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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 넘치는 서울 고급 아파트 시장] ‘강남의 힘’ 아직 죽지 않았어

[활기 넘치는 서울 고급 아파트 시장] ‘강남의 힘’ 아직 죽지 않았어

연초 분양시장에 이목을 끄는 아파트가 나왔다. GS건설이 서울 잠원동 반포한양아파트를 재건축한 신반포자이다. 이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4290만원으로, 역대 아파트(주상복합 제외) 중 최고가다. 가격이 비싼데다 지난해 뜨거웠던 청약 열기가 한풀 꺾인 때라 청약 결과에 대한 관심이 컸다. 청약 성적은 좋았다. 113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4269명이 몰려 평균 3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59㎡(이하 전용면적) A타입은 107대 1로,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계약도 잘 됐다. 계약이 시작된 지 6일 만에 전 가구가 주인을 찾았다.

서울 고급 아파트 시장 분위기가 괜찮다. 전체 주택시장 분위기는 주춤하지만 수십억짜리 아파트는 여전히 분양이 잘 되고 가격도 많이 올랐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아파트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의 가격을 조사한 ‘KB 선도아파트 50’ 지수가 상승세다. 지난해 상위 50개 단지 아파트값은 7.52% 올라 전국 평균의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서울 청담동 삼익아파트 104㎡형은 지난해 2월 12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6개월 만에 같은 층이 1억원 오른 13억4700만원에 팔렸다. 서울 대치동 삼성아파트 97㎡형도 비슷하게 올라 12억원에 거래됐다.
 전체 주택시장 주춤해도 고가 아파트값은 쑥쑥
거래도 활기를 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전국에서 매매가 이뤄진 10억 이상 고가 아파트는 5515가구로, 1년 만에 거래량이 20% 늘었다. 전국 거래량의 91%가 서울(4202가구)에 몰려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리얼투데이의 장재현 팀장은 “고급 주택 수요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데 관망하던 대기수요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고가 아파트는 대부분 강남·서초구에 몰려 있다. 부동산 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 고가 아파트(재건축 진행 단지 제외) 상위 30개 단지 중 27개 단지가 강남·서초구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동구 성수동1가 갤러리아포레(2위),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3위), 용산구 한강로2가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10위)를 제외한 나머지 단지가 모두 강남·서초구에 있는 아파트다. 가장 값이 비싼 아파트는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로 3.3㎡당 평균 4915만원이다.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2위),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3위),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4위),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5위)도 3.3㎡당 4000만원이 넘었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비싼 지역도 강남권에 몰려 있다. 강남구 개포동(4002만원, 3.3㎡당 기준) 평균 아파트값이 가장 비쌌다. 개포주공·시영 등 재건축이 활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초구 반포동(3928만원)을 비롯해 강남구 압구정동(3902만원), 강남구 대치동(3371만원), 서초구 잠원동(3126만원), 송파구 잠실동(3067만원), 강남구 삼성동(3050만원), 강남구 청담동(2952만원), 강남구 도곡동(2889만원), 용산구 용산동 5가(2831만원)이 뒤를 이었다.

전통적인 부촌으로 몰리던 이전과 달리 주거 쾌적성을 좇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강남·서초구에서도 한강을 끼고 있는 지역이 인기다. 고가 아파트 상위 10개 단지 중 9개 단지가 한강변에 자리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2008년 금융위기 전만 해도 대치·도곡동 같은 전통적인 부촌에 상위 단지가 몰려 있었지만 지금은 한강변이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한강이 주는 쾌적성과 희소가치에 끌린 고급 주택 수요가 한강변으로 몰린 영향이다. 부동산자산관리회사인 태경파트너스 박대범 본부장은 “자산가일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큰데 주택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고급 주택 수요도 조망 프리미엄은 물론 한강 공원이 가까운 한강변으로 몰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통적인 부촌의 학군 파워는 시들
한강변이 고급 주택시장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건 2000년 대 후반 들어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06년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한강변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상위 10개 단지 중 갤러리아포레·한남더힐·래미안 퍼스티지·청담자이·아스테리움 용산·반포리체가 모두 2000년대 후반 분양한 단지다. 국민은행 임채운 부동산전문위원은 “부동산 시장이 냉랭하던 시기지만 한강 조망을 등에 업고 높은 분양가에도 청약 성적이 좋았다”며 “2010년 이후 이들 단지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고가 아파트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부촌의 학군 파워가 시들해진 것도 이유로 꼽힌다. 대치·도곡동을 뒷받침하던 학군 수요가 흩어지고 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 서울 고가 아파트 상위 10곳 중 절반이 대치·도곡동에 몰려 있었다. 당시 두 번째로 비싼 아파트였던 대치동 동부센트레빌은 3.3㎡당 4871만원에서 현재 3796만원으로 떨어졌다. 당시 4위, 5위를 차지했던 대치동 대치아이파크(4315만원→3623만원), 도곡동 도곡렉슬(4202만원→3558만원)은 현재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서초구 방배동 아크로공인 김진성 사장은 “자립형 사립고 강세와 내신 강화 등으로 이른바 강남 8학군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강남권에서 쾌적성을 좇아 한강변으로 옮기려는 수요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당분간 이런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강변으로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고급 주택시장은 큰 폭의 등락없이 희소성을 앞세워 고급 주거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 김지은 책임연구원은 “한강변을 중심으로 재건축이 활발한데다 개발 계획이 줄줄이 있어 한강변을 중심으로 고급 주택 밀집 현상이 더 도드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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