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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의 ‘푸드백신’(5) 골다공증 예방 음식] 우유는 어려서 마셔야 효과

[박태균의 ‘푸드백신’(5) 골다공증 예방 음식] 우유는 어려서 마셔야 효과

나이 먹으면 조심할 일이 많아진다. 자칫 걷다가 넘어져도 대형 사고가 된다. 잘 부러지고 회복이 더디다. 원인은 골다공증(骨多孔症)이다. 남녀 모두에서 발병하지만 특히 폐경 이후 여성에게 흔하다. 폐경 여성 4명 중 1명이 골다공증을 갖고 있다. 골다공증, 즉 뼈에 구멍이 숭숭 뚫리면 골절의 위험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심지어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다가도 뼈가 부러질 수 있다.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필수 영양소로 칼슘·비타민 D·비타민 K가 있다. 뼈로 유입되는 칼슘은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으므로 여성호르몬도 무시할 수 없다. 여성의 에스트로겐 분비가 거의 끊기는 폐경 이후에 골다공증 발생률이 급증하는 것은 그래서다. 단백질·보론(boron)·망간·칼륨도 뼈 건강을 위해 챙겨야 하는 영양소다. 무엇보다 뼈의 구성성분인 칼슘과 인(燐)을 부족하지 않게 섭취해야 한다. 문제는 한국인의 칼슘 섭취량이 태부족하다는 것이다. 하루 권장량(성인 700㎎)의 70%도 못 채운다.
 뼈를 생각하면 화장은 엷게
칼슘은 체내 흡수율이 낮기로 소문난 미네랄이다. 섭취한 칼슘의 최대 30%까지만 흡수된다. 장(腸)에서 칼슘을 최대로 흡수하려면 혈액 내에 적절 농도의 비타민 D가 존재해야 한다. 비타민 D는 식품을 통해선 하루 요구량의 최대 20% 밖에 못 얻는다. 나머지 80%는 태양의 자외선을 쬔 몸 안(피부)에서 합성된 비타민 D다. 별명이 ‘선 샤인 비타민’인 것은 그래서다. 하루 30분만 햇볕에 얼굴과 손을 노출시켜도 비타민 D는 충분히 만들어진다. 만약 외출할 때 자외선 차단 크림이나 메이크업 화장품을 너무 두껍게 바르면 몸에서 비타민 D가 생성되지 않는다.

뼈를 생각한다면 화장은 엷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비타민 K는 칼슘이 뼈에 잘 달라붙도록 돕는다. 비타민 K의 섭취가 부족하면 뼈의 석회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혈중 비타민 K의 농도가 낮을수록 골밀도가 떨어지고 골절을 더 심하게 입는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복잡하고 난해한 뼈의 영양학은 일단 여기까지. 골다공증 예방 식품 리스트엔 의외로 아보카도·콩·파인애플·프룬·토마토 등 식물성 식품이 많이 포함돼 있다. 아보카도가 골다공증 예방에 이로운 식품으로 꼽히는 것은 식물성 식품이지만 비타민 D가 풍부해서다. 장(腸)에서 칼슘을 최대한 붙잡아 오려면 혈액 내에 적정 농도의 비타민 D가 존재해야 한다.

칼슘과 비타민 D를 ‘실과 바늘’에 비유하는 것은 그래서다. 비타민 D가 풍부한 식물성 식품은 아보카도·표고버섯 정도다. 정어리·고등어·참치 같은 등 푸른 생선, 달걀노른자, 동물의 간 등에도 들어 있다. 비타민 D의 골절 예방 효과를 평가한 25건의 연구를 모아 분석한 결과(메타 분석) 비타민 D 보충제 복용이 척추 골절을 37%까지 줄여준 것으로 나타났다.

