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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으로 전환한 프레스티지 코스 4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소수를 위한 명품’

[퍼블릭으로 전환한 프레스티지 코스 4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소수를 위한 명품’

휘닉스스프링스 8번 아일랜드 그린.
지난 2007년 전남 영암의 아크로컨트리클럽과 선운산CC(현 골프존카운티선운)이 회원제에서 퍼블릭으로 전환했다. 당시 회원권 가격이 한창 오를 때였으니 다들 의아했다. 분양이 되기 힘든 곳에 무리하게 조성된 게 퍼블릭 전환의 이유였다. 그게 일종의 전조(前兆)였다. 2008년 말 미국에서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 자산에 대한 위기감이 순식간에 세계로 퍼졌다. 국내 골프장 회원권 시세는 그때부터 바닥 모를 추락을 시작했다. 이보다 불과 몇 달 전인 2008년 6월에 남부CC 회원권이 20억1000만원 대를 넘어섰다고 했다. 투자를 넘어 투기 조짐마저 보였으나 거품이 꺼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주식 시세와 동조현상을 보이던 회원권 시세가 한때 부동산 시세와 비슷해지더니 이젠 그 상관관계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2011년을 넘어서면서 회원권 시세 하락과 함께 입회금을 반환하면서 퍼블릭으로 전환하는 골프장이 나왔다. 크게 세 가지 형태를 보였다. 경남 남해의 사우스케이프, 강원 춘천의 오너스CC, 경기 이천의 이천마이다스CC는 회원제로 신청했으나 공사 도중에 퍼블릭으로 전환한 경우다. 순천의 파인힐스, 전남 여수의 여수경도, 강원 고성의 파인리즈 등 지방의 멀리 떨어진 코스들은 회원제로 운영하다가 퍼블릭으로 선회했다. 위의 두 경우는 그래도 자금에 여유가 있는 사례다. 회원권 분양 부진과 시세 하락으로 입회금을 모두 반환하면서 퍼블릭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좀 다르다. 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하다가 부도 처리되면서 퍼블릭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골프장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식으로 지난해까지 회원제에서 퍼블릭으로 전환한 골프장 수가 36개다. 올해 들어서만 9개가 퍼블릭으로 전환했고, 전환 예정인 곳도 15개에 달한다. 스카이뷰·노벨CC 등 몇몇 회원제 골프장들은 회원들의 반대로 전환이 늦어지고 있다.매년 회원제 골프장들이 퍼블릭으로 전환하고, 신규 골프장도 퍼블릭이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국내 골프장 업계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 퍼블릭 골프장 수가 회원제를 추월한 것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집계에 따르면 이미 2013년에 퍼블릭이 232개(내장객 1351만 명)였고 회원제는 228개(내장객 1754만 명)로 역전됐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퍼블릭이 247개(내장객 1520만 명)였고 회원제는 226개(1792만 명)로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올해는 골프장 수뿐만 아니라 전체 내장객 수에서도 퍼블릭이 회원제를 앞설 전망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레저백서 2016년]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 중에 퍼블릭이 차지하는 홀수 비중은 2005년 21.1%에서 지난해에는 44.0%로 높아졌다. 2017년에는 52.1%로 예상됐다. 이와 달리 회원제 골프장의 홀 비중은 2005년 72.1%에서 지난해 52.0%로 낮아졌고, 내년에는 43.9%로 전망됐다.

지난해 회원제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4.5%로 적자였지만 퍼블릭은 27.4%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회원제 골프장을 퍼블릭으로 전환하면 중과세율이 일반세율로 적용돼 대폭 낮아지면서 상당한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다. 재산세 등 중과세 부담에서도 벗어나 경영수지가 개선된다. 퍼블릭은 그린피에 개별소비세(2만1000원)도 붙지 않기 때문에 그린피도 4만원 정도 인하되어 내장객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이제는 퍼블릭이 한국 골프장의 주류가 될 정도로 골프장 운영 환경이 급변했다. 따라서 품격과 고급스러움을 간직한 회원제들도 퍼블릭으로 적극 전환하고 있다. 과거 회원권을 가진 골퍼의 초청에 목매야 했던 명코스들이 열린 시장으로 나오고 있다. ‘그림의 떡’이던 회원제였다가 퍼블릭으로 전환한 대표 코스 4곳을 소개한다.
 휘닉스스프링스 | 동양적 품격에 도전적인 코스
휘닉스스프링스의 한옥 연회장인 파지오하우스.
2009년에 회원제 골프장으로 출발한 경기 이천의 휘닉스스프링스(파72, 7271야드)는 지난 2월 BGF리테일의 품에 안겼다. BGF리테일은 국내 편의점 시장점유율 1위인 CU를 운영하는 회사로 휘닉스스프링스를 인수한 후 기존 회원들에게 입회금을 모두 반환하고 지난 5월28일 퍼블릭으로 전환했다. 휘닉스스프링스는 미국의 짐 파지오가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든 작품이다. 파지오의 셰이핑 철학이 잘 구현되어 독립적인 홀 레이아웃과 도전적이면서 심미적인 코스로 평가받는다. 다른 골프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230여 개의 석상과 한국적 느낌의 화훼류와 조경수만 보면 한국의 전통이 깃들어 있어 보이지만, 코스 자체로는 매우 도전적이며 서구적인 스타일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E1채리티가 매년 열리는 곳이며 [골프다이제스트]로부터 ‘베스트 뉴코스’에 선정되고, 영국의 톱100골프코스 사이트에서도 한국의 베스트 20위에 선정된 바 있다.

