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로가 만난 사람(6) 문주현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 “도시재생 사업 민간이 참여할 수 있어야”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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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로가 만난 사람(6) 문주현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 “도시재생 사업 민간이 참여할 수 있어야”

[윤용로가 만난 사람(6) 문주현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 “도시재생 사업 민간이 참여할 수 있어야”

현재는 공공기관만 도시재생 사업 할 수 있어 … 정부와 민간, 지자체의 삼박자 맞아야 성공

디벨로퍼(developer)는 보통 부동산 개발업자를 지칭한다. 시행사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땅 매입부터 부동산 기획, 설계, 자금 조달, 마케팅, 사후 관리까지 총괄한다. 국내에 디벨로퍼가 소개된 시기는 1990년대다. 지금은 사라진 거평그룹(동대문 거평프레야, 낙산콘도), 나산종합건설(대치동 샹제리제빌딩)과 프라임산업(강변·신도림 테크노마트) 등이 건물을 지으며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전후로 무리한 사업 확장과 각종 인허가 비리에 연루되면서 이들은 추락했다. 2000년대 들어 시행과 시공의 구분이 정착되면서 디벨로퍼는 다시 주목받았다. 2000년대 초반 시작된 부동산 호황이 2007년까지 이어지면서 신흥세력이 생겨났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디벨로퍼 업체는 1만여 곳에 달한다.

문주현(59)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은 1세대 디벨로퍼다. 1987년 나산그룹에 입사해 부동산 개발 사업을 주도했고, 입사 7년 만에 임원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회사가 부도나고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그는 이듬해 자본금 5000만원으로 부동산 분양대행업체를 차렸다. 그가 세운 엠디엠(MDM)은 국내에서 대표적인 디벨로퍼 기업으로 성장했다. 문 회장은 부동산개발(엠디엠·엠디엠플러스), 신탁(한국자산신탁), 금융(한국자산캐피탈, 한국자산에셋운용)을 보유한 국내 1호 종합부동산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부동산 개발 관련 회사가 소속돼 있는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에 올랐다. 지난 3월에는 제 4대 협회장으로 재 추대됐다.

그는 회장직을 맡은 이후 업권을 활성화하는 데 주력했다. 부동산 개발환경 개선은 물론 디벨로퍼 인큐베이팅센터 출범, 디벨로퍼 양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내 ‘창조도시 부동산융합 최고위 과정(ARP)’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협회장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게 하나 더 있다. 도시재생(오래되고 낡은 주택을 개·보수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 규제 완화다. 현재 도시재생 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같은 공공기관만이 가능하다. 문 회장은 “도시재생은 단순히 낡은 집을 허물어 새 집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일본의 롯본기 힐스처럼 도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창의력, 추진력, 자본이 풍부한 민간이 중심이 되고 공공이 지원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5월 24일 서울 강남구에 자리한 문 회장의 집무실에서 디벨로퍼들의 고민과 현안에 대해 물었다.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이하 윤용로):
최근 회장 연임이 됐는데 올해로 몇 년째이죠?



문주현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이하 문주현):
4년 째에요. 협회장 임기가 3년인데 이번에 연임됐으니까 총 6년 하게 되는 거죠.



윤용로:
저도 그렇지만 한국부동산개발협회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잘 모르는데 어떤 단체인지 소개 좀 해주세요.



문주현:
한국부동산개발협회는 부동산개발업의 관리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제29조에 근거해서 설립된 법정단체에요. 부동산 개발업을 육성하기 위해 만들었어요. 지난 2005년에 출범해 12년 됐습니다. 협회에 상주하는 직원만 10명이고 국토교통부 감사도 받아요. 협회 수입은 주로 교육비에요. 부동산개발업체(상가·복합단지·오피스텔·오피스 등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려면 부동산 개발업으로 등록해야 한다)를 운영하려면 부동산개발전문인력 교육 수료자 2명을 이상을 확보해야 하거든요. 1년에 1000명씩 교육을 받는데 지금까지 교육인력이 1만 명을 넘었어요.



윤용로:
회원사들은 얼마나 되나요?



문주현:
금융위기 이후에 회원사가 줄었는데 다시 활성화시키고 있어요. 제가 회장 취임 후 회원사가 1000% 넘게 늘었어요. 현재 협회에 가입돼 있는 회원사는 630개입니다. 회원사 중에 건설사도 많아요.



윤용로:
디벨로퍼라고 하면 과거 인허가 비리, 특혜비리 같은 일들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잖아요.



