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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가진 비장의 카드

김정은이 가진 비장의 카드

▎지난 1월 8일 평양 김일성광장 집회에 참가한 군인들이 수소탄 시험 성공을 축하했다(왼쪽).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지 나흘 만인 지난 1월 10일 한반도 상공에 미국의 전략폭격기 B-52가 출격했다.

▎지난 1월 8일 평양 김일성광장 집회에 참가한 군인들이 수소탄 시험 성공을 축하했다(왼쪽).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지 나흘 만인 지난 1월 10일 한반도 상공에 미국의 전략폭격기 B-52가 출격했다.

늘 그렇듯이 북한은 못 말린다.

나머지 세계는 다른 위험한 지역과 문제에 온통 정신이 팔렸다. 이슬람권의 내전 격화, 성전주의 테러 확산, 끝없는 시리아 난민 행렬, 중국의 증시 추락, 유가 폭락 등. 그러자 이때다 하고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은 아버지 김정일이 그랬던 것처럼 세계에 뭔가를 상기시킨다. 이런, 또 북한이 일을 냈군!

북한은 지난 1월 6일 제4차 핵실험을 했다. 그 직후 북한 정부는 이번 실험으로 터뜨린 폭탄이 2단계 열핵 무기라고 발표했다. 다른 이름으로 수소탄이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 미국 정부 관리들은 수소탄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터뜨린 것이 기존 핵분열 폭탄(원자탄)의 출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수소 동위원소가 사용된 혼성 폭탄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북한 전문가 스티븐 해거드 교수는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요점은 기술적 세부 사항이 아니라 근본적인 사실에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 능력과 함께 미사일 능력까지 적극 발전시키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이전 세 차례의 핵실험 직후에 그랬듯이 이번에도 외부 세계는 이런 의문에 초점을 맞춘다. 북한과 그들의 핵프로그램을 어떻게 해야 할까? 듣기에 짜증스럽다고 해도 또 다시 나올 법한 답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직면한 핵심 딜레마는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정권 생존의 보증수표라고 믿는다는 점이다. 김씨 왕조의 존속이 북한의 최우선 과제다. 나머지는 전부 부차적일 뿐이다. 호주머니에 핵을 갖는 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궁극적인 안전장치다. 정보 분석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핵무기 10∼16기를 보유하며 앞으로 수십 기를 더 추가할 수 있다.

그가 핵무기를 틀어쥐고 있는 한 한반도에선 누구도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이번 핵실험을 발표한 성명서에서 북한 정부가 “우리는 책임 있는 핵 보유국으로서 우리 자주권을 침략하지 않는 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관련 기술 이전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그런 의미임에 분명하다. 중국을 포함한 외부 세계는 그 약속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돈과 에너지로 흔쾌히 맞바꾸려는 듯이 보인 적이 있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1994년 그런 취지의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에 따라 북한 정권은 플루토늄을 원료로 하는 핵무기 생산 능력 개발을 중단하는 일부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 초기에 미국은 북한이 은밀하게 우라늄 폭탄 개발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비핵화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부시 정부 2기에 들어서면서 한국과 일본은 미국을 설득해 중국과 함께 6자회담으로 다시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포기시키려 노력했다.

그러나 6자회담 역시 실패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북한의 핵개발을 포기시키려 애써봤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결론지었다. 대신 그는 외교 에너지를 이란으로 돌렸다. 당시 이란은 핵프로그램을 두고 협상할 의사가 있다는 신호를 미국에 보냈다.

이제 또 다시 늘 보던 각본이 펼쳐진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규탄하고 유엔 안보리를 소집하며 제재 강화를 논의한다. 또 모든 눈이 중국을 바라보며 기대감을 표한다. 해거드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마음만 먹으면 “북한이 궤도를 수정하도록” 압박하기에 충분한 경제적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에도 북한이 생각을 고쳐먹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상하게도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심한 제재를 받는 나라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가 출신으로 헤리티지 재단의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표적으로하는 북한의 제재 대상은 발칸반도나 미얀마, 쿠바, 이란, 짐바브웨의 제재 대상보다 적다.”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모든 외국 기업과 금융기관을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은 유엔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 인사들과 거래하는 금융기관이 미국의 금융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부분 중국을 겨냥한 조치다. 미국 의회는 그런 취지의 법안을 통과시킬 준비가 됐다. 지금까지 오바마 행정부는 그런 법안의 통과에 반대했다.

그렇다면 이전의 북한 핵실험 후에도 그랬듯이 핵심 문제는 이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최근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까? 중국의 초기 반응은 결코 고무적이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6자회담의 재개를 촉구했다. 북한 문제를 담당하는 일본 외교관은 그런 반응에 실망을 표하며 “중국의 협조가 그보다 훨씬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중국은 북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양국 사이에 매일 오가는 상품 거래와 함께 석유·휘발유 수출을 중단하면 된다. 게다가 한국과 러시아까지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경제협력을 끊으면 북한은 어둠 속에서 얼어붙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대수일까? 1990년대 말 서방의 경제 제재가 아니라 북한 정권의 끔찍한 국내 정책 때문에 주민 수만 명이 집단 아사한 사실을 돌이켜 보라. 필사적인 난민이 국경 넘어 중국으로 쏟아졌다. 그런데도 김정일 정권은 끄떡없었다.

북한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관한 유엔 결의를 또 다시 위반했기 때문에 제재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과거에도 그랬듯이 중국이 얼마나 강하게 대응할지가 문제다. 중국은 경제기적이 퇴색하고 노동시장이 약화되는 시기에 대규모 북한 난민의 유입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지정학적 측면에서도 중국으로선 북한이 사라지기보다 존재하는 게 훨씬 낫다. 미국과 동맹을 맺은 통일 한국과 국경을 맞대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핵보유국으로 남으려는 북한의 확고한 결의가 보태지면 엄연한 현실감이 찾아든다. 늘 그렇듯 북한은 보는 그대로다.

- BILL POWELL NEWSWEEK 기자 /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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