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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정치와 선거, 너무나 멀어진 사이

[증시 맥짚기] 정치와 선거, 너무나 멀어진 사이

대형 정치 이벤트에도 주가 영향 안 받아... 상장사 실적 좋아 증시 강세는 이어질 듯

정치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주가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정치에 대한 관심과 주가는 별개 문제인 것 같다.

주가가 선거에 의해 가장 많이 움직였던 건 1987년 대선 때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16년 만에 처음 치러지는 직접 선거인데다, 시장이 정치적 변동에 민감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머징 마켓에서 흔히 나타나는 모습인데, 우리가 그 틀에 갇혀 버렸던 것이다. 선거 두 달 전 509포인트 였던 종합주가지수가 선거 전날 472선까지 하락했다. 선거가 여당의 승리로 끝나자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3저 호황으로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좋았던 데다, ‘여당이 승리하는 게 경제에 도움이 된다’라는 인식이 퍼진 덕분이었다. 이후 1987년을 정점으로 선거의 영향력이 줄어들어 이제는 선거와 주가의 연관성은 찾기 힘든 형편이 됐다.

정치와 달리 증시에 대한 경제의 영향력은 계속 커지고 있다. 그래서 선거가 임박한 시기의 주가 흐름은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졌는데, 1992년은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대표적 예다. 그해 중반부터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한 영향으로 대선 이전 두 달 동안 종합주가지수가 26%나 상승했다. 반대의 경우는 1997년과 2007년이다. 외환위기와 미국발 금융위기 우려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이번 대선의 초점은 두 개로 좁혀진다. 하나는 대선이 주가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까지 별다른 반응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걸 보면 대선에 대한 기대는 약해진 것 같다. 오히려 1997년이나 2007년 같이 상황이 악화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다. 선거 초반에 대북 문제로 긴장이 고조되고,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무사히 넘어갔다. 선거를 거치면서 정치와 주가가 분리돼 악재의 영향력이 희석됐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경제의 증시 영향력은 계속 커져
두 번째는 경제의 영향력이다. 우선 봐야 할 부분이 경기회복 여부다. 대선 기간 중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치의 상향 조정이 있었다. 이를 전후해 주가가 올랐는데, 경기회복 기대가 정치적 이벤트와 만나면서 힘이 강화되는 패턴이 재현된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 선거가 있기 직전인 작년 11월 4일부터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주가 상승의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이 점과 관련해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이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정책의 영향력에 대한 대강의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후보에 관계없이 경제 정책이 진보적라는 특징이 있다. 정책의 큰 틀도 과거와 다르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의례적으로 등장하던 성장 정책이 약해진 반면,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소득증대 정책이 강해졌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낙수 효과로 대표되는 성장 정책의 핵심 논리가 지난 몇 년 사이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성장 정책 약화는 여러 선진국에서도 관찰된다. 지난해 6월 일본 정부가 ‘1억 총 활약 플랜’이란 경제 개혁조치를 내놓은 적이 있다. 50년 후에도 인구 1억 명을 유지하고, 일본인 모두가 가정·직장·지역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소득 개선과 안정을 추구하는 정책이었다. 이를 위해 노동부문을 개혁해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하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걸 목표로 내세웠다. 상당히 좌파적인 정책이 우리가 극우라고 얘기하고 있는 일본 집권 세력 안에서 법제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정책이 빈부 격차 해소에 맞춰질 경우 주식시장은 어떻게 될까. 이 정책은 국내 소득 증대가 목적인 만큼 내수주가 관심을 모을 것이다. 문제는 정도인데, 내수주가 오른다 해도 상승폭이 제한적이고 상승기간도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책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너무 넓어 주가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집중력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녹색성장’이나 ‘창조경제’는 범위가 좁아 종목을 선별하기 쉽고, 정책의 효과에 관해 스토리를 만들기도 쉬웠다. 녹색성장이 자동차에서 시작해 LED 산업까지 확대된 걸 보면 해당 정책이 얼마나 확장성이 강했는지 알 수 있다. 반면 새로운 정부의 정책은 경제 펀드멘털 개선이란 일반적 형태를 통해 주가에 영향을 미치므로 강도도 약할 수 밖에 없다. 효과가 발생해도 그게 정책 때문인지 아니면 기업의 자체적인 변화 때문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정책이 주가를 움직이는 과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성장 테마로 특정 종목에 짧고 강하게 영향을 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 구조 개선을 통해 상승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새 정부의 정책 효과는 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70여 개 기업이 1분기 실적 발표를 마쳤다. 결과가 아주 좋았다.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 가까이 늘어났다. 삼성전자나 은행같이 큰 기업의 이익이 증가한 덕분이다. 앞으로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증가율이 낮아질 수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1분기 실적은 예상을 넘는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익보다 더 관심을 끄는 건 매출이다. 작년에 비해 11% 정도 늘어났다. 이익은 작년에도 증가했지만 매출이 제대로 늘어난 것은 오랜만이다. 2012년 이후 4년 동안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1.1%에 지나지 않았다.
 이익과 매출 동시 증가
매출과 이익은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움직인다. 우선 경기 둔화가 막바지에 도달하면 이익이 늘어난다. 이때 매출은 정체하거나 약간 줄어드는 경우가 많은데, 영업이 잘 됐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비용이 줄어든 때문이다. 이 단계를 지나면 매출이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다. 이익도 동시에 늘어나는데, 영업이 제자리를 잡은 덕분이다. 이때가 이익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인 동시에 주가가 가장 힘있게 올라가는 때다. 지금 추세가 이어져 매출액이 두 자리의 증가를 기록할 경우 1분기 이익은 작년과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이다. 영업 호조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이익에 대한 신뢰도를 훨씬 높게 봐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주식시장은 강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선데다, 경기 회복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 전고점인 2189와 마디지수인 2200을 넘기 위한 시도가 계속될 것이다.

시장의 중심은 계속 대형주가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연초 이후 3월 21일까지 9%의 상승률을 기록했던 대형주가 최근에 하락하는 등 작년과 다른 모습이 나타났고 있지만 일시적인 흐름으로 보인다. 1년 가까이 증시가 상승하면서 대형주 가운데 저점 대비 50% 이상 주가가 오른 종목이 속출했다. 최근 약세의 원인은 가격에 대한 부담이 본격적으로 생긴 탓이다. 그렇지만 1분기 실적을 보더라도 대형주를 중심으로 이익이 늘어나는 등 실적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어 판이 뒤집힐 정도는 아니다.

한편, 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대선 결과가 중소형주에 긍정적일지는 의문이다. 시장에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크고 정책 반응도가 강하기 때문에 새 대통령 임기 초에 중소기업 관련 정책이 많이 나와 중소형주의 랠리가 전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 정책이 나온다 해도 중소기업의 이익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불분명한 미래보다 현재의 시장논리에 따라 투자를 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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