문주현:
부동산 개발 사업은 디벨로퍼가 부동산 프로젝트를 만들어 건설사에 사업 참여를 의뢰하는 구조입니다. 건설사는 사업대금에 대한 지급보증을 서주고 디벨로퍼는 공사비에 필요한 대출을 받는 거죠. 디벨로퍼 입장에서 땅 계약금만 있으면 사업이 가능해요. 경우에 따라서는 돈 한푼 안들이고 떼돈을 벌 수도 있죠. 디벨로퍼들이 사업 인허가를 받기 위해서 불법 로비도 서슴지 않는 이유입니다. 한탕주의가 판을 치기도 하죠. 최근 부산에서 엘시티 사건이 또 터졌잖아요(시행사 엘시티 이영복 회장이 부산 해운대 고급 주상복합단지 엘시티 사업을 위해 정·관계 로비를 시도한 사건이다). 이런 일부 기업들 때문에 국민에게 디벨로퍼가 지탄받게 되는 거죠. 참 안타까워요.



윤용로:
협회에서 디벨로퍼 신뢰도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게 있나요?



문주현:
지난 2015년에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과 공동으로 ‘창조도시 부동산융합 최고위 과정’을 개설했어요. 디벨로퍼·시공사·설계사 등 부동산 개발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도덕성과 사명감을 갖고 일을 더 잘해보자는 뜻에서요. 이 과정도 아무나 못 들어와요. 기업의 재무제표까지 꼼꼼히 보고 일정 규모와 도덕성을 갖춘 기업을 선발하거든요. 여기에 들어오면 부동산 개발하는 사람들과의 업무교류도 하지만 인문학, 풍수지리, 윤리선언 교육까지 해요. 지난 3월에 3기 80명을 모집했는데 경쟁률이 2대 1일 정도로 관심이 많았어요.
▎문주현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이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오른쪽)과 지난 5월 24일 서울 역삼동 엠디엠 본사 회장 집무실에서 대담하고 있다. / 사진·우상조 기자

▎문주현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이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오른쪽)과 지난 5월 24일 서울 역삼동 엠디엠 본사 회장 집무실에서 대담하고 있다. / 사진·우상조 기자



윤용로:
디벨로퍼 회사들이 많아도 돈 버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 같은데요.



문주현:
경쟁력 있는 양질의 회사를 제외하고는 프로젝트를 따내기란 쉽지 않아요. 그리고 디벨로퍼 중에 영세한 회사가 대부분이에요. 그렇다 보니 한탕 하고는 접어버리는 곳이 생겨나는 겁니다. 상생하자는 뜻에서 협회 내에 인큐베이팅센터를 열었어요. 이들이 좋은 프로젝트를 갖고 오면 기획, 설계, 사업성 검토, 금융, 마케팅 등 사업 전반에 대해 각 분야 회원에게 무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업이 성공하면 수수료를 받아요.



윤용로:
최근 보도에 따르면 상가 공실률이 높다고 하던데, 이는 디벨로퍼들이 무작정 단지 개발과 분양만 하고 보자는 이기적인 태도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투자자들은 디벨로퍼들에 비하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보 면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문주현:
투자자들은 월세 받으려고 투자했는데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아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긴 해요. 유명한 브랜드가 들어와도 수익이 잘 나지 않아요. 계속 반복되는 얘기지만 상가 분양 실패도 디펠로퍼의 책임이 큽니다. 책임감이 뒤따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래요. 이제 상권은 입점 브랜드보다 콘셉트가 더 중요해요. 예컨대 엠디엠이 2015년에 분양한 광교 푸르지오월드마크 상가 잔디공원에서는 사계절 내내 축제를 열어요. 요즘에는 장미축제를 하는데 축제 영향으로 주말에는 매출이 평일보다 30~40% 올라요. 광교와 판교에 만든 유럽형 거리인 아비뉴프랑도 좋은 사례죠. 투자자들도 상가 내 입점 브랜드도 중요하지만 디벨로퍼가 누구인지, 어떤 콘셉트를 추구하는지를 보고 투자할 필요가 있어요.



윤용로: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지방에는 일터와 병원, 주거지가 한데 모인 콤팩트시티 개념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문주현:
콤팩트시티는 도시의 면적을 넓히는 대신 기존 도심에 주거·상업·업무공간을 밀집시키는 걸 말해요. 앞으로 도심이나 지방도 콤팩트시티로 갈 것으로 봐요. 근데 사실 지방은 슬로우시티(slow city)로 가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해요. 가령 친환경 도시로 할지, 농업 도시로 할지 콘셉트를 잘 잡아야 해요. 제주도의 경우 올레길을 만들었잖아요. 올레길을 걸으면서 자연을 느끼고 풍광을 보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낙원처럼 개발해야 합니다.