저지방 유제품도 골다공증 예방에 유익하다. 우리 몸의 뼈·근육·신경의 강도를 높이는 데 필수적인 영양소인 칼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근육이 강해지면 낙상을 피할 수 있어 골절 위험이 낮아지게 마련이다. 칼슘이 풍부한 식품으론 우유·요구르트·치즈 등 유제품이 우선 꼽힌다. 우유엔 ‘칼슘의 왕’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칼슘 함량은 물론 체내 흡수율도 상대적으로 높아서다. 멸치·미꾸라지·뱅어포·말린새우엔 칼슘이 우유보다 훨씬 많이 들어 있다. 하지만 우유만큼 자주 즐기는 음식이 아니다. 이들의 칼슘 공급 식품으로의 역할엔 한계가 있다. 우유 등 칼슘이 풍부한 식품은 어릴 때 섭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54개의 논문 중 52개는 어린 시기에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면 나이 들어서 뼈 소실과 골절 위험이 낮아진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어리거나 젊을 때 우리 몸의 ‘뼈 은행’에 ‘저금’(칼슘)을 최대한 많이 해 놓아야 나이 들어서 골밀도를 높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콩의 이소플라본은 식물성 에스트로겐
두부 등 콩식품도 훌륭한 골다공증 예방 식품이다. 뼈의 주성분인 칼슘과 인을 붙잡아주는 기질(matrix) 역할을 하는 단백질(특히 콜라겐)과 에스트로겐이 풍부하다. 과거엔 폐경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 보충요법이 성행했다. 그러나 에스트로겐이 유방암·자궁내막암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요즘은 제한적으로 처방된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에스트로겐이 아니면서 마치 에스트로겐처럼 작용한다고 해서 붙여진 용어다. 대표적인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콩의 이소플라본이다. 콩과 아마 씨에 든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뼈 보호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실험적으로도 입증됐다. 폐경 여성 50명에게 매일 두유 3컵이나 볶은 콩 3줌을 12주간 먹였더니 뼈의 석회질이 13% 늘어났다.

과일 중에선 파인애플·서양자두(plum)·건자두(prune)·토마토 등이 골다공증 예방을 돕는다. 파인애플엔 뼈에서 발견되는 몇몇 효소들의 구성성분인 망간, 토마토엔 칼슘이 소변을 통해 소실되는 것을 막는 칼륨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플럼과 프룬엔 몸 안에서 칼슘의 흡수를 돕는 미량 영양소인 보론(boron)이 들어 있다. 폐경 여성에게 보론 보충제를 제공했더니 소변을 통한 칼슘과 마그네슘의 소실이 크게 줄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음료 중에선 차가 골다공증 예방에 이롭다. 뼈 생성을 자극하는 불소화합물이 들어 있어서다. 그러나 불소의 섭취가 지나치면 뼈를 약화시키는 등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녹차·우롱차·홍차 등 차를 적당량 장기간 즐긴 사람에선 척추·엉덩이뼈의 골 밀도가 높아졌으나 단기간 다량 마신 사람에겐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도 2002년 제시됐다.

커피는 골다공증과 관련해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원래는 커피 속 카페인이 칼슘 흡수를 방해해 골다공증을 유발한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미국 국립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신호에 발표된 국내 학자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커피를 많이 마실수록 골다공증 위험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를 하루에 한 잔도 마시지 않는 여성에 비해, 한 잔 미만 마시는 여성은 21%, 평균 한 잔을 마시면 33%, 2잔을 마시면 36%까지 골다공증 위험도가 감소했다.

연구팀은 커피에 함유된 식물성 에스트로겐, 항산화 성분인 클로로겐산, 항염증 성분인 디테르펜 등의 ‘합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단 지나치게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것은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기존 연구들에서 밝혀진 것처럼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면 칼슘이 소변으로 많이 배출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골다공증을 유발하는 카페인 섭취량은 하루 330㎎(커피 기준 600ml) 이상이다.

박태균 - 식품의약칼럼니스트이자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겸임교수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박사학위(공중보건학)를 받고 중앙일보에서 식품의약전문기자로 일했다. [먹으면 좋은 식품, 먹어야 사는 식품] [내 몸을 살리는 곡물, 과일 채소] [우리 고기 좀 먹어볼까?]등 9권의 저서를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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