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돌풍’ 위례신도시의 민낯] 집들이 했는데 흙먼지만 풀풀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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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돌풍’ 위례신도시의 민낯] 집들이 했는데 흙먼지만 풀풀

[‘청약 돌풍’ 위례신도시의 민낯] 집들이 했는데 흙먼지만 풀풀

▎위례신도시에 지난해

▎위례신도시에 지난해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동을 보면 아직 절반도 입주하지 않은 것 같아요. 최근 들어 지하철역으로 나가는 버스가 늘긴 했는데 주변에 병원도, 식당도 없어서 생활하기는 꽤 불편해요.” 지난 3월 23일 늦은 오후 경기도 하남시 학암동 일대 위례신도시에서 만난 한 아파트 입주민은 이렇게 불만을 토로했다. 봄 이사철을 맞아 북적거려야 할 위례신도시가 요즘 썰렁하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삐죽 솟은 아파트와 공사 현장뿐이다.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했지만 덤프트럭 등 중장비 작업 소리로 한낮인 양 시끌했다. 입주를 앞둔 아파트와 기반시설 공사로 인해 먼지는 끊임없이 풀풀 날렸다. 단지 내 상가에는 부동산 중개업소만 줄지어 들어서 있고, 정작 실생활에 필요한 약국·병원·식당 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도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 하남시 일대에 677만4628㎡ 규모로 조성되는 위례신도시는 ‘강남권 신도시’라 불리며 청약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곳이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6월 내놓은 위례 우남역 푸르지오 아파트는 평균 161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203대 1이나 됐다.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자자에게도 인기가 좋아 아파트 분양권에는 최고 억대의 웃돈(프리미엄)이 붙기도 했을 정도다.

막상 입주를 시작하자 입주율은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례동주민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후 준공된 위례신도시 아파트(7개 단지, 9900여 가구) 중 3곳의 입주율이 3월 22일 현재 50% 안팎 수준에 그쳤다. 특히 올해 1~2월에 입주를 시작한 하남시 학암동 에코앤롯데캐슬과 위례그린파크푸르지오는 입주율이 평균 45% 정도다. 지난 2월에 입주했다는 30대 주부 정모씨는 “밤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돌아다니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억대 프리미엄 붙었지만 입주율 저조

위례 아파트 입주율이 저조한 데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위례에는 아직 약국이나 병원·은행·미용실·세탁소 등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흔한 편의점이나 수퍼마켓도 찾아보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입주한 주민들은 지하철 8호선 장지역 인근 가든 파이브로 나가서 필요한 것을 구입하는 실정이다. 상점 등이 들어서야 할 상가 건물은 아직 공실이 많은 상태다.

대중교통 계획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입주를 꺼리게 만드는 이유로 꼽힌다. 신도시 내부를 순환할 트램(노면전차)노선은 당초 2017년에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2021년 이후로 늦춰졌다. 트램노선은 지하철 8호선·분당선 복정역과 5호선 마천역을 잇는 총 길이 6㎞의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위례신사선 위례중앙역은 2024년에나 개통될 것으로 보인다. 신도시 내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씨는 “2년 전만 해도 입주날짜에 맞춰 교통 여건이 어느 정도 갖춰진다고 들었는데 너무 열악하다”며 “택시도 거의 없어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땐 불안할 정도”라고 전했다. 여기다 입주민이 살 수 있을 정도로 주거환경이 쾌적하지도 않다. 곳곳에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올해만 1만 가구 넘는 아파트가 입주 준비를 하고 있고 편의시설 건설 공사, 도로 공사 등도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탓에 전셋값 시세는 지난해에 비해 떨어진 상태다. 전용면적 87~101㎡형의 전셋값 시세는 3억대 중반~5억원 사이로 5~6개월 새 평균 4000만~5000만원 내렸다. 성남권역에 있는 래미안 위례신도시 전용 101㎡형의 전셋값은 4억5000만~5억원으로, 완공 이전인 지난해 8월(5억~5억5000만원)보다 5000만원 정도 내렸다. 지난해 말 4억~4억5000만원까지 빠졌다가 최근 가격을 일부 회복했다. 하남시에 속한 다른 아파트의 전셋값 흐름도 마찬가지다. 위례그린파크푸르지오 전용 101㎡형의 전세보증금은 4억~4억5000만원, 위례앤롯데캐슬 84㎡형 전셋값은 3억4000만~3억7000만원에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가 형성돼 있다. 하남시 학암동 위례공인 관계자는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입주를 미루는 집주인도 있지만, 집값 부담이 만만치 않아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받아 아파트 잔금을 내려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전셋값 하락세에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도 낮은 편이다. 지난 2월 기준 위례신도시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율은 59.1%로 미사강변 도시나 광교신도시 등 다른 신도시보다 10%포인트가량 낮다. 송파권역에 있는 위례아이파크 1차 전용 114㎡형 전셋값은 5억 원으로 매매가격(9억원)의 55.5% 수준에 불과하다.

 기반시설 갖춰지면 2년 후부터 전셋값 뛸 가능성
신도시 입주 초기 전셋값이 낮게 형성되는 건 위례신도시만의 일은 아니다. 경기도 수원시 광교신도시에서도 입주 물량이 몰렸던 2011년 전용 85㎡형 아파트 전셋값이 수 개월 새 40% 넘게 빠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버스 등 대중교통 체계와 편의시설이 속속 갖춰지면 전셋값은 차츰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기반시설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서 첫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2년 뒤부터는 전셋값이 뛸 가능성이 크다”며 “세입자 입장에선 2년 뒤 전셋값 상승을 고려해 자금 조달 계획 등에 신경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입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의견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입지가 좋은 단지는 전세 거래가 늘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당분간 입주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 일각에서는 “강남권에서 비교적 싼 가격에 전세를 얻을 기회”라는 주장도 나온다. 강남권에서 찾기 힘든 4억~5억원대 중대형(전용 85㎡ 초과) 전세 물건이 많기 때문이다. 전세 만기인 2년 뒤에 전셋값이 오른다고 해도 다른 강남권 아파트에 비하면 저렴한 수준일 것이란 분석이 전제로 깔려 있다. 더구나 경전철인 위례신사선 등 기반시설이 들어서려면 5년 이상 더 기다려야 하는 것도 반영됐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강남권에서 전세를 찾는 주택 수요자에게는 위례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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