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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악재 덮친 부동산 시장 어디로] 서울·수도권보다 지방의 충격 클 듯

[긴축 악재 덮친 부동산 시장 어디로] 서울·수도권보다 지방의 충격 클 듯

차입자의 상환 능력을 우선적으로 심사하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제도가 서울·수도권에서는 내년 2월, 지방에선 5월 시행된다. 분양시장보단 기존 주택시장의 충격이 클 전망이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 중인 한 아파트 견본주택 내부.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서울·수도권은 내년 2월, 지방은 5월부터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죄기가 시작된다. 급증하는 가계부채의 고삐를 잡는 데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지만, 올 들어 활황세를 보인 부동산 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월 14일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후속 조치다. 대출자가 빚을 충분히 갚을 만큼 소득이 충분한지 깐깐히 보고, 집을 사기 위해 새로 대출을 받을 때는 처음부터 원금까지 나눠 갚는 방식(분할상환·거치기간은 1년 이내)을 원칙으로 한다. 연소득 대비 부채상환액 비율인 총 부채상환비율(DTI)을 서울·수도권이 아닌 지방에도 처음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당장 주택 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상당수의 주택 구입자가 3년 정도의 거치기간(이자만 내는 기간)을 두고 주택을 매입해왔는데, 거치기간이 1년 이내로 줄고 곧바로 원리금 상환에 들어갈 경우 초기 자금 부담이 커져 주택 수요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주택시장이 비수기에 접어든데다, 미국이 12월 16일(현지시간) 9년 반 만에 금리를 올린 상황이어서 주택 거래가 갑자기 뚝 끊기는 ‘거래 절벽’이 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KB국민은행 박합수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이자만 내는 3년의 거치기간이 그동안 원금을 마련하거나 집을 팔고 나갈 수 있는 버퍼 역할을 해왔는데, 앞으로 분할 상환을 하게 되면 원금까지 갚아나갈 여력이 되는 사람만 집을 살 수 있다”며 “수요자가 줄어드는 만큼 주택 거래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부양’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관리’로 선회하겠다는 것”이라며 “정권 출범 직후부터 규제 완화를 잇따라 추진해 왔던 만큼 이 같은 정책 변화 시그널만으로도 주택 구입 심리를 위축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거래절벽’ 위기감
건설 업체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주택사업 담당 임원은 “가뜩이나 겨울엔 거래가 줄어들고 시장이 관망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최소 1분기(1~3월)까지는 소강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며 “주택 경기가 좋을 것으로 보는 업체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 12월 1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 경기를 보여주는 12월 주택사업환경지수는 기준치(100)에 크게 못 미치는 65.7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3년 10월 이후 25개월 만이다. 이 지수는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소속 500여 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통해 작성된다. 100을 넘기면 주택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건설사가 더 많다는 뜻이고, 100 아래면 반대 응답이 더 많다는 의미다.

특히 수도권의 하락 폭이 컸다. 서울(81.7)은 전달보다 35.7포인트, 경기도(68.4)는 43.3포인트, 인천(65.3)은 40.6포인트 각각 떨어졌다. 주택산업연구원 김지은 책임연구원은 “대출 규제 강화, 미국 금리 인상 등에 따라 주택시장이 급격히 냉각될 것으로 보는 것 같다”며 “계절적 비수기를 감안하더라도 예년보다 지수가 4배 이상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주택 거래를 주도해 온 30~40대 젊은층의 구매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지적이 많다. 신혼부부 등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어 이번 대출 규제에 따른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주택 산업연구원 김덕례 연구위원은 “원리금 균등 상환을 의무화하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젊은 직장인이나 소득 증빙이 어려운 자영업자 같은 수요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방은 그동안 없던 DTI 규제가 새로 도입되고 비거치식·분할상환도 해야 하는 등 두 가지 규제가 한꺼번에 생겨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구·부산 등 지방 일부 광역시의 경우 지역 경제는 제자리걸음인데 반해 집값이 최근 1~2년 새 급등해 대출 가능 금액이 집값을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 대구 아파트 값은 올 들어서만 14.5%(10월 말 기준) 뛰었다. 전국 평균(3.4%)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이들 지역은 최근 2~3년간 아파트 분양 물량도 많아 대출 규제가 시작되면 매수세가 급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그동안 대출규제가 거의 없었던 만큼 심리적인 타격은 수도권보다 심할 것”이라며 “대출을 받아 분양권 전매에 뛰어드는 투기 수요가 많은 일부 지방 시장은 조정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거래 현장은 이미 대출 규제에 따른 후폭풍이 감지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7억1000만원에 거래되던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8차 전용면적 53㎡형 아파트는 최근 6억7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인근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가뜩이나 공급 과잉 우려에 금리까지 오른다고 해서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데 대출까지 조이겠다고 하니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을지공인 서재필 사장은 “내년에 대출이 얼마나 힘들어지는지 등 대출과 관련해 문의해 오는 손님이 꽤 된다”고 했다.
 수익형 부동산 인기는 이어질 듯
기존 주택 구입이 어려워진 일부 주택 수요자가 분양시장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신규 분양 아파트에 적용하는 중도금 집단 대출이 이번 규제에서 빠진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분양 대행회사인 내외주건의 정연식 부사장은 “주택 매매 심리가 위축되면 신규 아파트 입주에 차질을 빚어 결과적으로 분양시장도 타격을 받겠지만, 가격 경쟁력을 갖춘 단지엔 오히려 더 많은 청약자가 몰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오피스텔과 상가,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 공장)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수익형 상품은 원리금 동시 상환이나 DTI 등 가계부채 관리 규제에서 빠져 있는데다, 여전히 금리가 낮아 임대수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박상언 대표는 “고정적으로 월세를 따박따박 받을 수 있는 투자 상품이 많지 않아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황의영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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