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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미 금리인상 따른 자본유출 우려 지나쳐

[증시 맥짚기] 미 금리인상 따른 자본유출 우려 지나쳐

강달러 이미 시장에 반영 … 환율과 주가 상관관계 과거보다 느슨해져
사진:중앙포토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었다. 한창때에는 올해 1300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달러 강세 요인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현재 선진국 중 미국보다 경기가 좋은 곳은 없다. 기준금리 인상이 점쳐지고 있는 곳도 없다. 미국과 다른 나라 간 금리차가 시간이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런 이유로 강달러에 따른 원화 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그 수준이다. 달러 강세 요인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이미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된 상태여서 추가 강세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년 중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위에 있었던 건 4년 반밖에 안 된다. 그나마 대부분이 외환위기와 그 파장이 남아있던 1998~2000년 사이와 금융위기 직후였다. 일반적인 상황일 때 원화가 1200원을 넘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만큼 현재 원화 환율은 절하 요인의 상당 부분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10년 이후 한국은 매년 평균 520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흑자액이 899억 달러로 다른 어떤 때보다 많았다. 달러 공급이 늘어난 상태에서 원화 약세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 급격한 금리인상 가능성 작아
미국 금리 인상 영향도 생각보다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달러의 추가 강세를 전망하는 쪽은 올해 미국이 2~3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런 생각은 기준금리 인상이 시중 금리 상승을 유인한다는 가정 하에서 성립하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전에 이미 시장 금리가 올라 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110년 사이 중요 전환점 때 미국 금리 움직임을 보면, 방향을 바꾸기 위해 상당히 오랜 시간 박스권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금리가 30년 넘게 계속 하락해 온 만큼 방향 전환에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금리는 2012년에 바닥을 만든 후 작년 8월에 비슷한 수준까지 다시 내려왔다. 이미 박스권에 들어오고 4년이 지났다는 얘기가 된다. 박스권의 상·하단도 정해졌다. 국채 10년물 기준으로 1.3%에서 2.5%, 더 넓게는 3.1% 사이다.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인상하기도 전에 시장 금리가 고점까지 올라가 버린 셈이 된다.

내년에 기준 금리를 3번 인상해 1.5%가 된다 해도 시장 금리가 3%를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 넘는 기준금리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금리 인상의 많은 부분이 환율에 반영됐기 때문에 실제 인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변화는 크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시장에서 돈이 빠져 선진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걱정도 별 의미가 없다. 만약 자금이 이동한다면 그 대상은 주식보다 채권이 되는 게 맞다. 채권이 환율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인데, 지난해에 자금 흐름을 보면 그 규모가 걱정만큼 크지는 않았다. 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한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간 외국인의 채권 보유액이 95조원에서 89조원으로 6조원 정도 줄어드는데 그쳤다. 감소 폭이 2015년부터 줄어오던 추세가 연장된 정도였는데, 금리가 바닥에서 70% 급등하고, 원화가 10% 가까이 절하돼 손실 규모가 급증할 수 있었음을 감안하면 실제 이탈 규모가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은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가 차익과 동시에 포트폴리오 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별로 일정액의 채권을 보유하려 하는데 한국 채권이 거기에 속해 있는 것이다.
 위안화 급변동 가능성 크지 않아
2014년 6월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9934억 달러였다. 지난해 말에는 3조110억 달러가 됐는데, 30개월 만에 1조 달러 가까이 줄어든 셈이 된다. 같은 기간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6.205위안에서 6.945위안으로 12% 절하됐다. 위안화 약세를 막기 위해 많은 달러를 시장에 풀었지만 실패했다. 돈만 쓰고 목적 달성에 실패하자 위안화에 대해 암울한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외환 보유액 3조 달러와 달러당 7위안 중 어떤 하나라도 무너지면 중국 금융시장이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환율이 경계선을 넘을 때 반응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하나는 격렬하게 하락하는 형태다. 신흥국이 외환위기를 겪을 때 많이 관찰되는데, 해당 국가에 대한 국제 시장의 신뢰도가 낮고 방어 능력도 없어 불안 요인이 환율에 모두 전가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다른 하나는 반응 속도가 변하지 않는 경우다. 선진국이나 환율 방어력이 강한 나라에서 주로 나타난다.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엔화가 대표적인데, 달러당 80~130엔 사이에 머물던 엔화가 일시적으로 고점을 뚫고 올라갔다. 당시 일본 경제가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아시아가 외환 위기를 겪고 있었음을 감안하면 엔화가 6개월간 10% 절하에 그친 건 양호한 흐름이었다.

중국이 신흥국에 속해 있지만, 위안화는 선진국 통화와 비슷한 부류로 취급된다. 따라서 달러당 7위안을 뚫고 올라가거나 외환보유액이 3조 달러 밑으로 떨어지더라도 격렬한 환율 변동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랜 시간 위안화는 강세 통화로 자리매김해 왔다. 지금도 미국이 환율조작국 지정을 검토할 정도로 절상 압력이 높다. 환율 결정에 정부의 입김도 강해 안정적인 움직임을 계속해 왔다. 투기 자금이 들어오기 좋은 환경이었는데, 위안화 절하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현재는 투기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지만 관리가 안 될 정도는 아니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7%를 기록했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중국 정부는 올해 성장률이 6.5%까지 떨어지더라도 문제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과잉 생산 시설, 기업 부채 증가, 그림자 금융, 40%대에 이르는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다양한 불안 요인이 존재하고 있지만, 이 부분들이 현실화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국내보다 해외 주식에 더 관심 둬야
그동안 환율과 주가의 관계는 주로 원화 절하로 경제 변수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맞춰졌었다. 한국 기업의 매출액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서 원화 움직임에 의한 실적 변화가 컸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 부분에 주목하는 전문가는 별로 없다. 기업들이 환율 변동을 흡수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 낸 덕분인데, 환율이 실적에 미치는 효과는 앞으로도 계속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도 환율 변동에 의한 단기 성과보다 주가 상승에 의한 장기 성과에 초점을 맞춘 투자를 해 원화 등락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미국 시장이 새로운 상승세에 들어갔다. 2년 가까운 휴식을 끝내고 다시 오르는 것이어서 당분간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도 종합주가지수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당분간 국내보다 해외시장이 더 관심을 모을 것이다. 그만큼 환율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해외 투자 상품의 수익률은 해당 상품의 등락 못지 않게 환율 변동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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