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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당분간 주가 게걸음 가능성

[증시 맥짚기] 당분간 주가 게걸음 가능성


summary | 당분간 시장은 뚜렷한 상승도 그렇다고 하락도 하지 않는 어정쩡한 상태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갑자기 제기되면서 주가가 하락했지만 6월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현실화된다 하더라도 오랜 시간 대비해온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4월 의사록 공개를 계기로 시장이 금리 인상 논란에 휩싸였다. 6월에 미국이 기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4월 FOMC 회의에서 위원들은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2%대를 회복하고, 물가가 목표치인 2%로 상승할 경우 6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시장 입장에서는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된다. 의사록 발표가 있기 전까지 대체로 상황을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미국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당장 금리를 인상하기 힘든데, 6월에 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경우 이번 경기 사이클에서 인상은 사실상 힘들다고 보고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갑자기 올해 2차례 인상, 6월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왔으니 시장이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

그래도 6월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브렉시트(영국이 EU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가 6월 23일에 있는데, 일주일 전에 금리를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미국 내부적으로도 금리를 인상하려면 2분기 성장률이 2%대를 회복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6월에는 아직 그 숫자를 얻을 수 없다. 4월 고용이 16만 명으로 증가세가 둔화했고, 소비자물가 역시 1.1%로 중장기 목표치 2%를 밑돌고 있다. 아직은 경기가 6월 기준금리 인상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6월에 금리를 인상하지 못해도 그 영향은 계속될 것이다. 작년 4분기처럼 금리 인상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불안 심리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3월 이후 이어지고 있는 유가와 신흥국 통화 강세가 끝났다고 생각할 경우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금리 인상의 영향을 판단하는 데 경제 상황이 들어가면 결과가 복잡해진다. 미국 경제지표가 생각보다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금리 인상을 적극 지지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소매 판매부터 투자에 이르기까지 여러 지표가 예상치를 넘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 되지만, 주식시장 입장에서 나쁠 게 없다. 경기 회복의 힘이 금리 인상의 영향력을 압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시간이 지나 이 부분이 실제 금리 인상으로 연결되더라도 경기가 회복된다면 이를 나쁘게 볼 건 아닌 것 같다.

코스피 지수가 2000선에서 걸려 후퇴했지만 외국인은 5월 한달 동안 3000억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주가가 하락하면 매도가 늘어나던 과거와 다른 모습이었다. 반대로 기관은 매도에 나섰는데, 특히 프로그램 매도가 많아 하락을 주도하는 역할을 했다. 문제는 기관 순매도가 사실상 외국인 선물 순매도에 의해 유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28일부터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베이시스가 약세가 되면서 기관의 비차익 매도가 출현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 현물 사지만 선물은 팔아
그동안 외국인의 선물 순매도는 현물 순매도에 선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2015년 4월 말 코스피 지수가 하락 전환한 후에도 5월 말까지 외국인의 현물 순매수가 이어졌으나, 선물은 4월 말부터 순매도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2015년 8월 상승 구간에서도 주가 반등과 외국인의 현물 순매수 이전에 외국인의 선물 순매수 전환이 먼저 시작됐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하락의 경우에도 외국인 선물 순매도 전환이 먼저 시작됐고, 올해 2월 중순 이후 반등 때에도 외국인 선물 순매수가 먼저 시작되었다. 이런 과거 예에 비춰볼 때 지난 4월 28일부터 외국인은 선물 시장에서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향후 주식 매도를 촉발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당분간 시장은 뚜렷한 상승도 그렇다고 하락도 하지 않는 어정쩡한 상태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갑자기 제기되면서 주가가 하락했지만 6월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현실화된다 하더라도 오랜 시간 대비해온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코스피 지수가 2000을 넘으면서 외국인들의 매수가 급감하고 일부 매도로 돌아서기도 했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로 큰 액수는 아니다. 순매수와 매도 규모가 일평균 300억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시장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규모다.

주가를 끌어올릴 동력도 마땅치 않다.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9% 늘었다. 작년 1분기에 거래소 기업들은 사상 최대인 35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올 1분기는 거기에서 또 14%가 늘어난 것이다. 앞으로 전망도 괜찮다. 분기별 수치를 보면 2분기 이익 전망치가 35조2000억원, 3분기 37조8000억원, 4분기 34조1000억원으로 1분기를 포함한 4개 분기 모두 이익이 작년보다 15% 이상 늘어날 걸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양호한 사정에도 실적이 주가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실적 발표 당시는 물론 발표가 끝난 지금까지도 이익에 맞게 주가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익과 주가가 따로 움직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거시경제 변수가 좋지 않아 투자자들이 이익 증가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반등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가면서 주가를 유지하는 힘이 약해지고 있다. 가격 부담이 계속 커지는 데다 악재는 늘고 있어 당분간 답답한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이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중소형주를 둘러싼 투기적 매매가 성행할 걸로 전망된다. 2011년 이후 5년 간 주가 흐름을 보면 시장 간에는 코스닥이. 자본금 면에서는 중형주가 대형주나 소형주보다 상대적 우위를 이어왔다. 이와 달리 작년 4분기 이후에는 거래소가 코스닥보다, 대형주보다는 중형주가 상대적으로 강했었다. 이 둘을 같이 놓고 생각해 보면 장기 트렌드 상으로는 코스닥과 중형주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상태이지만 지난 몇 개월 사이에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져 이제 반대 방향의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가 된다. 지금 코스닥과 중형주가 다른 어떤 때보다 유리한 상황에 있다.

 코스닥·중형주의 상대적 강세 전망
이를 반영하듯 최근 개별 종목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몇몇 종목은 2~3주 사이에 주가가 배가 될 정도로 급등했다. 주식시장에서 중소형주를 대신할 대안이 아직 없다는 점, 상당 기간 중소형주가 상승의 중심에 있어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는 점, 1997년과 2000년 중소형주 급락은 외환위기와 IT버블 붕괴라는 재료가 있었던 반면 지금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중소형주의 강세가 계속될 것 같다. 빠른 순환매와 핵심주와 비핵심주를 가리는 작업이 중소형주의 강세를 유지하는 도구가 될 것이다.

중소형주가 강세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주가가 오를 때마다 거론되는 부분이 생겼다. 영업 성적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데 어떻게 시가총액이 몇 조까지 늘어날 수 있느냐 하는 점이었다, 그동안은 미래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로 이 우려를 막아 왔지만, 이 논리가 계속 통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중소형주는 매력이 많은 만큼 걱정해야 할 부분도 많은 주식이다. 상반된 부분을 동시에 안고 있으므로 주가가 급변할 가능성을 항상 안고 있다. 멀리서 찾을 것 없이 작년 3분기 바이오 주식의 급락이 이런 우려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인데 선별적인 종목 선택이 필요하다.

-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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