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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강남 재건축 시장] 거래단속·중도금 대출규제에 울상

[‘엎친 데 덮친’ 강남 재건축 시장] 거래단속·중도금 대출규제에 울상

중도금 대출 보증 규제를 적용받는 첫 강남 재건축 단지인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
올해 1월 새 조합장을 선출하고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7월 13일 오후 아파트 상가에 몰려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 30여 곳에선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3930가구 규모인 이 단지에서 7월 들어 성사된 매매 거래는 두 건뿐이다. 6월만 해도 19건이 거래됐다. 6월 14억원에 팔리던 76㎡(이하 전용면적)형의 현재 호가(부르는 값)는 13억7000만~13억8000만원이다. 한 달 새 2000만~3000만 원 빠졌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올 들어 집값이 많이 올라 부담스럽던 시점에 정부가 재건축 시장에 규제를 가하는 모양새가 되자 매수세가 주춤해졌다”고 전했다.

무더운 여름 날씨에도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재건축 시장에 냉기류가 돌고 있다. 지난 6월 중순까지만 해도 ‘재건축 열풍’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뜨거웠다.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가 뛰면서 재건축 추진 단지의 몸값도 꾸준히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재건축 시장에 불어닥친 찬바람과 함께 푹 꺾였다. 정부가 ‘규제의 칼’을 뽑아들면서다. 강남 재건축 시장이 올 들어 ‘과열 양상’을 보이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말 강남 개포동 일대를 중심으로 불법전매·다운계약 단속에 나섰다. ‘묻지마 투자’ 수요에 경고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고, 단속을 피하려는 개포동 일대 중개업소 일부는 아직까지 문을 닫고 있다. 여기다 정부가 7월 1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는 아파트부터 중도금 대출 보증 액수와 건수를 제한하면서 쐐기를 박았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분양되는 분양가 9억원 이상 신규 아파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대출 보증을 받을 수 없다. 9억원 넘는 단지를 분양받을 땐 개인 신용으로 은행 대출을 받거나 여윳돈으로 중도금을 내야 하는 셈이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강남 재건축 단지 거래가 크게 줄고 집값이 떨어졌다.
 집값 많이 올라 부담스럽던 시점에…
강남구 개포동 시영아파트는 지난 5월 13건, 6월은 10건 전후로 거래됐으나 7월엔 3건이 팔렸다. 인근 개포주공 1단지도 7월 들어 매수 문의가 실종됐다. ‘강남 4구’로 불리는 강동구 둔촌주공 1~4단지도 마찬가지다. 5900여 가구에 이르는 대단지로, 6월 20여 건이 거래됐지만 7월엔 3~4건이 팔렸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개포동 세방공인중개업소 전영준 사장은 “매수자의 발길이 크게 줄면서 거래가 뜸해졌다”고 말했다.

매매가격도 하락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4일 기준 서울 강남구 주간 아파트값은 0.08% 올라 전주(0.34%)에 비해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한 주 새 상승률이 4분의 1토막 난 셈이다. 같은 기간 서초구는 0.18%에서 0.07%로 상승세가 꺾였고 송파구 역시 0.12%에서 0.03%로 줄었다. 다른 조사기관도 비슷한 결과를 내놨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 조사 결과 7월 8일 기준 서초구 주간 아파트값이 0.1% 올라 전주(0.37%)에 비해 오름폭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도 0.21%에서 0.15%로 상승폭이 줄었다. 개별 단지별로 보면 지난 6월 8억7000만원 선이던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 35㎡형이 7월 들어 8억5000만원으로 2000만원 정도 내렸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82㎡형도 6월 실거래가가 15억3000만~15억 5000만원이었는데 현재는 15억원에 급매물이 나온다.

분양시장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중도금 대출 보증 규제를 적용받는 첫 강남 재건축 단지인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 3단지 재건축) 사례만 봐도 그렇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7월 8일 이 단지의 견본주택 문을 열었지만 아직까지 청약 일정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사업 주체인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가 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못해서다. 분양보증은 건설사의 파산에 따른 분양 계약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사업 주체가 분양에 앞서 받아야 하는 장치다. 분양보증을 받아야 강남구청에서 분양 승인을 받고, 이후 청약 등 분양 절차에 돌입할 수 있는 구조다. 앞서 조합 측은 고분양가 논란에 자체적으로 3.3㎡당 평균 4500만원 대에서 4319만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HUG가 보증심사를 강화해 분양보증서 발급이 늦어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관계자는 “최근 고분양가가 논란이 되면서 입주 시기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미분양 우려 등 리스크(위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분양보증 심사를 강화한 것”이라며 “지사와 본사 심사를 거쳐 특별심사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단지 장영수 재건축 조합장은 “보증공사가 개포주공 3단지에만 유독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분양 승인을 받지 못하자 일반분양 물량 69가구에 대한 분양도 계속 지연되는 상황이다. 업계는 보증심사 이후 분양보증서 발급까지 일주일 정도 추가로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디에이치 아너힐즈 청약은 7월 말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정이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주택건설업계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과 겹치지 않도록 8월 중순 이후, 늦어지면 9월에 분양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강남 집값 보합·강보합 전망
올 여름 이후 강남 재건축 시장 전망은 어떨까. 업계에선 정부가 강도 높은 규제에 나선데다 비수기까지 겹친 탓에 당분간 기존 주택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강남 재건축 시장에 심리적인 여파가 미치고 있지만, 상승세가 급격히 꺾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당분간 지켜보자는 쪽으로 돌아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잠실동 잠실박사공인중개업소 김정연 사장은 “급매물 위주로 조금씩 거래되면서 집값이 보합 내지 강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청약 경쟁률은 상반기에 비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분양시장 외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데다 강남권은 일반분양 물량이 적은 편이라 자금 사정이 괜찮은 주택 수요자에게 충분히 분양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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