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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9)] 보험으로 장수시대 안전판 구축하라

[김동호의 반퇴의 정석(9)] 보험으로 장수시대 안전판 구축하라

100세 장수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도 90세 장수가 드물지 않다. 사고와 중대한 질병을 만나지 않으면 누구나 80세는 물론 90세를 넘길 수 있다. 이렇게 장수하는 것은 축복이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인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엔 복병이 숨어 있다. 노후생활자금이 부족하거나 사고와 질병을 만날 수도 있다. 장수시대가 도래하기 전에는 이런 걱정이 필요없었다. 1970년 한국인의 기대여명이 61.9세였으니 환갑을 쇠는 것만으로도 장수한다는 소릴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13년에는 기대여명이 81.9세로, 2014년 다시 82.4세로 더 늘어났다. 노후가 빠른 속도로 길어지면서 환갑 후에도 30년을 살게 됐다.
 연금저축보험, IRP로 이전해 합산 관리 고려할 만
이에 대비하려면 안전판이 필요하다. 노후 먹거리로 미리 연금을 쌓아두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노후 질병이나 간병에 대비한 보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하지만 보험의 특성을 잘 모르면 낭패를 보기 쉽다. 최소한의 기본원리를 알아둬야 하는 이유다.

일단 보험은 저축성보험과 보장성보험으로 나누어진다. 저축성보험은 쉽게 말하면 저축이다. 만기 때 목돈을 한꺼번에 받거나 연금처럼 나눠서 받을 수도 있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연금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최근 저축성보험은 대부분 개인 연금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당장 써야 할 생활비 충당도 어려운 현실에서 연금에 신경을 여유가 없다. 그래서 한국의 개인연금 가입률은 12.2%로 캐나다(35.1%)·독일(29.9%)·미국(24.7%)·영국(18.1%) 등 선진국과 비교해 매우 낮다.

이같이 회사원과 자영업자가 노후생활자금과 관련해 실수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개인연금이다. 회사원과 자영업자는 공적연금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지만 나중에 받는 금액이 용돈에 불과하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국민연금 수급자의 월 평균 수령액은 최저생계비의 절반 수준인 34만6000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20년을 부어도 80만6000원에 그친다. 일반직 공무원이나 교사·군인이 공적연금을 통해 최소 200만원에서 거의 300만원 가깝게 받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연금을 포함하면 공무원은 회사원보다 평생 소득이 더 많다는 것도 실증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한국고용정보원)를 통해 분석한 결과 7·9급 공무원에 합격해 정년까지 30년 근무한 사람의 평생소득은 최대 14억 5800만원에 이른다. 이는 직원 500명 규모 대기업에서 30년 근무한 사람의 평생소득 15억9700만원보다 낮지만 25년 근무한 사람의 평생소득 12억6500만원보다는 많다. 회사원의 실질 퇴직연령이 53세에 그치므로 공무원의 평생소득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중소기업은 30년 근무해도 12억2300만원에 그친다. 회사원 가운데 88%가 중소기업에 다닌다. 이런 차이를 만드는 것은 연금이다. 공무원은 연금소득이 3억원 대에 달하지만, 회사원은 대기업에 다녀도 국민연금으로 들어오는 소득이 1억원 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물론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는 허점이 있다. 회사원의 평생소득에 퇴직연금을 더하지 않았다. 이를 감안하면 대기업에서 장기 근속한 경우 공무원보다 평생소득이 더 많아진다. 그럼에도 실질퇴직이 짧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어떤 경우든 연금의 위력은 막강하다. 연금은 보험사만 판매하는 건 아니다. 보험사에선 연금저축보험, 증권사에선 연금저축펀드, 은행에선 연금저축신탁이란 이름으로 연금 상품을 판매한다. 회사원과 자영업자라면 개인연금을 준비해 노후에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정부는 민간의 노후 보장이 취약한데도 2014년부터 공제율이 낮은 세액공제를 도입해 개인연금 가입 유인을 떨어뜨렸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사적연금의 하나인 퇴직연금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7월부터 55세 이상 가입자의 연금저축↔개인형퇴직연금(IRP) 상호이전 허용을 통해서다. 다양한 투자를 원한다면 연금저축보험을 IRP로 이전해 합산 관리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무엇보다 저축성보험은 종류별 특성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변액유니버셜보험·변액연금보험·양로보험·연금보험·저축보험 등은 모두 저축성보험상품인데 상품의 특성을 제대로 모르고 가입하면 실탄만 낭비할 뿐이다. 예컨대 변액보험의 경우 투자 실적에 따라 나중에 받게 되는 연금 액수가 달라지게 되는데 요즘처럼 증시가 침체 상태를 이어가면 단기적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수익률 기준으로는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을 능가할 상품이 없다. 전업주부나 경단녀의 경우 지역가입을 통해 우선 국민연금부터 가입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얘기다. 사적 연금 및 보험은 개인의 투자성향에 따라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보험은 상품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주변의 권유에 따라 무턱대고 가입해선 안 된다. 저축성 보험으로 노후생활자금을 쌓아나가고 있다면 보장성보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보장성보험을 가입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보장의 목적이 질병이나 간병 대비라고 할 수 있는데 저축성과 보장성이 뒤섞여 효과가 반감되는 시중 보험사 상품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한정된 노후 재원의 운영 효율성을 떨어뜨려 노후 준비에 허점을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보장성보험은 분명한 목표를 갖고 가입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애물단지가 되기 십상이다.
 보장성보험은 뚜렷한 목표 갖고 가입해야
과거에 비해 신체가 건강하지만 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병원 신세를 많이 질 확률이 높다. 건강보험만으로는 충분히 대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한다면 암 같은 중대 질병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암은 60세 이후 발병이 급증한다. 장수하는 것이 남의 일 같지만 요즘엔 70~80세를 넘긴 고령자의 경우 쉽게 90세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건강한 40~50대라면 100세 수명을 누리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대비가 필요하다.

환갑을 거쳐 70세를 넘기면서 급증하는 의료비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에 필요한 실손보험은 50세 전에 들어야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오래 살게 되면 간병보험 역시 필수라고 봐야 한다. 아무리 건강 관리를 잘해도 치매나 중풍에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안락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라도 간병보험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아무리 건강해도 나이가 들면 녹슬고 고장나는 것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필자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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