코스 외에는 골프장 이름에 ‘스프링스’가 붙는 데서 연상되듯 클럽하우스 2층에 있는 노천온천이 색다른 체험거리다. 또 모던한 클럽하우스 옆으로 한옥 연회장인 ‘파지오하우스’가 돋보인다. 전통 한옥과 잔디광장이 조화로운 이곳에서는 단체행사나 VIP급 고객을 위한 격조높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고객들이 애용한다. 파지오하우스는 전통혼례 장소로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부킹은 인터넷이나 모바일로도 간단하게 해결된다.

최근 남이천IC가 개통됨에 따라 거리상으로 약 15km, 시간상으로는 20여분이 단축돼 근접성이 대폭 개선된 점도 호재다. 중부고속도로 호법IC에서 약 3분 밖에 걸리지 않아 강남에서 한 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동촌 | 챔피언십 개최한 명품 운영
국망산 자락에 동서로 뻗은 동촌은 1번 홀과 18번 홀이 마주보는 배치로 되어 있다.
충북 충주의 동촌골프클럽은 2012년 10월 회원제로 개장했다. 곤지암의 명문 회원제인 남촌CC의 동생 격으로 동쪽에 위치한다고 동촌이라고 이름 붙였다. 2013년에는 메이저 대회인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선수권을 개최하는 등 챔피언십 코스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양대 골프 잡지 [골프다이제스트], [골프매거진]에서는 ‘2014년 10대(베스트) 뉴코스’에 선정했다.

동촌은 운영 주체는 그대로지만 지난 3월, 개장한 지 3년5개월 만에 입회금을 돌려주고 퍼블릭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인터넷 신규 회원을 모으는 요즘엔 고급 파우치백 교환권을 주는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가성비를 높인 고급 뷔페를 조중식으로 마련했다. 인터넷 회원에게는 다양한 홀인원 이벤트도 제공한다. 골프백에서부터 크루즈 여행권, 주중 4인 무료 라운드권까지 푸짐하다. 특정 홀에는 버디를 잡았을 때 홍삼정을 주는 깜짝 이벤트도 진행한다.

동촌은 동서로 길게 뻗은 코스 레이아웃이지만 뒤쪽으로는 국망산(769.5m)이 바람을 막아주니 대체로 아늑하고 따뜻한 코스다. 국망산(國望山)이란 한말 임오군란을 피해 피난온 명성황후가 한양 소식이 궁금해 ‘매일 산마루에 올라 한양을 바라보며 좋은 소식이 오기를 기다렸다’고 해서 지어졌다. 황후가 지내서 그런지 근처에 온천도 있고 안온한 지세다. 탄산온천수가 나오는 앙성온천이 지척이고, 20분 이내에 유황온천·휴양림이 있다.

남촌CC 설계자인 송호골프디자인그룹의 송호 대표가 코스 디자인을 맡았고, 미국의 조형 전문사인 자니 딕슨이 셰이핑을 담당했다. 곳곳에 케이프앤베이(Cape&Bay) 스타일의 꽃잎 모양 벙커가 특징이다. 왼쪽으로 흐르는 계곡을 따라 바위 옆 일송정 한 그루가 그림 같다. 코스 뼈대는 형님 코스인 남촌보다 더 다이나믹하다. 운영은 회원제 때의 품격을 고스란히 유지한다. 5개의 티잉그라운드는 항상 열어 선택의 편의도 높였다.
 센테리움 | 가장 어려운 코스로 포지셔닝
센테리움은 영국 스타일 코스가 특징이다. 웨일즈 코스 9번 홀로 가운데 벙커는 리베티드 스타일이다.
충북 충주 센테리움골프클럽은 2008년 6월 27홀 규모로 개장했다. 영국 업체가 설계해서 3개 코스의 이름이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다. 이름처럼 코스들의 특징도 유럽에 온 듯하다. 그린 앞의 리베티드(폿) 벙커는 1~2m의 수직 벽을 가져서 한 번 빠지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들다. 영국 코스 상황을 구현하기 위해 잔디는 양잔디이며 페어웨이를 벗어난 러프는 볼을 찾기 힘들게 조성했다.

