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순망치한 관계에서 골칫거리로 변한 북한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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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순망치한 관계에서 골칫거리로 변한 북한

[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순망치한 관계에서 골칫거리로 변한 북한

중국 내에서 ‘전략적 부(負)자산론’ 제기... 북한 문제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2016년 6월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면담했다. 이 부위원장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2016년 6월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면담했다. 이 부위원장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뭐든지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중국.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이웃 국가도 14개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다.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네팔, 부탄, 인도,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그리고 북한. 주로 북한과 중국, 그리고 일본을 상대해야 하는 한국보다 다루어야 할 이웃 국가가 훨씬 다양하다.

그런데, 지난 2월 김정남 암살 사건이 터지자, 중국 언론에서도 난리가 났다. 중국 국영방송인 CCTV는 연일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중국은 당사자인 한국만큼이나 북한 문제를 예의주시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그만큼 북한이 중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얘기다.
 역사적으로 중국에 큰 영향을 미친 한반도
중국에 가장 큰 골칫거리를 던져 주는 이웃 국가는 어딜까. 북한이다. 중국이 북한과 접하는 국경선의 길이는 1334km로 전체 국경선(2만2000km)의 6%에 불과하다. 하지만 북한이 중국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반도는 중국과 큰 영향을 주고 받아왔으며 심지어 중국의 왕조 교체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수 양제는 고구려를 세 차례나 침공했으나 모두 실패했고 전쟁의 여파로 수나라 해체가 가속화됐다. 뒤이어 당 태종 역시 고구려 정벌에 나섰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조선은 명나라에 원군을 요청했고 명나라는 원군을 파병했다. 이여송이 지휘한 명나라 원군의 역할에 대해 갑론을박이 많지만, 일본을 물리치는데 도움이 된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당시 쇠락의 기미가 보였던 명나라는 원군 파병으로 인해 재정파탄이 가속화됐고 결국 청나라에 의해 망한다. 1894년 청일전쟁은 청나라도 일본도 아닌 한반도에서 발발했다. 동학혁명이 일어나자 조선은 청나라에 지원을 요청했고 청나라가 파병하자 일본도 텐진조약에 근거해 군대를 파병했다. 일본의 야욕으로 시작된 청일전쟁에서 패배한 청나라는 이후 열강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처럼 한반도에서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나거나 세력 균형이 깨질 때마다 중국 역시 막대한 영향을 받아왔다. 그래서인지 중국 한반도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한반도 안정이다. 중국은 돌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북한의 정권 붕괴나 남북 통일보다는 현상 유지가 중국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여긴다. 명목상으로는 중국 대외정책의 기조인 내정불간섭과도 일치한다.

북한의 존재는 중국의 ‘순망치한(脣亡齒寒)론’, 즉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북한이 미국의 영향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계속되자 북한에 대한 중국의 시선이 바뀌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보다 학계·민간에서 북한의 ‘전략적 부(負) 자산론’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대외관계에 있어서 북한이 자산보다는 부채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전략적 부자산론’에도 중국의 북한에 대한 관심도는 상당히 높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2월 22일 필자는 홍콩 봉황TV의 이후이시탄(一虎一席談)이라는 시사 토론 프로그램에 원격 영상을 통해 참여했다. 참고로 이 프로그램은 각종 현안에 대해 패널들이 난상토론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홍콩 매체라는 특성을 이용해,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도 찬반 양쪽의 자유로운 발언을 허용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시청률도 높은 편이다. 반면, 중국 국영 방송인 CCTV는 중국 정부의 입장에 완전히 부합하는 주장만 내보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양가적 감정
이 날의 주제는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북한 핵실험의 대결, 즉 한반도에 드리운 위기였다. 중국에서는 한반도의 위기에 대해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2013년에도 중국 관영지인 환구시보가 한반도 전쟁 발생 확률이 70~80%에 달한다는 한반도 전문가 장롄구이 교수의 칼럼을 게재해서 중국뿐 아니라 한국 언론으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중국 공산당의 중견간부 육성을 책임지는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가 그런 발언을 하니 관심을 안 가질래야 안 가질 수가 없다. 하지만, 당연히 틀린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번에도 한 패널이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을 거론하자 패널 중 일부는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북한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은 양가적이다. 북한의 핵실험은 중국에도 압박으로 작용한다. 중국 민간에서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반감이 더 크다. 특히 북한에 가까운 동북지역에서는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다. 또한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의 제재 압력도 압력이지만,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게 되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북한에 대한 실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는 중국밖에 없다. 북한이 수입하는 원유 중 약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무연탄과 철광석을 중국에 수출해서 원유 수입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중국의 북한 무연탄 수입금지 조치는 북한에는 상당한 압력이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2321호에 따른 조치일 뿐이라고 해명하지만, 지금까지 중국은 대북제재 결의안 이행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대북제재 결의안 2321호는 북한의 무연탄 수출 규모를 연간 750만t 혹은 4억90만 달러 중 낮은 쪽으로 한도를 책정했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 한국은 중국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최근 국내 대학의 국제관계학과에 재직하는 중국인 교수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점심을 함께 하는 동안, 이 교수는 중국의 한국 전문가들이 한국 내 여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중국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현상 유지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피동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의견이었다.

그런데, 북한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한국은 너나 할 것 없이 중국을 바라본다. 하지만, 북한 문제는 당사자인 한국만이 해결할 수 있고 오직 한국만이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가진 나라다. 장기적인 대북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고 중국을 한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중국은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부채로 변하기 시작한 북한에 대한 정책적 조정을 이미 염두에 두고 있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결안을 제시하고 중국이 한국의 방안이 동북아 안정에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중국 역시 북한 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김재현 -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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