윤용로:
서울에 있던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 혁신도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문주현:
장단점이 있는데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바람직하다고 봐요. 수도권에 과밀화된 인구 분산 차원에서는 좋다고 생각해요. 근데 문제는 직장은 지방으로 내려갔지만 집은 옮겨가지 않아요. 결국 가계의 이중부담이 되는 거에요. 현재 혁신도시 중에 성공한 케이스는 한국전력공사가 이전한 전라남도 나주 정도 아닌가요? 아쉬운 건 한두 곳 시범적으로 해보고 성과가 있으면 해도 늦지 않았을 텐데 벼락치기 식으로 해버리니까 부작용이 생기지 않나 싶어요.



윤용로:
저성장기에 접어든 한국은 인구의 고령화, 도심의 노후화 등으로 부동산 개발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대통령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요.



문주현: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층고의 아파트를 짓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아니라 그 지역의 역사·문화·생태를 보존하면서 낡은 주택을 리모델링해서 거주 여건을 개선하는 겁니다. 골목경제 살리기, 커뮤니티 활성화 등 일자리 창출까지 가능해 좋은 측면이 많죠. 도시재생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경험과 전문성, 창의력이 필요해요. 이런 역량을 가진 디벨로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민간은 참여를 할 수 없으니 안타깝습니다. 빨리 규제를 풀어야 해요.



윤용로:
민간이 참여할 수 없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문주현:
현재 도시재생 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같은 공공기관만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개발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거에요. 기존에 정부가 주도하는 뉴타운 같은 사업이 고전하는 것은 재정이 부족하고 매력적인 사업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인 콘셉트로 추진하기 십상입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정부가 주도했다가 민간기업에 문호를 열어줬어요. 일본 도쿄 역 앞의 마루노치나 싱가포르 랜드마크인 복합리조트 마리나베이처럼 도시재생을 통해 도심 경쟁력을 키우면 이게 세계 경쟁력이 될 수 있거든요. 디벨로퍼는 부동산 개발에 대한 교육도 받고 해외 벤치마킹도 하기 때문에 공공기관보다 많은 식견이 있어요. 규제를 풀기 어렵다면 민간 기업의 아이디어 공모전을 해서 참여 기회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토교통부도 민간 참여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윤용로:
공모를 통해 기업들을 참여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네요.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힘든 부분이 자금 조달일 텐데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도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긴 합니다.



문주현:
정부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사업비로 매년 10조원씩 투자한다고 하는데 쉽지 않아요(정부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위해 매년 10조원씩 5년간 50조원을 들여 전국 500여 곳의 낙후된 주거시설을 되살릴 계획이다).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가 130조원입니다. 공공기관 중심의 자금 조달은 시행 주체에게도 리스크가 되고 정책의 지속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민간의 돈을 끌어들이지 않고는 사업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이 사업은 정부와 민간(디벨로퍼, 금융회사), 지자체 삼박자가 갖춰져야 가능한 사업이에요. 공공기관에서 선투자를 하고 그 후에 민간 자본과 지자체가 투자해 사업을 뒷받침해야 해요.



윤용로:
디벨로퍼에게 중요한 파트너는 금융회사라고 생각해요. 풍부한 자금을 가진 금융회사들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 같은데 국내 금융회사는 디벨로퍼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문주현:
디벨로퍼와 금융회사는 불가분의 관계에요. 사실 과거에는 아무리 개발사업이 좋아도 건설사가 보증을 서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가능했어요. 웃긴게 은행들은 프로젝트를 보지 않으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고 얘길해요. 디벨로퍼의 신뢰가 부족한 이유라고도 생각해요. 그러나 개발사업에 대한 책임과 상품성이 보장된다면 디벨로퍼가 주도권을 갖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봐요. 잠깐 제 얘기를 할게요. 엠디엠에서 지난 2007년 부산월드마크센텀 사업을 진행했을 때에요. 당시 신한은행에 가서 PF에 대한 취지를 설명하고 사업성만 따져보라고 했어요. 결국 업계 최초로 건설사 지급보증 없이 돈을 빌렸어요. 분양이 잘 돼 대출 만기 전에 대출금을 다 갚았어요. 이후로는 저는 건설사 보증 없이 돈을 빌려요. 이후 대형 디벨로퍼들도 많이 생기고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저희가 주도권을 갖게 됐어요. 이제 금융회사들도 프로젝트만 좋으면 디벨로퍼에 직접 사업 자금을 빌려주는 분위기에요.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 1977년 행정고시 21회에 합격해 관직을 시작했다. 그 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장·은행제도과장과 금융감독위원회(현금융위원회) 공보관·감독정책2국장·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부위원장까지 지낸 후 금융인으로 변신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장(2007~10년)을 거쳐 시중은행인 외환은행장(2012~14년)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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