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고금리 대출 규제 논란] “정부 개입 필요” vs “시장 자율에 맡겨야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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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고금리 대출 규제 논란] “정부 개입 필요” vs “시장 자율에 맡겨야

[증권사 고금리 대출 규제 논란] “정부 개입 필요” vs “시장 자율에 맡겨야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에 대한 규제가 유독 증권사에만 통용되지 않고 있다. 현재 카드사와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사와 농업협동조합 같은 상호금융사들은 ‘여신전문금융회사 및 상호금융조합 금리체계 합리화 방안’에 따라 금리가 정해진다. 하지만 증권사는 이 제도에서 벗어나 있다.

과거 제2금융권은 기업별로 다른 기준에 따라 제각각 대출금리를 정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들과 협상력에서 아무래도 기업이 앞서기 때문에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할 수 있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3년 11월 모범규준대로 원가와 이윤을 정해 금리를 산정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현행 여신전문금융사의 대출금리는 기본원가에 마진과 우대 금리를 더해 정해야 한다. 내부 심사위원회는 금리산정이 제대로 됐는지 적정성을 심사한다. 상호금융사는 3개월이나 6개월마다 시장금리에 따라 기준금리가 달라진다. 또 명확한 산출근거가 있어야 가산금리를 조정할 수 있다. 기존에 주먹구구식으로 대출금리를 정하던 제2금융권은 정부의 모범규준에 따라 합리적으로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카드·보험에 비해 증권사만 모범규준 없어
반면 증권사는 모범규준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금리 수준도 매우 높은 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신용거래 및 예탁증권담보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대출금리율 변동은 시중은행의 대출금리율 변동에 비해 큰 편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지난 2013년 7월 3.25%에서 올해 3월 1.5%로 1.75%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금융권 대출 금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김기준 의원실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7.40%에서 5.24%로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위탁매매 상위 10개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평균 대출금리는 8.13%에서 7.93%로 불과 0.2%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다. 심지어 일부 증권사는 기준금리가 떨어지는 동안 대출금리를 오히려 올린 경우도 있었다. 참고로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주식 매수 자금을 빌려주는 대출이다.

증권사별로 보면 키움증권의 금리가 10.07%로 가장 높았다. 키움증권은 2012년 10.84%에서 올해 10.07%로 0.77%포인트 인하했다. 대신증권(8.19%), 미래에셋(8%), 한국투자증권(7.98%), 하나금융투자(7.79%), 신한금융투자(7.52%) 등 대부분의 증권사가 7~8%대 대출금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김기준 의원실의 설명이다.

증권사의 올해 기준 평균 예탁증권 담보대출금리도 6.63%로 지난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인 3.52%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별로는 키움증권이 9.40%로 가장 높았으며, 미래에셋(7.50%), 한국투자증권(7.23%), 대우증권(6.48%) 등이 뒤를 이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8.72%이던 대출금리를 올해 0.68%포인트 올리기도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현재 증권사 신용 융자 금리는 일반적인 담보대출에 비하면 다소 높은 수준”이라며 “고객과 금융회사 간의 협상에 의해 금리가 정해지는데 고객들의 협상력이 증권사에 비해 떨어지고 그만큼 수요가 있으니까 지금과 같은 수준의 금리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왜 증권사에 대출금리 모범규준 적용을 꺼리는 것일까. 일단 시장 원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김성준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사무관은 “정부가 증권사의 금리 산정 방식까지 정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금리는 수요공급곡선에 따라 시장 상황에 따라 맞춰서 자체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시장에 맡겨야 한다”라고 말한다. 증권사 금리가 높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다른 증권사나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을 받는다면 경쟁에 따라 증권사 금리도 내려가는 시장 원리에 맡긴다는 뜻이다. 금리상한제 등 반시장적 규제를 적용할 경우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 “증권사 신용대출 금리 높다” 한목소리
증권사는 다른 제2금융권과는 다소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험의 약관대출이나 카드사의 카드론 대출까지는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있지만, 가장 폭넓게 규제가 완화되어야 하는 자본시장 영역까지는 정부가 개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수익성 악화도 금리체계 모범규준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에 한몫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그간 증권업계 사정이 좋지 않아 기준금리가 하락하더라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스스로 포기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기준금리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편다. 산업구조상 자금조달이 수월하고 구조도 비교적 간단한 은행에 비해 증권사는 자금조달 방식이나 유형도 다양하고 자금조달도 은행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경훈 김기준의원실 비서관은 “CP금리 등 기준이 되는 금리 몇 가지를 가중치를 둬서 조합하면 증권사도 충분히 산정할 수 있다”며 “오히려 증권사 신용공여 대출금리가 은행보다 더 안정적이고 리스크도 적다.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영업하는 데 고금리를 적용한다면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라고 반박했다.

금융소비자원도 비슷한 입장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증권사 신용대출은 대출이나 담보, 대출 회수 등 절차적인 문제가 대부분 전산에 의해 자동으로 처리되고, 따라서 증권업계는 다른 업권에 비해 담보 취득이나 담보 처분이 훨씬 손쉬운 시스템”이라며 “그럼에도 과도하게 높은 이율을 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러한 배경에는 금융 당국의 묵인이 자리한다는 비판도 덧붙인다. 조 원장은 “금리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마련하도록 조치하고 다른 업권과 비교를 통해 실질적으로 증권사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도록 금융 감독 당국이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개입까지는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실장은 “증권사 신용융자 금리는 주식이 담보로 잡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개인의 신용위험을 반영했을 때 금리가 적절한 수준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정부가 개입하면 오히려 불필요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실장은 “신용융자 수요가 있으니 현재 수준의 금리가 형성됐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금리 수준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고 여론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다면 자체적으로 금리가 인하될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증권사들이 자율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신용공여 금리산정 기준을 검토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송용민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과 사무관은 “10월 중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증권사 신용공여 금리산정 기준에 대한 TF가 구성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업의 특성상 금리산정 기준을 세부적으로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로서는 결국 금리 산정에 대한 공시 항목을 개선하는 정도로 논의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여경훈 비서관은 “현재 공시는 증권사 약관에 있는 기준금리만 공시되어 있고, 금리도 3~4년 전 데이터를 공시하는 수준이라 공시제도는 분명 변경될 필요가 있다”면서 “더 나아가 개인투자자들이 금리 인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문희철 기자 moon.heechul@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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