골프장은 애초 10억원에 분양했던 회원권 1800억원을 2013년 당시로는 과감하게 모두 반환하고 퍼블릭으로 전환했다. 그런 후 골프장 슬로건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거칠고 어려운 골프장에 도전하십시오’로 정했다. 골퍼에게 도전욕을 심어주기 위한 장치였다. 종전까지 퍼블릭 코스의 관행 같았던 진행 독촉은 전혀 없다. 법면을 판판하게 해서 볼이 굴러 내려와 스코어가 잘 나오도록 하는 쉬운 세팅도 보기 힘들다. 반대로 스코어가 나오기 어렵게 세팅하고 관리했다. 그 결과는 내장객들의 재방문으로 이어졌다.

퍼블릭으로 전환하면서 시간대·요일별로 다양한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린피·카트비 등을 패키지 상품으로 판매하거나 마일리지로 커피와 무료 라운드권을 주는 등의 아이디어를 활용했다. 모바일로 일찍 예약하면 그린피를 할인하거나 77타 이하로 치면 무료 라운드권을 주는 혜택도 있다. 그렇게 인터넷회원을 모집한 지 2년 만에 회원수 7만 명을 돌파했다. 회원이 늘면서 자투리 부킹 시간을 활용한 꿀데이, 올킬데이 등 날짜 마케팅까지 시도했다. 지난해 골프장 부킹 업체인 엑스골프와 스포츠동아가 공동으로 진행한 소비자 평가에서 ‘소비자만족 10대 골프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에스트로 | 교향곡을 연주하듯 다채로워
마에스트로 골프장은 페어웨이도 업다운이 심하게 흐른다.
경기 안성의 마에스트로컨트리클럽은 2003년에 조성을 시작해 2011년에 개장한 골프장이다. 조용히 개장한 것처럼 최근 조용히 퍼블릭으로 전환했다. ‘마에스트로’라는 이름처럼 지휘자가 다양한 음색의 악기와 단원을 통솔하며 교향곡을 연주하듯 만들어진 골프장이다. 페어웨이는 평지보다 굴곡진 곳이 많고 마운드들은 5선 위의 음계처럼 수시로 들고 난다. 안문환 전 에이엠엔지니어링 대표가 코스 레이아웃을 하고 스코틀랜드의 명문 코스 킹스반스 셰이퍼였던 데이비드 오웬 페인터가 스코티시 스타일을 살려 조형(셰이핑)했다. 페어웨이의 업다운 뿐만 아니라 그린 언듈레이션이 급격한데다 스피드도 빨라 가장자리에 홀컵이 놓이면 가혹하다 싶을 정도의 그린으로 변모한다.

전 홀이 최고급 서양 잔디인 벤트그라스로 식재된 이 코스에 설계가는 ‘자연의 소리를 가미한 설계’를 추구했다. 이를 위해 호수, 폭포, 계류, 스코티시 스타일 벙커를 다양하게 넣었고 전문 셰이퍼에게 조형을 일임했다. 계곡과 물이 끊임없는 도전을 자극한다. 널찍한 페어웨이에 시원하게 내지르는 티샷은 오케스트라의 큰 북처럼 느껴진다. 경사 큰 그린을 타고 굴러내려오는 볼은 알레그로이고, 빠른 그린에 기죽어 소심하게 스트로크한 볼은 아다지오로 구르다 서 버린다. 그때 터져 나오는 골퍼의 장탄식은 오보에의 중저음이다.

레이크 코스는 울창한 계곡과 호수로 전략성을 높였다. 예닐곱개 도그레그 홀의 좌우 굽힘에 균형이 있어 드로우, 페이드 샷을 다 시험할 수 있다. 밸리 코스는 스코티시 스타일이 특징이다. 특히 12번 홀은 자연 수림대를 페어웨이와 연결시켜 자연에서 태어난 홀 같다. 16번 홀은 비치 벙커가 페어웨이와 그린을 감싼다. 650야드의 파5 18번 홀은 초원 같은 페어웨이와 아일랜드 그린이 18악장의 끝을 화려하게(혹은 처참하게) 마무리한다. 유럽의 중세 궁정을 닮은 클럽하우스에 화장실에도 TV가 있고, 레스토랑 외에 별도의 고급 일식당이 있어 접대 라운드도 배려했다.

- 남화영 [헤럴드스포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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