압델 파타 엘시시 현 대통령이 이끄는 쿠데타로 실각한 지 2년 만이다.

영국 정부는 이집트 정부와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외교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올 1분기 중 이집트 독재정권에 4880만 파운드(약 890억원) 상당의 무기판매를 승인했다. 대(對) 이집트 판매가 승인된 항목은 ‘군용 전차 부품(components of military combat vehicles)’이다. 정부가 발표하고 무기금수운동단체(CAAT)가 입수한 통계 자료다.

영국과 카이로 간 무기거래가 전년 동기 대비 4720만 파운드(3000%)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지난 1월에 830만 파운드 규모와 3월 4030만 파운드 상당의 거래가 승인됐다.

2013년 7월 이집트에서 엘시시가 군대를 이끌고 쿠데타를 일으켜 무슬림형제단 지도자 무르시를 권좌에서 끌어내려 감금했다. 그 뒤 영국은 엘시시 정권에 대한 다수의 무기판매 거래를 중단시켜 지난해 대 이집트 무기판매가 급감했다. 영국은 무르시 정권이 몰락하기 전까지 무기를 공급했었다. 2014년 1분기 중 엘시시 정권에 대한 무기판매 승인 규모는 160만 파운드 선에 그쳤다.

무기 판매 증가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경제적 유대강화를 모색하는 시점과 맞아떨어진다. 지난 6월 보수당 지도자인 캐머런 총리는 장군 출신인 엘시시 대통령을 영국 총리 관저로 초청했다. 그 이집트 지도자의 인권기록을 지적하는 국회의원 32명의 반대와 비난을 무릅썼다. 지난 2월 치안·정찰 무기 박람회에도 이집트 대표단이 참석했다. CAAT가 ‘정보공개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에 따라 입수한 정보다.

양국간 무기거래의 증가는 이집트의 인권탄압 기록 때문에 논란이 된다. 이집트 치안군은 시위, 연좌농성과 기타 집회를 무력으로 강제 진압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 이후 주로 엘시시의 군대에 1500명이 희생됐다. 라바 대학살에는 어떤 치안군 지도자도 책임지지 않았다. 2013년 8월 14일 카이로에서 열린 2회의 연좌농성에서 1000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무기거래 통계가 알려지자 인권 및 권익 옹호단체들은 이집트와 무기거래를 확대하기로 결정한 영국 정부를 비판했다. CAAT는 일련의 인권탄압 증거자료에도 불구하고 엘시시와 관계를 정상화하고 그의 정부를 후원하려는 영국 정부를 비판했다.

“영국은 이집트에서 일어나고 있는 끔찍한 인권탄압을 규탄해야 한다”고 CAAT의 앤드류 스미스 연구원이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무기판매 확대와 다가오는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의 영국 방문은 영국 정부가 그들과 유대 강화를 원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엘시시가 저지른 인권탄압은 어느 모로 보나 무바라크 시절만큼이나 심각하다. 그런데도 그는 우방 대접을 받고 있다”고 그가 덧붙인다. “이집트에 대한 무기판매 그리고 그 정권을 떠받치는 정치적 후원을 중단해야 한다.” 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도 영국정부에 이집트와 무기거래를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표현의 자유와 정권 비판을 탄압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영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에 이집트에의 무기이전 중단을 계속 촉구한다. 무기·탄약뿐 아니라 최루탄·산탄총 등의 소화기, 그리고 경화기와 관련 탄약 등과 같은 기타 군사·보안·치안 장비 등”이라고 성명에서 밝혔다. “그뿐 아니라 경찰이나 군대가 과도한 병력을 동원한 강제 진압 등의 내부탄압에 사용할 수 있는 장갑차량과 헬리콥터도 마찬가지다.”

영국 정부에서 군수품 판매거래를 승인하고 중단할 권한을 가진 부처는 기업·혁신·직능부(BIS)다. BIS는 ‘군용 전차’의 세부정보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거래품목이 ‘무장정찰 차량, 지프 또는 심지어 탱크’용 부품일 수 있다고 스미스 연구원은 말한다. “4000만 파운드 상당의 거래라면 상당한 수준일 것이다.”

BIS 대변인은 정부가 인권탄압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문제될 만한 나라로의 무기수출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이집트의 인권과 관련해 계속 우려를 갖고 지켜본다. 수출허가 신청서 심사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이유”라고 대변인은 말했다. “우리는 특히 군중통제 작전과 관련해 이집트 상황을 계속 주시한다. 그리고 수출허가 정책을 어떻게 적용할지 EU 파트너들과 계속 긴밀히 협의한다.”

엘시시 정권과 군부를 지원하는 서방 국가는 영국뿐이 아니다. 지난 2월 프랑스 정부는 36억8000만 달러 상당의 무기거래를 승인했다. 해군 프리깃함과 미사일뿐 아니라 라파엘 전투기 24대를 이집트 정부에 판매했다. 프랑스 전투기 1차 인도분 3대가 지난 7월 28일 이집트에 인도됐다. 이집트와 서방 전통 우방들 간의 관계가 계속 호전되면서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정부가 아파치 공격 헬기 10대를 이집트에 납품했다.

- JACK MOORE NEWSWEEK 기자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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